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몽몽4

트렁크
등록일 2014-10-12 01:55
조회수 634

(2010년 사진)

저희 집 강아지 몽이 입니다.

동생이 시집 가기전에 부모님 적적하실까봐 몰래 데려온 몽

처음엔 다들 반대했습니다.

한번도 반려견을 키워본 적이 없고 빌라에 살아서 "니가 감당 못할거면 키우지 말라... 넌 조금 있으면 시집 갈거잖아!!"

알고보니 태어난지 한달만에 교통사고로 어미가 무지개다리를 건너 형제들이 뿔뿔히 흩어지게 된 놈이라 키우게 했죠.

뭣도 모르고 키워서 사교성을 못 길러줘 가족들 아니면 무서워 하던 몽

처음엔 침대에도 못 올라오게 하다가 올라오게 해줬더니 잠버릇 고약한 형 발 밑에서 자거나 옆에서 자다가 발에도 차이고 깔릴뻔도 했던 몽

부모님 귀농하시고 혼자 사는 형 퇴근을 매일 문앞에서 기다려주던 몽

매일 혼자서 형 올때까지 기다리는게 안쓰러워 시골에 보낸지 이제 3년째

내려가서는 어머니 옆에서 자다가 제가 내려가면 제 옆이나 발 밑에서 자던 몽

저번 추석에는 발톱 자르다 피 봐서 눈물나게 했던 몽

급하게 오느라 제대로 간다고 말도 못하고 와 다음에 내려가면 더 잘해줘야지 꼭 안아줘야지 생각하게 만든 몽

가을 타는지 더 보고 싶어서 이번 달에라도 한번 내려가야지 하게 만든 몽

어제 결혼식 때문에 올라오신 어머니께서 말씀해주셨는데 지난달 말에 무지개 동산으로 갔다고 하네요.

평소처럼 설거지하는데 뒤에서 기다리는거 보고 설거지 끝내고 찾으셨는데 안보이더랍니다.

밖에 있나 싶어 나가서 찾아보니 사과밭에 웅크리고 가만히 있었다네요.

방에서 기르는 몽이라 얼렁 오라고 다가 갔더니 이미 코피를 흘리고는 무지개 동산 갔다고...ㅠ.ㅠ

어쩐지 안부전화 드려도 목소리에 힘이 없으셔서 아버지랑 다투셨나? 싶었는데 몽이 때문이었네요.

아버지께서 산에 묻으면 짐승들이 파간다고 자두밭 한쪽 양지 바른 곳에 묻어주었다고 합니다.

자두를 그렇게 좋아했는데...

아직 두 분 다 마음이 편치 않으셔서 걱정입니다.

어머니께서는 너희들한테 죄를 지었다고 눈물을 글썽이시는데..ㅠ.ㅠ

어머니한테는 살붙이처럼 마음의 위안을 주던 몽이었던지라 더 걱정이네요.

이번 추석때 적어도 5년은 같이 살자고 했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가다니..

무지개 동산에서 기다리면 나중에 같이 무지개 다리 건너야겠습니다.

사랑한다..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