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프로야구 스피리츠 2010 (PSP)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되면서 주말마다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고 있다. 적시타 한 방, 홈런 한 방, 실책 한 번에 두 팀의 명암이 엇갈리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기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감독들의 전략을 지켜보는 재미는 야구가 아니면 얻을 수 없다. 적어도 현 시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로 ‘야구’를 꼽아도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4월에 갑작스레 눈이 내리는 등, 뜻하지 않은 일로 경기가 취소되기라도 하면 ‘다음 경기는 언제 할까’ 신경 쓰여 인터넷 검색에 나서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이웃나라 일본의 야구 사랑도 우리나라 못지 않다. 총 12개의 프로 구단이 ‘퍼시픽 리그(Pacific League)’와 ‘센트럴 리그(Central League)’ 등 두 리그로 나누어져 경기를 벌이며, 여름에는 우리에게 ‘갑자원’으로 더 친숙한 코베의 코시엔 구장에서 고교 야구의 최강자를 가린다. 특히 센트럴 리그에 속한 ‘요미우리 자이언츠(Yomiuri Giants)’와 ‘한신 타이거스(Hanshin Tigers)’의 기세 싸움은 대단하다. ‘한신’을 미느냐, ‘쿄진’을 미느냐에 따라 한 집안에서도 싸움(?)이 벌어지곤 한다.

특히 20여 년 전부터는 ‘무등산 폭격기’ 선동렬을 필두로, 이승엽, 김태균, 이범호 등 국내 선수들이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해 선전하고 있다. 반대로 카도쿠라 등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이 국내 리그에서 활약하기도 한다. 최근 2~3년간은 WBC(World Baseball Classic), 올림픽 등을 통해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가 팽팽한 대결을 벌이면서, 일본 프로야구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메이저 리그의 시원시원한 ‘빅 볼(Big Ball)’과는 또 다른, 치밀하고 계산된 ‘스몰 볼(Small Ball)’이 바로 일본 프로야구이다.

▲ 일단은 조작법부터 확실히 익히고 가야 후환이 없다.

‘위닝 일레븐(Winning Eleven)’으로 잘 알려진 코나미(KONAMI)에서는 무려 여덟 종에 달하는 야구 게임을 내놓으며 일본 프로야구에 관심이 있는 게이머들을 유혹하고 있는데, 실제 경기에 가장 흡사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라인업이 바로 ‘프로야구 스피리츠’다. 이 게임은 지난 2004년부터 PS2(PlayStation 2)로 처녀작이 출시된 이후로 최근에는 PS3로 영역을 확장했다. 하지만 PSP(PlayStation Portable)용으로는 출시되지 않았는데, 최신작인 ‘프로야구 스피리츠 2010’은 PS2, PS3, PSP 등 세 기종으로 동시에 출시되었다.

‘어느 누가 플레이해도 프로야구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이번 시리즈는 프로스피 입문, 대전, 애드혹, 페넌트 레이스, 스피리츠, 트레이닝, 홈런 경쟁, VP샵 등의 메뉴로 구성되어 있다(설정 제외). ‘프로스피 입문’은 처음 게임을 즐기는 초심자를 위한 모드로, 야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투구, 수비, 타격 도루 등을 연습하며 익히게 해 준다. 특히 이 모드는 한 번쯤 거쳐 봐야 한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일본의 야구 용어나 조작법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 한 단계를 끝날 때마다 빅토리 포인트(VP, Victory Point)가 차곡차곡 쌓인다.

‘프로스피 입문’으로 기본기를 익혔다면 ‘대전’ 모드에서 실제로 컴퓨터와 대전을 벌일 수 있다. 마음에 드는 팀을 고르고, 대전하고 싶은 팀을 고르고, 원하는 구장에서 경기를 펼치면 된다. 현실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한 ‘드림 매치’가 가능하다는 것이 이 모드의 최대 장점이다. 실제로 선수가 되어 치고 달리고 던질 것인가, 감독이 되어서 작전만 내릴 것인가만 결정하면 된다. 세기의 빅 매치를 재현하고 싶다면 컴퓨터끼리 싸우게 놔두고 가만히 지켜보는 것도 가능하다. 마치 TV 중계를 보는 것처럼 선수에 대한 소개가 나와서 지루하지 않다.

▲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시합’도 게임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

‘대전’ 모드에서 질리면 ‘페넌트 레이스’에서 한 팀을 골라서 최대 5년간 키워 나갈 수 있다. 항상 운이 없어서 순위에서 밀려났던 약체 팀 팬이라면 그 동안 쌓였던 한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시합이 없을 때는 감독이 되어서 팀을 관리하고, 시합이 열리면 실제로 선수가 되어 경기장에서 뛰면서 착실히 팀의 성적을 끌어 올려야 한다. 시즌이 아닐 때는 전지 훈련을 나갈 수 있고, 평소 결정적인 순간에 발목을 잡던 선수는 다른 팀에 넘기거나 은퇴시키는 악덕 감독(?)이 되어도 선수들은 불평 불만 한 마디 없이 따른다.

‘스피리츠’ 모드도 눈길을 끈다. 경기를 펼치거나, 전지훈련을 나가면서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키워 나간다. ‘VP 샵’에서는 여러 모드를 거치면서 모았던 빅토리 포인트를 이용해 각 구단의 유니폼 등 특정한 아이템을 살 수 있다. 하지만 ‘VP 샵’의 가장 큰 효용성 중 하나는 바로 선수를 ‘각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합법적인 ‘도핑(Doping)’인데, 이렇게 각성을 거듭한 선수들은 어느새 괴물 투수/타자가 되어 꼭 필요한 ‘한 방’을 날리는 존재로 거듭난다. 다만 빅토리 포인트를 부지런히 모아야 하므로 다소 ‘앵벌이’가 필요하다.

‘프로야구 스피리츠 2010’은 전반적으로 ‘친절한’ 게임이다. 무턱대고 게임에 도전하기 보다는, ‘프로스피 입문’을 통해 기본기를 익혀두고 게임에 들어가면 나름대로 즐길 수 있는 어렵지 않은 게임이다. 단, 이 ‘친절한’ 이라는 형용사에는 하나의 조건이 따른다. 바로 ‘일본어를 아는 사람에게’ 친절하다는 의미이다. 일본 프로야구까지 챙기고 있는 게이머라면 언어의 장벽에 가로막힐 일은 없을 것이지만, 그래도 도전하고 싶다면 ‘프로스피 입문’은 필수 코스다. 치고, 뛰고, 던질 줄만 알아도 절반은 이해한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 ‘VP 샵’으로 아이템 모으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전체이용가 / 점수 : 8점 (10점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