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캘리포니아 \'까마릴로 프리미엄 아울렛\'2

사람이 사는 어떤 곳이든지,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고 ‘문화’를 만들어 낸다. 문화는 사실 인간이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하나의 ‘형태’이며, 당연하게도 ‘위치’에 따라 문화는 달라진다. 이것이 각 국가별로, 심하게는 각 지방별로, 동네 별로도 문화의 형태가 다른 가장 근본적인 원인일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자연 환경적인 차이는 대단히 크다. 일단 국토의 면적과 자원부터, 기후와 역사 등 모든 면에서 공통점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이다. 특히, 아무리 기계 문명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도저히 극복하기 힘들 물리적인 차이인 ‘면적’으로 인한 문화의 차이는 바로 ‘스케일’의 차이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 ‘스케일’의 차이를 가장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 ‘마트’와 ‘아울렛’이 아닐까 한다. 한국의 ‘슈퍼마켓’이 ‘구멍가게’의 다른 이름이라면, 미국의 ‘슈퍼마켓’은 한국의 ‘마트’보다 더 거대한 존재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아울렛’은 평면적인 구성의 ‘백화점’과 비슷하면서도, 미국적인 생활 방식과 ‘스케일’을 잘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 패션코트에 들어서면 지중해풍 건물들이 주차장을 횡 둘러싸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미국식 생활 방식’의 상징은 여러 가지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음식 문화와 입식 주거문화 등, 다양한 점이 제시될 수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현대의 ‘미국식 생활 방식’의 상징이라면 ‘자동차’를 꼽을 수 있다. 당장 어디를 가더라도 자동차 없이는 움직일 수 없으며, 미국 생활에서 자동차가 없는 것은 다리가 없는 것에 비교될 정도이다.

이런 문화의 차이는 이 ‘아울렛’의 입지 조건부터 영향을 끼쳤다. 한국에서의 컨슈머 대상 소매 시설은 도심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거의 볼 수 없다. 이는 한국의 소비자들이 주로 구매 활동을 하면서 자동차를 가지고 가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이며, 자동차가 있다고 해도 굳이 먼 거리를 가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1인 1 차량’에 가까운 미국의 생활 방식에서는 입지 조건의 개념이 달라진다. 워낙 땅덩이가 넓고 이동거리가 긴 만큼, 한국에서는 다소 먼 거리일지라도 미국에서는 ‘옆 동네’처럼 보이게 된다. 덕분에 아울렛들은 도심에서 자동차로 보통 1시간 이상 가야 하는 곳에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이는 단순히 ‘비용’의 문제보다는 그들의 생활 양식에서 찾아야 할 문제이다.

직접 찾아간 곳은 '까마릴로 프리미엄 아울렛'(Camarillo Premium Outlets)으로, LA 도심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있었다. 과장 좀 보태면, 서울에서 대전까지 정도의 거리를 이동한 것이다. 한국에서 이 정도 거리를 가서 물건을 산다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받기 십상이지만, 미국은 이런 것에 큰 거부감이 없는 듯 하다.

▲ 지도의 끝에서 끝까지. 걸어 가는 데에는 한 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아울렛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각 업체의 매장들의 집합이라 보면 된다. 규모는 한국의 대형 매장과는 이미 개념 자체가 다르다. 각 매장들의 크기도 만만치 않으며, 이를 걸어서 이동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물론 이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기본적으로 자동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런 점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또한 보행을 위한 시설도 필요 최소한의 시설만이 갖추어져 있다.

아울렛 안에 있는 업종들도 다양하다. 보통 구역별로 매장이 집중되어 있으며, 매장 이외에도 문화 시설로 극장 등이 위치하고 있다. 각 ‘코트’ 별로 거리가 만만치 않은 만큼, 자동차로 둘러보면서 필요한 브랜드의 매장이 있는 코트로 이동하여 주차를 하고 물건을 구매하는 식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런 형태를 고려해서, 한국처럼 주차장과 매장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거나, 매장 중심으로 공간이 배치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각 ‘코트’는 주차장을 중심에 두고 주변에 배치되어 있다. 소비자가 자동차를 사용해 코트에 진입했을 때,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매장에 접근할 수 있게 한 독특한 공간 활용 방법이다.

▲ 야자나무가 작아 보이는 규모의 건물이지만 지상층 1층만 사용한다.

각 매장의 크기는 당연히 한국의 백화점이나 마트 등의 매장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크다. 큰 매장은 왠만한 대형 마트급의 넓이를 가진 매장도 있으며, 이런 매장들의 집합인 아울렛은 걸어서 돌아다니기에 힘든 것이 당연하다. 오히려 어떤 브랜드의 어떤 제품을 살 지 미리 결정하고, 차로 매장 근처까지 이동해서 물건을 구매하는 ‘계획적 구매’가 필요하다.

한편, 유난히 아울렛이 넓어 보이는 이유가 있는데, 주위를 둘러 보면, 지붕이 높은 건물은 있지만, 2층 건물도 대단히 드물며, 하물며 2층까지 ‘매장’으로 쓰는 매장은 없다. 더구나 한국처럼 하나의 건물에 두 개 이상의 브랜드가 들어가는 일은 도저히 보기 힘들다. 이러다 보니, 넓은 1층 건물들의 평면적 배치 덕분에 전체 규모는 말 그대로 ‘대륙의 스케일’이 된다.

▲ 바다 건너에서 만난 익숙한 브랜드. 그런데 스케일이...???

유통 구조에서 대형 매장과 물량의 ‘박리다매’ 가 가져오는 장점은 역시 ‘싼 가격’이다. 박리다매와 함께 유통 비용 요소를 최소화한 유통 구조 덕분에 아울렛에서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의 가격은 시중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여기에 다양한 할인 이벤트들까지 적용되면, 좋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단, 이는 매장 특성에 따라 달라지므로 가기 전에 미리 확인해봐야 할 것이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구매할 경우엔 가격적인 조건에서 더 각별할 경우가 많다. 직접 가서 개인 용도로 사 오는 경우에는 교통 비용을 제외할 경우 관세나 수입사 정책 등 여러 가지 변수가 빠지게 되면서 저렴하게 구할 수 있게 된다. 물건 하나를 사기 위해 바다를 건너 가는 건 당연히 수지가 맞지 않지만, 겸사겸사 가서 구해오는 건 시도해 볼 만 한 일이다.

물론, 단순히 가격만을 생각하고 무리해서 ‘지를’ 경우, 개인과 가정 경제에 파탄이 올 가능성은 물론이며, 당장 세관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언제나 지름은 적당히,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수준에서 머물러야 할 것이다. 어디에 있든지 간에, 계획적인 소비는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하자. 언제나 ‘그분’을 영접하는 일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그나마 패션코트가 가장 작은 구역이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 규모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보기 힘들었던 ‘아울렛’형태의 상가 구성도 이제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몇몇 ‘아울렛’들이 이제 국내에서도 선보이고 있으며, 그 중에는 비교적 미국의 그것과 유사한 형태의 구성을 가진 것도 있다. 하지만 미국 본토의 그것만큼 큰 스케일을 보여주고 있지는 못하다.

이는 한국과 미국의 ‘개념’과 ‘현실’의 차이 때문이다. 어떤 문화적 요소가 국경을 넘고, 문화를 넘어 들어오는 데는 ‘현지화’가 필요하며, 분명히 한국과 미국의 생활 ‘문화’와 크기에 대한 ‘개념’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어느 한 쪽을 정의라고 할 수 없는, 양쪽을 모두 존중해 줘야 할 부분이다.

이런 논란을 떠나서, 역시나 ‘대륙’의 거대한 ‘스케일’은 직접 보면 감탄할 수밖에 없다. 넓은 전체면적과 함께 크고 넉넉한 사이즈의 건물, 주차 걱정 없는 주차장, 구역별 이동을 위해 자동차를 사용해야 할 정도의 여유로운 공간은 한국의 그것과 비교해 볼 때 대단히 신선하게 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