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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트의 아틀리에 시리즈는 정작 '게임'으로는 못 즐겨보고, 다른 형태의 컨텐츠로만 접해 선입견이 좀 있다. 아무래도 전작을 못해봤으니 게임성을 알 도리가 없다. 그런 한계가 분명히 그어진 상황에서, 플레이스테이션3 버전으로 나온 '로로나의 아틀리에'는 굳어져 있었던 선입견을 깨어나가는 과정을 만들어냈다.
게임 이전에 콘텐츠 자체가 어여쁜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라 마왕과 싸운다거나 세계를 구한다거나 하는 스펙타클한 일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둔다. 폐업 직전의 아틀리에를 살려 사실상 거저 인계를 받는 한 실업계 여성의 성공스토리인데, 이런 배경 때문인지 성과와 실적, 그리고 돈벌이에 은근히 연연하는 작업이 주종을 이룬다.
그래도 게임에 삽입된 애니메이션이나 각종 발랄한 연출은 보는 이를 흐뭇하게 만들어주는 그 무엇이 있다. 특별히 자극적인 소재를 다룬 것도 아니고, 나오는 캐릭터들도 대개 선역들이라, 울컥하는 마음에 싹 다 밀어 버리기 위해 레벨업에 골몰해야 하는 그런 일은 없다. 다만, 성공을 위해 달려가는 아가씨의 이야기라 그러기 위한 사회생활이 비중있게 펼쳐진다. 레벨 노가다 식 플레이는 번지수가 틀리다.
▲ '여고생 판타지'의 결정체. 발랄함이 흘러 넘쳐 홍수를 이룬다.
3년 이라는 시간제한이 명확하게 그어져 있어, 시간에 연연하지 않고 게임을 하는 사람에게는 압박감이 어느 정도 있다. 그 사이에는 마음대로 하라고 하지만, 그 마음대로 할 것이라는 것이 아이템 콜렉션, 인맥 콜렉션이라 즐기기에 있어 다소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다. 환타지 분위기가 물씬 풍기나 실상은 산업근대화사회라는 모순된 분위기도 할 일을 매우 많게 하는 요인이다.
롤플레잉 게임에서 마법사 잘 키워서 광역으로 필드를 평정하는 그런 식의 플레이나, 전사에게 아이템을 발라서 무력으로 전열을 녹이는 그런 식의 플레이를 즐기는 사람은 다소 답답할 방식으로 전투 등 주요 이벤트가 진행된다. 아이템 활용이 매우 비중있게 다뤄지는 형편인데, 때문에 수집과 매입, 조합 등 콘솔 기반 롤플레잉들이 많이 보여주는 일련의 작업이 이벤트에 앞서 먼저 정리되어야 한다.
특히 주인공인 로로나는 '연약한 아틀리에 소녀'라는 컨셉이 있어서 그런지 직접 칼을 뽑아들고 나서는 격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는 달리 이야기해 로로나를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라는 뜻이다. 특히 로로나는 '아이템'으로, '커맨드'로 파티를 다룬다. 단순히 O 버튼 연타로 전투가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투 자체를 이벤트로 즐기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 산뜻하면서도 미려한 그래픽은 '역시'다 싶음. 그런데 화면이 좀 횡함.
PS, PS2 계열 일본식 게임들이 방대한 하드디스크와 엄청난 연산능력을 지닌 PS3 하드웨어로 오면서 리소스를 쓰려다 보니 게임 볼륨을 구성하는 요소를 불필요하게 늘리는 경향이 있다. 이 때 주로 활용되는 방식이 단순히 '수집-소비' 패턴으로 이용되던 아이템을 '수집/획득/구매-관리/조합/기획'식으로 패턴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로로나는 바로 이 '아이템 마스터'.
그나마 다행이라면 수집욕을 자극하는 그런 요소는 덜하다는 점이다. 99999... 식으로 꽉 채우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면, 특별히 유니크, 레어 무기 아이템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이런저런 퀘스트를 클리어하면서 얻는 인간관계와 기연을 통해 좋은 아이템을 얻어 쓸 일 생길 때 쓰면 되는 그런 구조다. 사실상 '아이템 마스터'인 캐릭터가 주인공인 게임치고는 아이템에 대한 압박이 다소 덜한 편이다.
게임을 즐기면서 보면 성우들의 캐스팅과 연기들이 만족스러운 수준이어서 기분 좋게 밝은 느낌의 게임 속 세상을 여행할 수 있다. 아쉽다면 정식발매된 타이틀이 일본어 버전이라, 한글만 쓰는 사람은 스토리를 100%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다. 그리고 간간히 돌출되는 버그 정도? 후자는 다행히 네트워크 패치로 나아지고 있는 부분인데, 때문에 '한글화'가 되지 않았음이 유독 매우 안타깝게 느껴진다.
▲ 외국어, 그리고 버그. 그 두 가지만 극복한다면 밤새 하고도 남을 게임.
전체이용가 / 평점 : 7점(10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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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G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