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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중반까지 만해도 성공률이 높지 않아 골밑 위주의 플레이에 곁들이는 공격옵션으로 여겨졌던 3점슛이지만, 2010년대 들어 낮은 확률 대비 득점 기댓값이 높고, 상대 수비 범위를 강제로 넓혀 페인트존 돌파 시도를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전술적인 효과가 더해지면서 3점슛 시도는 급격하게 늘어났다.
지난해 NBA 파이널 우승팀인 보스턴 셀틱스는 올 시즌 전체 야투 시도 대비 3점슛 비중이 무려 49.1%에 달한다.
슛 2개 중 1개는 3점슛을 쏜다는 얘기다.
보스턴이 극도로 높은 편이지만, 가장 비중이 낮은 덴버 너기츠도 전체 야투의 30.9%를 3점슛을 쏠 정도로 3점슛은 이제 주요 공격 루트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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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슨 칼리지 3학년을 마치고 2009년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7순위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지명을 받은 커리는 데뷔 초창기에 거듭된 부상으로 부침을 겪다 2012~2013시즌부터 전매특허인 ‘묻지마 3점슛’을 앞세워 기량이 만개하며 NBA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2015~2016시즌에 한 시즌 역대 최다인 402개의 3점슛 성공을 비롯해 역대 한 시즌 3점슛 성공 개수 1~6위 중 2위(제임스 하든 378개)를 제외하면 모두 커리가 차지하고 있다.
역대 통산 3점슛 1위 역시 커리(3893개)의 몫이다.
2위인 하든(3051개)과 커리가 1988년생 동갑임을 감안하면 커리의 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3점슛을 앞세워 커리와 골든스테이트는 2010년대를 정복했다.
커리는 2014~2015, 2015~2016시즌 정규리그 MVP를 차지했다.
특히 2015~216시즌 정규리그 MVP는 역대 최초의 만장일치였다.
골든스테이트도 커리와 함께 2015, 2017, 2018, 2022년 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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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스테이트가 정착시킨 3점슛 위주의 전술은 이제 NBA 30개팀이 모두 활용하는 전법이 됐다.
NBA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답게 커리는 2017~2018시즌 이후 2024~2025시즌까지 8시즌 째 ‘연봉킹’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 시즌에도 5576만달러(약 801억원)을 받으며 전체 1위다.
그러나 연봉값은 제대로 못하는 모양새다.
그의 소속팀 골든스테이트는 21일(한국시간) 기준 21승21패, 승률 5할로 서부컨퍼런스 15개 팀 중 11위에 머물고 있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간당간당한 상황이다.
21일에도 ‘디펜딩 챔피언’ 보스턴을 홈인 샌프란시스코의 체이스 센터로 불러들였지만, 85-125로 무려 40점차 대패를 당했다.
리그 제일의 ‘3점슛 팀’인 보스턴은 전체 야투 92개의 절반이 넘는 48개의 3점슛을 시도해 20개를 성공시키며 골든스테이트 수비를 유린했다.
골든스테이트는 보스턴보다 더 많은 53개의 3점슛을 시도해 14개만 넣었다.
골든스테이트가 이길래야 이길 수 없었던 경기였던 셈이다.
3쿼터에 일찌감치 승부가 결정되면서 커리는 4쿼터에는 코트에 발도 들이지 못했다.
3점슛 4개 포함 18점 4어시스트를 올렸지만, 팀 패배를 막을 수 없었다.
불과 3년 전 파이널에서 만나 4승1패로 승리를 거뒀던 보스턴이지만, 이제 보스턴과 골든스테이트의 위상은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졌다.
지난해 파이널 우승을 차지한 보스턴은 올 시즌에도 30승13패로 동부컨퍼런스 2위로 잘 나가고 있지만, 골든스테이트는 봄 농구 진출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커리의 코트 지배력은 올 시즌 눈에 띄게 떨어졌다.
올 시즌 성적표는 경기당 평균 23점 6.2어시스트 5.0리바운드. 준수한 기록이긴 하지만, 연봉킹의 성적이라고 하기엔 아쉽다.
게다가 득점은 부상으로 5경기만 뛰고 시즌아웃당한 2019~2020시즌을 제외하면 2015~2016시즌 이후 처음으로 평균 25점 아래를 밑돌고 있다.
경기당 평균 4.4개의 3점슛 성공은 여전히 전체 1위지만, 지배력이 떨어진 커리 혼자만의 힘으론 골든스테이트의 하락을 막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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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를 제외하면 슈퍼스타는 없지만, 탄탄한 벤치자원들을 앞세워 첫 15경기에서 12승3패로 고공행진을 달렸다.
그러나 커리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득점력 있는 선수의 부재와 스티브 커 감독의 진부해진 전술 운영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후 27경기에서 9승18패에 머물며 승패마진은 어느덧 0이 됐다.
커리도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든 만큼 골든스테이트가 팀 운영 기조를 ‘리빌딩’으로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커리가 코트 위에 있는 한 우승을 노리는 ‘윈 나우’(Win Now)로 달려야 하지만, 안 그래도 뻑뻑해진 샐러리캡 구조에다 팀의 미래인 드래프트 지명권을 팔아서 스타급 선수를 데려온다 한들 우승권에 도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래저래 커리와 골든스테이트에겐 힘든 나날의 연속인 2024~2025시즌이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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