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 당하는 도치의 가련한 운명5

오랜만이다. 왜 주말 일기는 없고 월요일부터 하냐구? 우리나라에 주5일제가 시행된 게 언젠가 아직도 주말 타령이냐. 나도 주말엔 좀 쉬고... 주인은 맨날 어딜 가서 별거 없었다. 걍 내가 집을 좀 거칠게 다뤘을 뿐.

고작 포치가 조금 더러워졌을 뿐인데 주인이 생각보다 예민하게 굴었다. 손빨래만 하면 되는 걸 가지고 왜 짜증이람. 괜히 나도 기분이 나빠져서 주인한테 가시를 좀 세웠다. 그랬더니 주인이 나를...

저렇게 알 수 없는 흰색 통에 가두었다. 젠장.

예전에 어디선가 CIA에서 고문할 때 사방에 흰색 벽밖에 없는 방에 넣어서 고문을 한다고 들었다. 한국에서도 독재시절 민주투사들을 ‘하얀 방’에 가뒀다는 말도 들어본 적 있는 것 같고.

흰색 방에 들어가 있으면 사람이 거의 반쯤 미칠 지경이 된다고 한다. 과학적 근거나 심리적으로 어디서 공포가 오는 지 알 수 없으나, 아무것도 없는 흰색 방 자체가 주는 공포가 있는 듯하다.

그런 무시무시한 하얀 방에 버금가는 하얀 통에 나를 가둔 셈이다. 이 자식이 고도의 방법으로 나를 고문하고 있다. 이런 고문은 생각지도 못했다. 내가 이 녀석을 너무 얕잡아 보았나 보다.

너무한거 아닌가. 내가 포치에 실수를 좀 한 걸 가지고...

...

사방이 하얗다. 아무런 자극이 없는데 그게 공포로 다가온다.

주인이 노리던 게 바로 이런 건가. 5분만 더 있음 우울증에 걸린 도치가 될 것 같은 기분이다.하아...

얼마나 지났을까. 주인이 나를 꺼내 주었다.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나처럼 멘탈이 강한 도치였으니 망정이지 웬만한 도치들이었음, 구토에 버틸 수 없었으리라.

휴, 이건 정말 무섭다. 당분간 주인 말을 잘 들어야겠다. 주인이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다. 꼴 보기 싫어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아까 나를 가뒀던 하얀 통이 보인다. 그런데 겉은 하얀색이 아니다.

엉? 이게 뭐지...?

발 포샵 우유팩.jpg

우... 우유팩!

아니 주인놈은 예~~~~전에 시리얼 먹을 때 샀던 우유팩을 버리지도 않고 여지껏 보관했단 말이야? 나를 고문하려고...?

하... 무서운 놈이다!

*뱀발로 붙이자면... 실제로 도치를 괴롭힌 것은 아니고, 우연히 방에 너브러진 우유팩 속에 도치가 들어가서 찍어둔 사진이 있어 각색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ㅠㅠ

블로그를 통해 고슴도치 일기를 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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