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시즌 시작 시점이면 얼마나 좋을까. 한국도로공사가 4라운드를 4승2패라는 호성적으로 마쳤다. 외국인 선수의 기량이 다소 부족한 탓에 주전들이 고르게 공격 배분을 가져가는 배구가 4라운드 들어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한국도로공사는 28일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IBK기업은행과의 홈 경기에서 주전들의 고른 활약 속에 세트 스코어 3-0(25-18 25-20 27-25)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2연승을 달리며 승점 3을 추가한 도로공사는 승점 26(9승15패)으로 페퍼저축은행(승점 25, 8승16패)을 6위로 끌어내리고 5위로 한 계단 도약했다. 반면 IBK기업은행은 4라운드 6전 전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받아들여야 했다. 3라운드 전반기를 마쳤을 때는 11승7패로 봄배구 진출도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이제는 봄 배구 진출은 고사하고 4위 자리도 위태로운 상황이 됐다. 승점 34(11승13패)에 그대로 머문 IBK기업은행과 3위 정관장(승점 46, 17승6패)의 승점 차는 무려 12. 준플레이오프 성사를 위한 조건은 3,4위 간의 승점 차가 3 이내다. 2020~2021시즌 이후 네 시즌 만의 봄 배구 복귀는 사실상 쉽지 않아지는 모양새다. 이날 두 팀의 가장 큰 격차로 보인 포지션은 세터였다. 한국도로공사는 전체 1순위 신인이긴 하지만, 아직 고교 졸업도 하지 않은 김다은을 주전으로 내세워 풀타임을 뛰게 했다. 반면 IBK기업은행은 아시아쿼터 천신통의 부상 여파로 프로 9년차 프로 3년차 김하경, 김윤우를 번갈아 기용했지만, 이제 프로 데뷔한 김다은보다도 토스의 질, 경기 운영 능력, 상황을 읽는 능력 등 모든 면에서 밀렸다. 왜 IBK기업은행이 다른 팀들처럼 공격수나 미들 블로커가 아닌 세터 포지션에 아시아쿼터 슬롯을 쓰는지를 여실히 알 수 있는 경기였다. 시즌 초반만 해도 자신의 리듬만 신경쓴 나머지 공격수들의 준비 상황이나 리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공을 올리기에 급급해 보였던 김다은은 이제 제법 주전 자리가 잘 어울리는 세터로 성장했다. 김다은의 물오른 운영 속에 도로공사는 타나차(15점)-니콜로바(13점)-강소휘(13점)의 좌우 날개 삼각편대가 20%대의 고른 공격 배분을 가져가며 IBK기업은행 블로커들을 교란했다. 여기에 배유나와 김세빈이 지키는 ‘신구 미들 블로커’ 라인도 블로킹 7개 포함 18점을 합작했다. 주전들의 합이 잘 맞아 돌아가면서 1,2세트엔 중반까지 접전 양상을 치르면서도 단숨에 연속 득점으로 치고 나가면서 상대를 울렸다. 3세트는 19-19에서 타나차의 오픈 공격과 배유나의 연속 블로킹으로 22-19로 앞서나가다 듀스 승부를 허용했으나 타나차의 오픈과 배유나의 다이렉트 킬로 셧아웃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날 IBK기업은행 천신통의 부상 외에도 주전 리베로 김채원이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토종 주포 역할을 해줘야할 이소영에게 리베로를 맡겼다. 현역 아웃사이드 히터 중 수비력만 따지면 NO.1이라고 해도 무방한 이소영은 리비스 효율 60%(9/15), 디그 16개 등 빼어난 수비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소영이 공격을 할 수 없는 포지션으로 빠진 데다 세터들의 기량도 떨어지면서 화력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빅토리아가 21점을 올리긴 했지만, 범실은 10개에 달했고 공격 성공률도 33.33%에 그쳤다. 육서영(12점)도 게임체인저 역할을 해내기엔 무리였다. 최정민-이주아가 지키는 미들 블로커진 블로킹 3개(최정민 혼자 3개) 9점 합작으로 배유나-김세빈에게 완패했다. 이소영이 리베로로 빠지면서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로 출전한 황민경도 디그에선 18개나 걷어내며 선전했지만, 13.04%(3/23)라는 극악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한 데다 약점인 공격에서도 단 5점에 그쳤다. 이길래야 이길 구석이 전혀 없었던 IBK기업은행이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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