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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슈 산타 학생선수 서인아(왼쪽)가 30일 보은에서 열린 제37회 회장배 전국우슈선수권대회 여자 초등부 경기를 치르고 있다. 사진=대한우슈협회 제공 |
“우슈에 빠져든 건 아빠 덕분이에요. 멋있잖아요(웃음).”
우슈 산타(대련종목) 꿈나무 서인아(신탄진우슈클럽)는 매 순간 시합에 나가는 게 즐겁다고 말한다.
2014년생, 올해로 초등학교 5학년이 됐다.
워낙 어린 나이부터 아버지인 전 국가대표 서정우 관장의 뒷모습을 보며 운동을 시작했다.
이를 바라보는 부모님의 눈에는 걱정이 가득했을 터. 뜨거운 열정으로 그것마저 사르르 녹였다.
어머니 이상정 씨는 “본인이 싫다면 못 하는 운동이다.
워낙 하고 싶어 하는 게 느껴지니까 열심히 돕고 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누구 한 명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28일부터 충북 보은군 국민체육센터에서 나흘간 열리고 있는 제37회 회장배 전국우슈선수권대회 현장, 전국 각지에서 모인 ‘우슈 키즈’들의 눈빛이 보석처럼 반짝였다.
코트에 오른 선수들은 온 힘을 다해 경기에 임했고, 부모들의 열렬한 응원이 체육관을 쩌렁쩌렁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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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우슈협회 소속 선수 최준수(왼쪽)와 TEAM 대구관 학생선수 최우혁(오른쪽) ‘산타’ 형제와 어머니 전숙희 씨가 30일 충북 보은군 국민체육센터서 열린 회장배 전국우슈선수권대회 및 국가대표선발전 경기를 마친 뒤 기념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종원 기자 |
이번 대회는 전국 800여 명의 선수가 출전해 지난해(697명)보다 100명 이상 증가했다.
특히 학생부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초등부는 124명에서 134명, 중등부는 164명에서 168명, 고등부는 122명에서 174명으로 늘었다.
운동부 기피 현상과 출산율 저하로 인해 줄어드는 학생선수 숫자 속에서 이 같은 증가세는 더욱 눈에 띄는 대목이다.
30일 국민체육센터에서 만난 전숙희 씨는 나란히 국가대표와 청소년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한 최준수(울산우슈협회), 최우혁(TEAM 대구관) 두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대구 북구서 먼 걸음을 했다.
태극마크를 목표로 하는 ‘산타’ 형제, 그 모습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기에 든든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맏이 최준수는 “매번 경기에 나설 때마다 자극을 크게 받는다”며 “나만 실력이 느는 게 아니라, 상대도 강해진다.
계속 열심히 해서 국가대표를 향해 나아가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머니의 마음은 한결같다.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면서도 “다치는 걸 보는 게 가장 힘들다.
(두 아들이) 열심히 노력한 만큼 코트 위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제 기량을 뽐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남 통영서 온 김효순 씨는 무려 세 아들을 모두 우슈 투로(연기종목) 선수로 키웠다.
이 가운데 막내 김동민은 경주시청 소속 현역 선수다.
3형제 중 가장 먼저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형들이 동생을 따라 우슈에 흠뻑 빠졌다.
대회 일정을 소화하려면 방방곡곡을 누벼야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보은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도 남자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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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슈 산타 학생선수들이 30일 이른 아침부터 충북 보은군 국민체육센터서 열린 회장배 전국우슈선수권대회에 앞서 코트 적응 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사진=김종원 기자 |
어머니 역시 덩달아 전국일주다.
그럼에도 후회는 없다.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는 엄지를 치켜세운다.
이어 김 씨는 코트 위 학생선수들을 향해서도 애정어린 눈빛을 보내며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
아이들이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어느 부모가 응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우슈가 가져다주는, 뜨거운 감정이 있다”고 전했다.
우슈의 경우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학부모인 이상정 씨도 “많은 분이 ‘쿵푸’라고 하면 알아듣는데 우슈는 생소한 편이다.
정말 매력이 넘치는 스포츠다.
예절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운동이고, 성장기에 있는 어린 선수들에게도 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상대와 겨루는 산타 종목도 상대방을 향한 존중을 기반으로 진행된다.
개인 운동이지만, 다른 사람과 호흡하는 법도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체육은 지금 전환점에 서 있다.
인프라는 휘청이고, 학생선수 수급 문제가 끊임없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그럼에도 보은에서 만난 이들은 흔들림 없이 나아가고 있었다.
누구나 이유 없이 땀을 흘리지는 않는다.
작은 꿈 하나가, 오늘도 아이들을 코트 위로 이끌고, 부모들을 관중석으로 불러 모은다.
움튼 이 열정의 싹들이 언젠가는 한국 체육에 다시 숨을 불어넣는 꽃이 될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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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슈 산타 꿈나무 서인아(오른쪽)와 그의 어머니 이상정 씨가 30일 보은에서 열린 제37회 회장배 전국우슈선수권대회 출전 경기를 마치고 기념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대한우슈협회 제공 |
보은=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