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아버지와는 사실상 20년 가까이 왕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병원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고, 

지난 주에 친아버지 장례를 치루고 왔습니다.

친아버지는 도박꾼, 술꾼이었습니다.

90년대에 도박과 술로 수억의 빚을 지고 어머니와 이혼했고, 

어머니는 이혼 후 5년 뒤 재혼하셨습니다.

재혼 이후 어머니/새아버지/저/동생은 함께 15년 정도 살았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살아계시는 할머니를 생각해서, 큰아빠를 생각해서 입양/성본 변경 등의 절차를 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이혼 후 소식을 알 수 없을 때, 어머니가 빚쟁이들에게 쫓겨 여기저기를 피신다니며 돈을 갚을 때.

5년간 저랑 동생을 키우고 거두어 준건 할머니와 큰아빠였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의리이자 감사함이었습니다.

그래서 친아버지가 차마 여기에 쓸 수 없는.. 자식과 어머니에게 많은 잘못을 했지만, 

할머니와 큰아빠에 대한 감사함에 새아버지에게 입양하지 않고 성본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다 친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이제는 새아버지와 어머니가 입양, 성본변경 등을 희망하십니다. 

새아버지는 자식이 없어서 우리 형제를 친자식 처럼 돌봐주셨거든요. 

큰 아빠도 "이제는 가도되지 않겠냐. 고생 많이 했다. 진작에 먼저 말을 꺼내 성본 변경했어야 하는데, 할머니가 걸려 그리 말하지 못했다"고 미안하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고민입니다.

친아버지에 대한 미안함이나 죄책감은 없습니다.

왕래가 없는 동안에도 친아버지의 병원비나 술주정을 오롯이 감내했고... 

지난주에 친아버지 사망 이후 친구와 친척들에게 빌린 도박 빚도 저희 형제가 모두 해결했습니다.

죽을 만큼 싫지만 그래도 우리를 세상에 존재하게 해준 분이어서 그랬고..

친구와 친척들에게 최소한의 도리를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이미 나이가 30대 중반, 동생 나이는 30대 초반인데.. 

바꾸는 것이 고민입니다. 

둘 다 사회생활 경력이 7년 가까이 되고.. 동생은 교직에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이걸 어떻게 설명하고, 직장 동료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저도 행정직 공무원이라.. 직장에 이름을 변경하고 사유를 설명하는 것이 부끄럽기도 합니다. 

새아버지와 어머니는 성본변경을 하고...

내년과 내후년에 있을 저와 저희의 결혼식..

그리고 먼 훗날 있을 새아버지, 어머니의 장례식에도 당당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