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ora님 글을 보고 11년 전에 떠난 저희 강아지가 생각나서 글을 써보네요.
11년이 지나 저는 성인이 되었지만 아직도 그 녀석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이름은 재롱이였고 검은색 푸들이었습니다.
재롱이는 매일 가게일로 바쁘신 부모님이 형제가 없어 집에 혼자 지내던 절 위해 사주신 첫 애완동물이었습니다.
그때 제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는데 동네 애견샵에서 무려 1시간을 기다리고 데려왔었네요.
푸들이라 그런지 말귀도 굉장히 잘 알아듣고 애교도 많이 부려서 가족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었습니다.
저는 그때 초등학생이라 놀고싶을 때만 같이 놀아주고 학교에도 가다보니 가게 계신 아버지가 재롱이를 많이 돌보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마라톤을 즐겨하셨는데 항상 같이 데려나가서 러닝을 하셨습니다.
목 끈 없이도 아버지 뒤에만 졸졸 잘 따라다녔고 건널목을 건널때도 차가 위험한 것을 아는지 차가 안 오는걸 확인한 후에 건너더라구요. 나중엔 아버지 배달 가시는 오토바이에 같이 타고다니기도 했습니다.
개 치고는 영특한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기고 하고 아버지와 같이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아버지가 정말 많이 아껴주고 귀여워해주셨습니다.
그런데 목끈없이 산책하던 이 습관이 훗날 큰 악재로 다가올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재롱이를 키운지 8년 정도 되었을 때.. 저희 집터를 허물고 건물을 새로짓는 공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바로 앞집 원룸에서 지어질 동안만 임시로 지내고 있었구요.
아버지는 가게 문을 닫으신 후 항상 밤마다 건물 확인을 하러 가셨는데요. 그 때마다 재롱이를 데리고 가셨습니다.
그런데 건물 확인을 하고 계신 사이에 뺑소니 사고가 났습니다. 재롱이는 건물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지나가던 차가 치고 도망을 가버린거죠..
아버지가 깨갱거리는 소리를 듣고 나오셨지만 하반신 쪽을 밟힌 재롱이만 있었다고 합니다..
안으려고 하니 너무 고통스러워해 아버지는 너무 당황하셨고 일단 사고 장소에서 안전한 곳으로 재롱이를 옮겨 두고 차키를 가지러 집으로 뛰어들어오셨습니다.
그리고 차키를 가지고 나갔더니 녀석이 그 고통스러운 몸을 이끌고 아버지를 쫓아 집앞까지 기어와있더라는군요..
그때 전 자고 있어서 이 상황을 후에 아버지에게 말로 들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 아픈 몸을 이끌고 주인을 찾아 집까지 따라오다니..그 상황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면 아직도 가슴이 너무 아프고 먹먹해집니다..
그 이후는 예상하시는대로 아버지가 재롱이를 차에 태우고 24시간 동물병원을 찾아갔지만 엑스레이를 찍던 도중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그리고 근처 산 양지 바른 곳에 묻어줬습니다.
그때 중학생이었는데 일주일 동안을 울며 많이 슬퍼했습니다. 조금 더 귀여워해줄걸.. 맛있는거 조금만 더 많이 줄걸..산책 조금 더 많이 시켜줄걸..많이 후회됐어요.
아버지 역시 크게 내색은 안하려고 하시는 것 같았지만 굉장히 슬퍼하셨습니다. 재롱이가 죽은게 목끈 안하고 다닌 당신 잘못이라며 많이 자책하셨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 이후로 아버지는 강아지를 보거나 이야기가 나오면 굉장히 싫어하셨습니다. 저 역시 개를 싫어하게 된건 아니지만 재롱이가 생각나서 꺼려하게 되었구요.
아무튼 그렇게 재롱이를 보내고 나서 이제 강아지 다시는 안 키우게 될거라 생각했는데 동생이 너무 키우고 싶어해서 다시 키우게 되었습니다.
닥스훈트고 가족이 된지 6년 정도 되가는것 같네요.
재롱이를 보내고 생각해보니 같이 찍은 사진이 얼마 없어서 정말 후회가 많이 됐습니다. 그래서 이녀석은 틈날때마다 사진을 찍어서 보관중이에요.
가끔씩 재롱이처럼 이별을 하게 될날을 상상하게 되면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지만.. 후회하지 않도록 더 예뻐해주고 산책도 시켜주고 맛난것도 더 주려고 하고 있네요.
글이 쓰다보니 많이 길어졌네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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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머리는하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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