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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무십일홍 권불십년’ 스테픈 커리의 골든스테이트, 보스턴에 40점차 대패…커리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미국 프로농구(NBA)는 ‘3점슛의 시대’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 만해도 성공률이 높지 않아 골밑 위주의 플레이에 곁들이는 공격옵션으로 여겨졌던 3점슛이지만, 2010년대 들어 낮은 확률 대비 득점 기댓값이 높고, 상대 수비 범위를 강제로 넓혀 페인트존 돌파 시도를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전술적인 효과가 더해지면서 3점슛 시도는 급격하게 늘어났다.
지난해 NBA 파이널 우승팀인 보스턴 셀틱스는 올 시즌 전체 야투 시도 대비 3점슛 비중이 무려 49.1%에 달한다.
슛 2개 중 1개는 3점슛을 쏜다는 얘기다.
보스턴이 극도로 높은 편이지만, 가장 비중이 낮은 덴버 너기츠도 전체 야투의 30.9%를 3점슛을 쏠 정도로 3점슛은 이제 주요 공격 루트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농구 패러다임의 혁신을 이끈 선수가 스테픈 커리(37)다.
데이비슨 칼리지 3학년을 마치고 2009년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7순위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지명을 받은 커리는 데뷔 초창기에 거듭된 부상으로 부침을 겪다 2012~2013시즌부터 전매특허인 ‘묻지마 3점슛’을 앞세워 기량이 만개하며 NBA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2015~2016시즌에 한 시즌 역대 최다인 402개의 3점슛 성공을 비롯해 역대 한 시즌 3점슛 성공 개수 1~6위 중 2위(제임스 하든 378개)를 제외하면 모두 커리가 차지하고 있다.
역대 통산 3점슛 1위 역시 커리(3893개)의 몫이다.
2위인 하든(3051개)과 커리가 1988년생 동갑임을 감안하면 커리의 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3점슛을 앞세워 커리와 골든스테이트는 2010년대를 정복했다.
커리는 2014~2015, 2015~2016시즌 정규리그 MVP를 차지했다.
특히 2015~216시즌 정규리그 MVP는 역대 최초의 만장일치였다.
골든스테이트도 커리와 함께 2015, 2017, 2018, 2022년 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이라고 했던가. 2022 파이널 우승 이후로 커리와 골든스테이트는 더 이상 농구의 최전선에서 트렌드를 이끌지 못하고 있다.
골든스테이트가 정착시킨 3점슛 위주의 전술은 이제 NBA 30개팀이 모두 활용하는 전법이 됐다.

NBA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답게 커리는 2017~2018시즌 이후 2024~2025시즌까지 8시즌 째 ‘연봉킹’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 시즌에도 5576만달러(약 801억원)을 받으며 전체 1위다.
그러나 연봉값은 제대로 못하는 모양새다.
그의 소속팀 골든스테이트는 21일(한국시간) 기준 21승21패, 승률 5할로 서부컨퍼런스 15개 팀 중 11위에 머물고 있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간당간당한 상황이다.

21일에도 ‘디펜딩 챔피언’ 보스턴을 홈인 샌프란시스코의 체이스 센터로 불러들였지만, 85-125로 무려 40점차 대패를 당했다.
리그 제일의 ‘3점슛 팀’인 보스턴은 전체 야투 92개의 절반이 넘는 48개의 3점슛을 시도해 20개를 성공시키며 골든스테이트 수비를 유린했다.
골든스테이트는 보스턴보다 더 많은 53개의 3점슛을 시도해 14개만 넣었다.
골든스테이트가 이길래야 이길 수 없었던 경기였던 셈이다.


3쿼터에 일찌감치 승부가 결정되면서 커리는 4쿼터에는 코트에 발도 들이지 못했다.
3점슛 4개 포함 18점 4어시스트를 올렸지만, 팀 패배를 막을 수 없었다.
불과 3년 전 파이널에서 만나 4승1패로 승리를 거뒀던 보스턴이지만, 이제 보스턴과 골든스테이트의 위상은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졌다.
지난해 파이널 우승을 차지한 보스턴은 올 시즌에도 30승13패로 동부컨퍼런스 2위로 잘 나가고 있지만, 골든스테이트는 봄 농구 진출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커리의 코트 지배력은 올 시즌 눈에 띄게 떨어졌다.
올 시즌 성적표는 경기당 평균 23점 6.2어시스트 5.0리바운드. 준수한 기록이긴 하지만, 연봉킹의 성적이라고 하기엔 아쉽다.
게다가 득점은 부상으로 5경기만 뛰고 시즌아웃당한 2019~2020시즌을 제외하면 2015~2016시즌 이후 처음으로 평균 25점 아래를 밑돌고 있다.
경기당 평균 4.4개의 3점슛 성공은 여전히 전체 1위지만, 지배력이 떨어진 커리 혼자만의 힘으론 골든스테이트의 하락을 막을 순 없다.

골든스테이트의 올 시즌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커리를 제외하면 슈퍼스타는 없지만, 탄탄한 벤치자원들을 앞세워 첫 15경기에서 12승3패로 고공행진을 달렸다.
그러나 커리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득점력 있는 선수의 부재와 스티브 커 감독의 진부해진 전술 운영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후 27경기에서 9승18패에 머물며 승패마진은 어느덧 0이 됐다.

커리도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든 만큼 골든스테이트가 팀 운영 기조를 ‘리빌딩’으로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커리가 코트 위에 있는 한 우승을 노리는 ‘윈 나우’(Win Now)로 달려야 하지만, 안 그래도 뻑뻑해진 샐러리캡 구조에다 팀의 미래인 드래프트 지명권을 팔아서 스타급 선수를 데려온다 한들 우승권에 도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래저래 커리와 골든스테이트에겐 힘든 나날의 연속인 2024~2025시즌이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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