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이 지난해 4분기 멈춰 섰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 둔화로 갤럭시S 시리즈 판매가 부진한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가 24일 공시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8조31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8.2% 감소했다. 원화 평가절상, IM(IT무선)사업부 재고 조정, 일회성 보너스 지급 등이 4분기 실적을 악화시킨 주된 원인이었다. 특히 실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IM 부문에서 매출 33조89억원, 영업이익 5조4700억원을 기록하면서 전 분기 대비 각각 7%, 18% 줄어들었다.
IM 부문 수익 악화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부품을 생산하는 메모리, 시스템LSI, 디스플레이 등 다른 사업부에 직격탄이 됐다. 디스플레이 부문 4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89%나 떨어진 게 이를 방증한다. 삼성SDI(배터리), 삼성전기(부품), 제일모직(소재) 등 계열사 실적이 동반 부진한 것도 `스마트폰 부진` 때문이다. 삼성SDI는 4분기에 556억원 영업적자를 냈다.
IM 부문 수익이 떨어진 것은 시장 경쟁 격화로 마케팅 비용을 늘린 탓도 있지만 고의적인 재고 조정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블랙프라이데이와 연말연시 시즌에 갤럭시S4 밀어내기(대폭 할인을 통한 재고 떨기)를 최소화했다. 예상 판매량에 비해 수요가 줄자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IM 부문보다 계열사에 타격이 컸다.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LCD 패널을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9800억원(매출 8조900억원)을 기록했으나 4분기에는 무려 89%나 급락한 1100억원(매출 6조4600억원)을 기록했다. 배터리를 공급하는 삼성SDI도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292억원(매출 1조2966억원)이었으나 4분기에는 대규모 적자로 돌아서 556억원 손실(매출 1조204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년간 삼성전자와 계열사 실적은 IM 부문(휴대폰ㆍ정보통신) 성과에 따라 울고 웃었다.
갤럭시S 시리즈가 세계 1위 점유율을 탈환하면서 삼성전자는 비약적인 매출 신장을 보였고 지난해 3분기에는 영업이익 10조1640억원을 기록해 새 역사를 썼다.
하지만 시장은 `삼성전자가 어디까지 성장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때문에 예상보다 낮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삼성전자 향후 전망에 물음표를 던졌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9분기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했으며 특별성과급(약 8000억원) 같은 일시적 영향을 제외하더라도 20% 이상 높은 성장이 끝났다는 것을 시사했다.
앞으로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크게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대형 인수ㆍ합병(M&A)이나 의료기기 등 신사업이 급성장하지 않는다면 지난 2년과 같은 황금기는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다는 염려가 많다.
이명진 삼성전자 IR그룹 전무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1분기에도 TV사업에서는 계절성 요인에 따른 수요 감소와 이에 따른 부품 매출 저조로 지난해 4분기 대비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혀 염려를 더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파격적인 신제품 출시를 통한 수요 회복이나 플렉시블ㆍ웨어러블 제품으로 어떤 형태로든 패러다임 변화를 통한 모멘텀을 재장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올해는 최소 지난해 수준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스마트폰이 여전히 10% 이상 성장하고 냉장고 같은 생활가전과 TVㆍ반도체 실적이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는 배당을 전년 대비 80% 끌어올리면서 주주들을 달랬다. 주당 1만3800원 현금배당을 공시한 삼성전자는 올해 3월 배당금으로만 2조816억원을 푼다.
[손재권 기자]
올해 좀 많이 풀렸으면 좋겠네요 | |
|
등록안내
등록안내
0
0
위이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