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냥이는 질투가 심합니다.13

또냥이
등록일 2015-04-23 14:44
조회수 3943

어제 집에 오는데 집 앞 조그만 공원에 또냥이가 앉아 있습니다.

'어? 어케 집에서 나왔지? 집에 도둑 들었나'란 생각도 있었지만 우선 또냥이에게 다가갑니다.

하지만, 또냥이하고 정말 비슷하게 생긴 길고냥이 입니다. 그런데, 이 넘이 완전 개냥이 입니다.

누가 키우다 가출한 듯 싶은 고냥이 었는데 길 생활이 힘들었는지 애옹하는 소리도 약하고

코에 보면 쌈박질도 좀 해서 할퀸 자국도 보이더군요.

집에 얼렁 가서 캔이라도 가져다 줄려고 하는데 계속 졸래 졸래 쫒아 옵니다.

그래 집에서 좀 편안하게 밥도 먹고 물도 좀 마시고 쉬다가라는 마음에 별 생각 없이 쫒아 오게 했습니다.

집에 와서 문을 열었는데 또냥이가 문 앞에 마중 나와 있다가 저 고냥이와 딱 마주치게 됐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또냥이가 멈칫 하더니 온몸의 털을 세우고선 '우오오오오옹 우왕' 하면서 엄청난 괴성을 질러댑니다.

또냥이가 이렇게 큰소리 낼 줄은 몰랐습니다. 동네에 완전 민폐를 끼쳤습니다.

또냥이의 저 소리를 듣더니 따라온 고냥이도 하악질하면서 안지려고 소리를 지릅니다.

우선 문을 닫고 들어와서 둘을 떨어뜨리고 흥분한 또냥이에게 캔 하나 까줬지만 문앞에서 쉭쉭 소리만

내고 떠나질 않습니다. 문 밖에선 따라온 고냥이가 야옹 야옹 거리면서 있고요.

우선 또냥이를 좀 진정 시키고 캔하고 물을 가지고 문 밖에 있던 고냥이를 데리고 원래 있던 곳으로 가서 먹을걸 줬더니

엄청 배가 고팠는지 흡입 수준으로 먹습니다. 다 먹고 나선 계속 저 보고 에옹 에옹 하고선 다리 사이를 열심히 비비며 왔다갔다 합니다.

보고 있자니 맘이 짠했지만 또냥이의 우렁찬 목소리 때문에 데리고 오진 못했습니다.

순식간에 두마리 고냥이의 집사가 될 뻔 했습니다만 또냥이의 질투 때문에 당분간 또냥이하고만 지낼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