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정치 얘기를 하시는 아버지64

자기 얼굴에 침 뱉기라 고민포럼에 익명글로 쓸 수 밖에 없는 점 죄송합니다.

일단 저는 정치나 정당 싸움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제가 살아온 가정 환경과 배경이 그랬고요. 어려서부터 30대까지 부모님이 정치 얘기하시는것 들어본적도 없고, 부모님도 항상 정치 얘기 하지 마라 괜한 말싸움이 될 뿐이다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어디서 정치 얘기를 자제하고 제 중도 성향에 대해서 밝히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정치나 정당에 관심을 두지 않을뿐 국민의 권리인 투표는 절대 빠지지 않고 행사 했습니다.

당연히 그 기준도 저의 삶에 얼마나 득이 되느냐가 중요했지 당색은 중요치 않았습니다.

1. 전과가 있는가? (도덕성)

2. 지금까지의 성과가 무엇인가? (능력)

3. 어떤 정책을 들고 나왔는가? (비전)

이 세가지만 봤고 진보냐 보수냐는 판단 기준에 없었습니다.

네. 서두가 너무 길었네요.

지금까지 저는 저 처럼 부모님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계실거라 여겼고 그런줄로만 알았습니다.

선거날도 서로 투표했냐 투표 하셨어요? 정도만 묻고 서로 누구 뽑았는지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을 정도 였습니다.

그런 아버지께서 올 여름쯤 부터 저에게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재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 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저는 그 질문에 크게 당황했는데 제가 살면서 아버지 입에서 특정 정치인의 이름이 언급되었던걸 들어본적이 없기 때문이에요..

솔직히 저는 그 전까지도 지금도 이재명에 대해서 크게 생각이 없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소년공으로 일하다가 인권변호사가 되고 성남시장 거쳐 대권 주자가 되었다' 정도가 제가 알던 전부였습니다.

(이 부분만 봐도 제가 대선투표에서 이재명을 뽑지 않은게 드러나겠죠? 누굴 뽑았는지는 노코멘트 입니다.. 여기는 이를 안 뽑았다는것 만으로도 비난을 받는 곳이니 그래서 글도 익명이고요)

어쨋든 그 질문을 시작으로 이재명 형수 욕설 등의 사건을 말씀하시며 야당대표나 대권주자를 하기에는 '도덕성' 이 결여되었다며 비판을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정점은 이번 계엄 관련 뉴스를 볼때였습니다.

며칠전 본가에 갈 일이 있어 같이 밥먹으면서 뉴스를 보는데 윤의 계엄에 대해서 나오는데 아버지의 발언이 '도대체 왜 저런 실수를 했지?' 였습니다.

윤은 지금까지 잘했는데 순간의 판단 '실수' 로 계엄을 시도했다 라고 생각하시는것 같았습니다.

아들인 제가 듣기에도 참 위험한 생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버지가 안계실때 다시 본가를 찾아가서 어머니께 이런저런 궁금증을 여쭤봤습니다.

요즘 아버지 주변에 정치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몇 있는데 대부분 이재명 비난하는 사람들이라 아버지도 물이 들었나보다 하십니다. 제가 없을때는 뉴스 볼때마다 이재명이는 형수한테 쌍욕한 놈이라 도덕적이지 못하다 하신다고 어머니도 듣기 싫다고 하시더라고요...

평생 정치에 관심도 없고 얘기도 않던 양반이 뭐 얼마나 알고 이니 윤이니 하면서 정치 얘기를 하시는지 이해도 안되고 왜 저러시나 그만 하셔라 잔소리 하신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 형수욕설 사건에 대해 제가 먼저 알고 싶어서 이래저래 찾아보니 정확히 누구의 잘잘못을 명확히 따지기에는 너무 복잡한 개인사와 가정사가 얽혀 있는 문제더군요.

1. 이측 - 형이 먼저 어머니 폭행 협박 했기에 형수에게 미러링(당신이 당한다면 어떻겠냐?!) 한것이다.

2. 이 욕설 비난측 - 일단 앞뒤 상황 배제하고 이가 형수에게 욕한건 무조건 잘못이다.

저는 이 문제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준다는것 자체가 불필요한 소모라고 판단되는데 아버지께서는 옛날 사람이라서 그러신건지.. 주변에서 세뇌를 하는건지.. 그냥 이재명이는 형수에게 욕한놈이라 대통령 하기에는 도덕적으로 잘못되었다 라고만 하시네요.

휴.. 살다 살다 우리집에서 정치 얘기를 고민으로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아버지께 다른 말씀은 안드리고 '아버지께서 저한테 그러셨듯이 어디서 절대 아버지 성향이나 보수측이든 진보측이든 비난하시면 안된다 요즘은 특히 더 큰 싸움이 될 수 있다 조심하셔야 한다' 신신 당부를 했는데... 걱정입니다.

 70을 넘기셔서 전보다 감성적이되시고 판단력이 많이 흐려지신건가 싶기도 하고요.

어떤 측에 서 있던 끈임 없이 의심하고 검증해야한다고 저는 생각하는데.. 그런 말씀 드리면 지금까지 살면서 겪어보지 못한 아버지와의 설전을 하게 될 것 같아 아무 말도 못하는 중입니다.

여러분들이라면 어쩌시겠어요?

뭐가 진실인지 아버지와 같이 알아보려고 노력하시겠어요? 아니면 그냥 믿고 싶은데로 믿게 두시겠어요..?

새벽에 이런저런 고민에 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