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6월 11일,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 크루즈에 있는 한 산부인과 분만실 앞에서 덩치 큰 사내가 초조하게 대기하고 있었다. 볼랜드 소프트웨어의 창립자이자 필립 칸이라 불리는 이 사내는 아내의 출산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 후, 새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아기 울음 소리가 병실 밖으로 터져나왔고, 40대 늦은 나이에 아빠가 된 필립 칸의 눈에서 감격과 기쁨의 눈물을 흘러나왔다. 필립 칸은 이제 막 태어난 딸 아이에게 소피라는 이름을 붙어 주었고, 문득 이 감격적인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 타지에 있는 그의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당장 그의 주위로 보이는 건 핸드폰과 디지털 카메라가 전부였다. 이메일을 보낼 수 있는 PC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잠시, 그 순간 필립 칸의 머리 속에 강렬한 아이디어 하나가 스쳐지나갔다. 바로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핸드폰을 통하여 외부로 내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필립 칸은 그가 알고 있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에 대한 지식을 총동원하여 핸드폰과 카메라를 개조하기 시작하였다. 마침내 서로 다른 두 장치를 하나로 연결시키는데 성공한 그는 세상과 소통할 준비를 마쳤다. 필립 칸은 이 임시방편으로 만들어진 '카메라 핸드폰 연결 장치'를 통하여 촬영된 사진을 가족, 친구, 그리고 동료들에게 이메일로 전송할 수 있었다. 잠들어 있는 갓 태어난 아기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전세계 흩어져 있는 2000여명의 사람들에게 공유되었다. 삶의 행복한 순간을 간직하고픈 어느 한 개인에 의해 촬영된 이 사진은 공교롭게도 핸드폰으로 전송되어 공유된 최초의 사진으로 기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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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자리에서\' 하드웨어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