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비트매니아 IIDX 16 : Empress (PS2)

'서브컬처'를 알고 있는가? 대중 문화의 반대편에 있는,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그들만의 문화'를 흔히 '서브컬처' 라고 부른다. 대체로 대중적인 문화의 흐름은 한 사회에 한 줄기가 흐르지만, 서브컬처는 여러 가지가 존재하며, 이는 흔히 '개인 취향' 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또한 사람들은 이 주류 문화와 함께 취향이라 불리는 '서브컬처'를 취미로 하나쯤 가지기도 한다.

게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스타크래프트'를 앞세운, 각종 게임 리그가 열릴 정도의 게임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면, 정말 '하는 사람들만 하는' 게임들이 '서브컬처' 를 만든다. 이런 '서브컬처' 같은 게임들의 특징은, 처음 시작이 참 힘들다는 것이고, 오랜 시간 해 온 사람들만이 남아 전체적인 플레이어들의 수준이 대단히 높다는 것이다.

이런 게임들은 '하는 사람들만 하는' 만큼, 게임의 난이도도 대단히 높고, 처음 게임을 접하는 사람들이 파고 들기 쉽지 않다. 전통적으로 시뮬레이션 계열 게임이 이 길을 걷고 있고, 최근에는 FPS와 대전 격투 게임이 이 길에 접어들었다. 이 중에서 지존의 비석을 세운 장르는 '비행 시뮬레이션'과 각종 '리듬 액션'이고, 비트매니아(Beatmania) 시리즈는 전설을 만든 선구자적 존재다.

▲ 이제 IIDX도 16번째, 난이도도 더 올라갔다.

코나미의 리듬액션 계열 게임들이 국내에 처음 선보인 지도 10여년이 훌쩍 지났다. 10여년이 지나면서 이 게임들은 이제 대중성보다는 하드코어 게이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전반적인 난이도는 예전에 비해 크게 올라갔지만, 게이머들의 적응력은 이미 이를 초월했으며 이제는 말 그대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는 비단 비트매니아의 문제가 아니라, 리듬액션 계열 전체가 가진 한계다. 덕분에 비트매니아도 초기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변했다. 버튼은 IIDX에 들어오면서 7개로 늘었고, 곡 난이도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올라갔다. 같은 레벨의 곡이라도 예전 곡과 신곡들의 체감 난이도는 격세지감을 넘는 뭔가가 느껴질 정도다.

이 '난이도' 문제에는 언제나 시리즈를 장식하는 '보스곡'이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보스곡이 '전설'을 만들어 왔으며, 이번 시리즈에도 어김없이 상상을 초월하는 곡들이 포진한다. 하지만 게이머들의 도전 본능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한계를 뛰어넘을 것이 분명하고, 시리즈가 반복되면서 계속 난이도의 악순환(?)이 이어진다.

▲ 난이도는 이쯤 되면 '신의 영역'

당연하지만 이번 '비트매니아 IIDX 16 : Empress'에서 시스템적, 그래픽적인 변화는 '없다'. 단지 내부의 곡 데이터와 배경 영상들이 바뀌었을 뿐이다. 음악을 중심으로 하는 게임이니만큼 음악이 바뀌면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되는 셈이고, 기본 시스템은 시리즈 초기부터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이 게임 그래픽이나 시스템의 변화를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다.

이번 패키지는 구성도 16 본편과 프리미엄 베스트, 두 장이다. 이제는 낡은 플랫폼이 되어 버린 PS2로 나오는 마지막 시리즈이기도 하다. 프리미엄 베스트와 함께 구성된 이 패키지는 PS2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의미도 가지고 있는 셈이다. 프리미엄 베스트에는 지금까지 이 시리즈에서 인기있었던 명곡들이 수록되어, 마지막 '총집편'을 완성한다.

물론 이 게임은, 단지 패키지만으로는 즐기기도 쉽지 않다. 비트매니아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버튼과 턴테이블이 있는 전용 컨트롤러가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필요하다. 문제는 이 컨트롤러가, 가격은 둘째 치고 아예 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덕분에 이 게임은 신작이지만 기존 유저들을 위한 '마지막 서비스' 같은 존재다.

▲ '플레이스테이션 2'에서의 마지막 비트매니아. 새삼 감회가 새롭다.

12세 이용가 / 평점 : 7점 (10점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