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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사연 있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저도 어릴 적부터 너무 힘들었습니다. 어머니는 얼굴조차 본 적 없고, 평생 보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에 폭력적이었고 학대도 심했습니다. 그래서 성인이 되면 저 사람을 죽이고 말겠다고 다짐했지만, 결국 마음이 약해 그러지 못했습니다.
성인이 되기 전에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월세와 생활비를 모두 제가 부담했고, 성인이 된 후에도 계속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아버지가 집에 불을 지르겠다며 가스관을 자르려고 해서 신고를 했습니다. 그 순간, “이대로 살다가는 내가 죽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경찰이 있는 틈을 타 옷가지와 가방만 챙겨 나왔습니다. 그때 집을 나온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술을 마시고 길에 쓰러져 있는 아버지를 경찰이 모셔다준 적도 있었고, 그 때문에 경찰관이 제 개인 번호까지 알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말 집안 상황이 답이 없으면 뛰쳐나오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집을 나온 지 20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저도 그동안 정말 고생 많이 했습니다. 지금은 제 가정환경을 이해해주는 아내와 장모님, 장인어른을 만나 정말 가정다운 가정을 이루었습니다. (아이를 낳을 생각은 없습니다.) 올해는 구축이지만 아파트도 마련했고, 이제 조금씩 잘 풀려가는 느낌이 듭니다.
아내와 둘이 먹고 살 만하고, 장모님과 장인어른은 본인 생계를 잘 꾸리시며 오히려 우리에게 뭐라도 주려고 하시는 모습을 보면 정말 놀랍습니다. 원래 부모님이 이런 거구나 싶습니다.
아버지와는 집을 나온 이후 20년 동안 연락이 거의 없었고, 딱 한 번 연락이 왔었습니다. 그때는 기초생활수급자 신청과 관련된 일이었습니다. 자식이 있으면 안 된다고 해서 제 사연을 편지지에 모자를 만큼 적어 보냈습니다. 결국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신 것 같습니다. 그때도 아버지가 빚이 있다고 말했는데, 저는 “그건 모르겠고, 제가 아버지 이름으로 만들어둔 청약저축 통장과 비밀번호를 알려드릴 테니 그걸로 갚으시든 말든 알아서 하세요.“라고 하고 이후 모든 연락을 끊었습니다.
얼마 전, 기초생활수급자인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우편을 받았습니다. 시신을 인도하지 않으면 나라에서 장례 절차를 진행한다고 하더군요. 미연고자로 처리되어 국가가 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나라 복지 좋다”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저는 마음이 약해서 집을 나올 때도 운 좋게 결심했을 뿐입니다. 만약 아버지가 중간중간 몸이 아프다거나 돈이 없다면서 저를 찾아왔으면, 저는 여전히 밑바닥 인생에서 돈을 뜯기며 살았을 겁니다.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모든 것을 끊었는데, 이제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마음이 한편으로는 홀가분하면서도, 천륜이라는 것이 신경 쓰이는 게 사실입니다.
아버지의 친척으로는 누나와 동생이 있지만, 어릴 적부터 괴롭히고 돈을 뜯겼던 사람들이라 그들도 아버지와 연락을 끊었습니다. 제가 아니었다면 진즉 손절했을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누가 장례를 치러줄 것 같지 않아 제가 마지막으로 해드리려고 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행히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돈을 모아둔 터라 경제적으로는 문제가 없습니다. 약 400~500만 원 정도 있는데, 어차피 올 사람도 없으니 최대한 간소하게 장례 절차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빈소 없이 화장만 진행하려면, 해당 지역 주민센터에 연락해서 연계받아야 할까요?
혹시 아버지께 빚이 남아 있을까 걱정돼서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해야 한다고 하던데, 변호사 비용으로 약 100만 원 정도는 남겨두어야 할지 고민입니다.
개인적으로 아버지가 살던 곳이나 유품, 아버지의 모습, 사진 등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 것들은 평생 기억에 남아 현재의 저와 제 가족에게 심리적으로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됩니다. 그래서 장례 절차는 저 혼자 진행하고 싶습니다. 단지 사람들이 인간의 도리라고 말하는 그 절차를 간소하게, 빠르게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혹시 이런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해보신분 계실까 글을 남겨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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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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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시던 대답은 아니시겠지만 일 잘 마무리하시고 복이 있으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