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치가 본 홍준표와 무상급식1

일케 편안하게 누워서 잠을 자고 있던 어느 날.

주인이 인터넷을 하다말고 씩씩거린다. 원래 쉬익! 쉬익!하면서 인상 쓰는 건 내가 맘에 안드는 일 있을 때 하는 건데 주인이 나한테 배웠나 보다. 아니, 좋아하는 사람은 닮는다더니 주인이 날 너무 좋아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건 좀 곤란한데...

여튼 주인이 뭔 일로 이렇게 기분이 안좋을까 하고 슬쩍 고개를 들어 컴퓨터를 봤더니, 이런 내용이다.

출처 - 한겨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경남에서 실시하는 무상급식을 폐지했다는 소식. 참, 저 인간도 대단한 인간이다 정말. 대단해.

고슴도치인 내가 봐도 저게 뭔가 싶은데 경남지역 학부모들은 오죽 애가 타랴.

근데 이거 너무 눈에 뻔해서 논박하거나 따지기도 민망하다. ‘중앙정치에서 밀린 어느 한물간 정치인이 재기해보려 애쓰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가 참 인생을 열심히 사는 사람이구나 싶은 생각. 그가 나랑 같은 고슴도치였으면 가서 꿀밤이나 한 대 때려줬겠지만, 것도 아니니 간략하게 적어보자.

첨에 이 소식을 접하고는 걍 무시하고 말아야지 싶었다. 차라리 하루에 내 가시가 몇 개나 빠지나 세어보고, 바닥에 깔린 베딩이 몇 개인지 하나하나 세보는 게 생산적인 일 인 듯 싶어서.

근데 이 아저씨 하나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물론 그네들이 뽑은 도지사가 만행을 저지르는 거니 ‘아주 적은’ 책임은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이건 너무 예상치 못한 볍신짓이라 지역주민들을 나무라기도 민망하다.

넘 진지하게 가면 길어지니까 짧게 가보자.

홍준표가 무상급식을 물고 넘어지는 건 다른 이유가 없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이슈 선점’을 위한 거다. 그저 이 이슈 하나 자기가 잡고 그걸 기반으로 다시 일어서보려 하는 짓이다. 허경영이 택도 없는 공약으로 3차원 대통령 후보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시피, 그 이슈가 좋은 것이건 좋지 않은 것이건 우선 자기가 그 아이콘으로 떠오르고자 하는 거다.

무상급식 시행하는데 돈이 얼마가 드는지, 교육적으로 효과가 있는지 하는 식의 문제는 이 논의에서 굳이 따질 필요도 없다. 오히려 그런 걸 따지기 시작하면 진흙탕으로 들어가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홍준표도 그걸 원하는 것 같고.

고슴도치인 내가 보기에, 이번 무상급식 논란의 포인트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사회적으로 합의된 틀을 제멋대로 깨트려 버렸다는 거다. 다들 알겠지만 무상급식은 2011년 오세훈 시장이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었던 의제다. 그리고 장렬히 전사했지. 요즘 복귀하려고 한다고 하던데... 무튼, 무상급식 이라는 게 이미 사회적 논의가 끝났다고 볼 수 있는 정책이라는 거다.

우씨. 자꾸 길어지는데, 좀만 더 나가보자. 그니까 사회적으로 ‘아 우리가 이제 애들 급식 정도는 세금으로 먹이는 게 좋겠다’라고 합의했다는 거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중학교까지 실시되는 ‘의무교육’이라는 폴더에 ‘급식’이라는 항목도 들어가게 되었다는 거다.

비유가 좀 별로인 것 같으네. 그니까 의무교육이 확대되었다고 보면 된다는 거다.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수업료’라는 명목으로 돈을 걷었다. 왜 검정 고무신 같은 이야기 보면 수업료로 달고나를 사먹고 어쩌고 나오잖아. 근데 이후에 이 수업료 폐지하고 의무교육 과정(중학교 까지)에서는 학교에 교육비 명목으로 납부하지 않게 된거다.

똑같은 논리를 무상급식에 붙여보자. 의무교육 기간 동안 학교에서 먹이는 밥은 돈을 지불하지 말자는 거다. 아니, 정확하게는 돈을 지불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내자는 거다. 결국 다 우리 세금으로 실시하는 거니까. 내 사료를 사면서 냈던 10%세금, 그게 아이들 밥 먹는 것에 그대로 간다는 거지. 그니까 사실 무상급식이라는 단어보다 의무급식이라는 단어가 더 적절하다고 본다.

아, 말을 많이 했더니 목이 다 타네. 잠만 물 한모금만 마시고 하자.

벌컥ㅋ벌컥버컥컥  

그리고 홍준표 도지사가 ‘학교는 밥 먹으러 오는 곳이 아니다. 공부하는 곳이다.’ 따위의 말을 했다고 하던데, 그가 교육에 대해 얼마나 편협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라 하겠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시험을 치고 점수를 받는 것만이 ‘공부’의 전부가 아니다. 아이들이 지식을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쉬는 시간에 뛰어놀고 친구들이랑 잡담하고, 싸우고 하는 모든 활동이 다 교육이고 배움이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은 ‘교육’이라는 범주에 들어간다는 거다.

그러니까 급식도 마찬가지다. 학교 내에서 의무교육기간에 아이들 밥 먹이는 건데, 이걸 세금으로 한다고 표풀리즘이니 어쩌니 하는 이야기를 붙일 수 있냐는 거다. 왜? 지금 수업료 내는 것도 표풀리즘이라 해보지. 군대에서 밥 먹고 자는 것도 급식비, 숙박비 내야 한다고 해보지.그것도 표풀리즘이냐?

화나네.. 크르릉...

핵... 핵.. 아고.. 너무 열을 올렸네. 내가 죽도록 말하면 뭐하냐 공부만 죽도록 해서 검사하고 국회의원하고 경남도지사까지 한 냥반이 이해할 리가 없는데. 우씨.

역시 별 수 없다. 답은 정치에 관심 갖고, 저런 종자들을 미리 잡아내서 뽑아주지 않는 것 뿐.고슴도치 중에는 저 정도 독종은 없는데, 인간은 어쩌다 저런 사람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끄읕.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매번 쓰다보면 길어지네요... 

블로그를 통해 고슴도치 육아일기 겸 넋두리를 쓰고 있습니다..

http://coco35.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