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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의 결혼한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제일 걱정인 것이 뭐니뭐니해도 ‘양육비’이다. 소득공제를 받고, 무슨 무슨 신용카드를 써서 할인을 받아도 결국 나가는 돈은 마찬가지란다. 특히 아이들이 커가면서 사 달라는 물건의 가짓수도 많아지고, 금액도 늘어난다고 한다. 때문에 부모들의 눈 높이에서 사 줄 만한 것은 사 주고, 필요 없다고 하는 것은 거절하게 된다. 하지만 이럴 때 아이들이 사용하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바로 “다른 애들도 갖고 있단 말이에요” 다.
다른 애들도 다 가지고 논다는 데 우리 애만 뒤쳐질까 봐, 많은 부모들은 오늘도 카드 결제일과 이용한도, 소득공제와 월급날을 견주어 보고 카드를 긁게 된다. 이런 부모들의 심리를 공략하기 위해서인지, 장난감 제조 업체들도 매년 새로운 상품을 내 놓으면서 공략한다. 이러다 보니 ‘장난감’이라는 물건이 놀이를 위해 필요한 도구가 아니라, 놀이를 하기 위해 필요한 ‘자격증’으로 둔갑한다. 천 원짜리 딱지 한 장 사서 후후 불면서 높네 낮네 했던 시절과는 천지차이다.
최근 허드슨(Hudson)이 개발하고 코나미 디지털 엔터테인먼트(Konami Digital Entertainment)가 내놓은 ‘메탈 베이 블레이드-사이버 페가시스’ 역시 이런 부모들의 고민을 더해 주는 상품이다. 이 게임은 원작 애니메이션인 ‘메탈 베이 블레이드(원제 : Metal Fight Bey Blade)’를 바탕으로, 본편에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원작 애니메이션은 국내에서도 케이블 채널 투니버스(Tooniverse)를 통해 2009년과 2010년에 걸쳐 방영되었다.
▲ 스토리 모드에서는 ‘메탈 베이 시티’를 돌아다니며 활동한다.
이 원작 애니메이션 내용은 주인공이 원격으로 조종 가능한 팽이인 ‘메탈 블레이드’를 가지고 여러 대회에 출전하면서 동료들을 만나고, 시합을 벌이면서 성장해 나간다는 지극히 평범한 내용이다. 이는 저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플롯이며, 지금까지 수 많은 애니메이션이 답습해 와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다만 등장하는 장난감이 무엇인지, 그리고 얼마나 멋있게 그려지는 지가 더 중요하다. 꿈과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는 스토리 이면에는 어른들의 잇속 챙기기가 숨어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이다.
이처럼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얻으면서, 관련 완구를 유통하고 있는 손오공에서는 주말마다 전국에서 ‘메탈 블레이드’ 대회를 벌이고 있다. 꽤 넓은 ‘아레나’에서 두 플레이어가 팽이를 격돌시키면서 장외로 상대방의 팽이를 밀어내는 원초적인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된다. 하지만 팽이를 구입해서 승리를 위해 튜닝하는 데도 상당한 돈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경기가 열릴 때마다 행사장에 쫓아가서 참여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 게임은 이런 물리적, 금전적 문제를 뛰어넘어서 게임기(닌텐도 DS)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경기를 벌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게임에만 등장하는 주인공 ‘하늘’이 원작에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주인공 ‘강타’등의 등장인물과 배틀을 벌이면서 자신만의 팽이를 만들어 가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평소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한 번쯤 배틀을 벌이고 싶어지는 것은 그 나이대 어린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드림 매치’인데, 이 게임에서는 그것이 가능해진다.
▲ 항상 배틀은 뒷산(...)에서 벌어지는 법!
게임은 크게 스토리 모드와 배틀 모드로 구성되어 있다. 스토리 모드에서는 플레이어가 게임의 주인공인 ‘하늘’이 되어, 원작 애니메이션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를 진행하며 자신의 메탈 블레이드를 업그레이드하고, 경기를 거치면서 성장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원작 애니메이션의 등장인물들도 나타나며, 자신의 메탈 블레이드를 ‘피트’에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다만 실제 메탈 블레이드 대신 터치펜을 이용하므로 처음에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스토리 모드 초반에 등장하는 튜토리얼을 정확히 따라가면 어렵잖게 마스터 가능하다. 원작 애니메이션을 충실하게 보았다면 그다지 문제되지 않을 부분이다.
하지만 이 게임의 백미는 다름아닌 ‘배틀 모드’이다. 게임 내에서 제공하는 Wi-Fi 대전 기능을 이용하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시간대에 멀리 떨어진 장소에 있는 사람과 배틀을 벌일 수 있다. 이렇게 배틀을 벌인 결과는 서버에 저장되며 순위도 매겨진다. 단, 이 배틀 모드는 닌텐도 DS가 내장하고 있는 무선랜 기능을 활용한 것이므로, 무선랜으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환경에서만 의미가 있다. 주위에 닌텐도DS는 있지만 게임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DS 다운로드 플레이 기능을 이용해 아쉬운 대로 배틀 모드 대전을 벌일 수 있다.
‘메탈 베이 블레이드-사이버 페가시스’는 원작 애니메이션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므로 원작을 아는 어린이들에게는 또 다른 재미를, 원작을 모르는 어린이들도 ‘메탈 블레이드’의 속성을 익히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임이다. 한정판을 구입할 경우 게임의 주인공이 사용하는 팽이도 함께 주어지므로, 게임을 통해 룰을 익힌 다음에는 ‘리얼 월드’로 나가서 게임을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한글화 수준도 흠잡을 데 없다. 단, 이 게임을 접한 뒤에 추가로 나갈 예산에 대해서는 고민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실제 팽이의 대전 데이터를 연동해서 게임 속에서도 즐길 수 있는 액세서리도 발매된 모양인데, 이것이 우리나라에는 들어오지 않은 것이 불행 중 다행일지도 모른다.
▲ 게임 패키지에는 ‘한정판 팽이(6세 이상 이용가)’가 번들로 제공된다.
전체이용가 / 점수 : 8점 (10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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