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평소엔 빨리 주인 말이 끝나고 사료를 줄 시간만 기다렸는데, 오늘은 꽤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다. 자기가 오늘 시장엘 갔었는데, 바나나를 살까 싶어 과일가게 앞에서 멈췄다고 한다. 그런데 옆에서 조그만 한 시츄가 와서 캉캉 짖었다고. 웬 강아지인가 싶어 주인이 쓰다듬어주 고 있었더니, 강아지 주인이자 과일가게 주인인 아주머니께서 이렇게 말하셨다고.
“걔 사람으로 치면 칠순도 넘었어. 할머니야.”
그 이야길 들은 주인은 강아지도 귀엽고 그렇게 말씀하신 아주머니도 재밌으셔서 바나나를 사왔다고 했다. 재밌는 거랑 바나나를 사는 게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렇단다.
뒤이어 주인은 거기가 처음 가본 시장인데 얼마나 크고 생선가게가 어쩌구 하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난 그때부터 듣는 척 하면서 아까 강아지 이야기를 생각해봤다.
주인은 그 이야기를 듣고 재미있다고 그냥 넘겼는데, 고슴도치인 내 입장에선 한발 더 나가보고 싶다. 강아지 나이를 인간 나이로 하면 저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처럼, 고슴도치랑 인간 나이도 비교해 보면 엄청 차이나지 않을까 하는.
그때 퍼뜩 고슴도치 커뮤니티에서 봤던 글이 생각났다. 아, 그래 난 원래 알고 있었어! 그 글에 따르면 고슴도치의 수명을 인간에 비교하면 이렇다고 했다.
2개월에 10살, 6개월에 20살이란다. 자, 보자... 오늘이 내가 태어난 지 38일 째 되는 날이니까 난 5살쯤 되었겠다. 어라, 생각보다 더 어리구나. 난 내가 다 큰 줄 알았는데.
저 표가 어떤 공식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처럼 똑똑한 고슴도치가 보기에도.. 수열도 아니고 모르겠다. 4개월에 10년, 8개월에 10년, 22개월에 10년, 6개월에 10년 막 왔다갔다 하니까...
공식이 있다기 보단 100살 나이를 맥심엄으로 잡고 고슴도치 맥심엄 나이랑 맞춘 것 같기도 하고. 여하튼 흥미로운 이야기다.
복잡하게 따지고 싶진 않고, 눈대중으로 대강 보니까 인간이 1살 먹을 때 고슴도치가 15살 먹는다고 생각하면 대강 맞지 않을까 싶다. 아니 그것도 어릴 때는 하나도 적용이 안 되니까 좀 그렇긴 하다. 우씨 몰라ㅠㅠ
이런저런 생각에 골몰하고 있었더니, 어느새 주인 이야기가 끝났다. 그런데 으잉? 주인이 뭔가 가지고 왔다. 향기 좋다. 이게 뭐지?
킁킁 향이 정말로 좋으네. 아, 이게 바로 바나나구나! 맞아 아까 주인이 바나나를 샀다고 했지. 냠냠냠냠먄먄먀냠 부드럽게 넘어가는 게 맛있구만! 역시 주인 이야기를 들어주길 잘했어.
나이 같은 거 뭐가 중요해... 냠냐만냠ㄴ냠. 일케 잘 먹고 잘 살면 되는 거지. 냐바냐바냠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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