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텔 코어 i7 870 프로세서1

인텔이 네할렘(Nehale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프로세서와, 이에 맞춘 새로운 플랫폼을 출시한 지도 이제 두 해를 향해 간다. 네할렘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프로세서와 플랫폼은 시장에서 대단히 성공적인 제품으로 평가받았던 기존의 코어 2 듀오(Core 2 Duo) 와 코어 2 쿼드(Core 2 Quad)를 성공적으로 대체하며 ‘네할렘 효과’ 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인텔은 데스크톱 PC 시장에서 네할렘 아키텍처를 적용한 플랫폼을 두 가지로 가져갔다. 코어 i7 900 시리즈와 제온 3500 시리즈, 5500 시리즈가 사용하는 QPI 연결 기반의 LGA 1366 소켓 기반 플랫폼들과, 코어 i7 800 시리즈 이하와 제온 3400 시리즈들이 사용하는 LGA 1156 소켓 기반 플랫폼이 그것이다. 그리고 현재 시장의 주류는 LGA 1156 기반 플랫폼으로 확실히 넘어 왔다.

다른 코어 프로세서 제품군과 달리, 코어 i7 제품군은 두 개의 플랫폼으로 나뉜다. LGA 1366 플랫폼 기반의 i7 900 시리즈, LGA 1156 기반의 i7 800 시리즈가 그것이다. 이 두 프로세서는 실질적으로 같은 코어 성능을 가지지만, 코어 이외의 주변 환경을 통해 포지셔닝을 다르게 가져간 형태다. 그리고 코어 i7 870 프로세서는 지금까지 LGA 1156 기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프로세서라는 타이틀을 유지해 왔다.

■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립된 '고효율 플랫폼'

▲ LGA 1156 플랫폼의 특징은 ‘고집적 고효율’

코어 i7 800 시리즈와 LGA 1156 플랫폼의 특징은 ‘고효율’ 이다. 코어 i7의 이름으로 상징되는 강력한 성능과 함께, PC 레벨에서 필요한 기능만을 높은 효율로 구현한 실속 있는 플랫폼은 사용자에 비용 대비 높은 성능과 만족감을 제시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인텔이 제공하고자 했던 제대로 된 시스템 구성을 더 명확히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

다양한 부분에서의 ‘효율’ 을 위해 인텔이 선택한 방법은 전체적인 구조의 단순화와 필수 기능으로의 집중이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네할렘 아키텍처 기반 프로세서에서는 기존에 메인보드의 칩셋들이 처리하던 메모리 컨트롤러, PCI 익스프레스(PCI Express) 컨트롤러를 프로세서에 통합했으며, 엔트리와 메인스트림을 위한 ‘클락데일(Clarkdale)’ 에서는 그래픽 코어까지 프로세서에 집중시켰다.

기존에는 별도로 칩셋에서 구현하던 메모리 컨트롤러와 PCI 익스프레스 컨트롤러, 그래픽 코어가 프로세서에 통합되면서, LGA 1156 플랫폼의 구조는 프로세서와 PCH, 두 개의 칩으로 재구성되었다. 또한 이런 구조적인 변화는 기존 플랫폼들과 달리 단일 프로세서 기반의 고효율 시스템이란 특징을 명확히 정의했다.

▲ 코어 i7 800 시리즈는 메인스트림과 플래그쉽 사이의 절충점이다.

코어 i7 800 시리즈는 상위 모델인 900 시리즈와 메인스트림을 위한 LGA 1156 소켓 기반 플랫폼이 잘 조합된 모범 사례다. 프로세서 자체의 성능은 i7 900 시리즈와 동 클럭에서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900 시리즈 하위 모델들에 비해서는 높은 기본 클럭과 터보 부스트 배수로 실제 사용에서는 더 빠른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한다.

LGA 1156 플랫폼에서 쓸 수 있는 가장 최상위 라인업 답게, i7 800 시리즈는 LGA 1156 기반 코어 프로세서의 ‘완성형’ 같은 구성이다. 코어 i7 900 시리즈와 함께 네이티브 쿼드 코어 디자인과 하이퍼스레딩 기술을 조합해 4코어 8스레드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하위 모델인 i5 700 시리즈와 비교해 멀티스레드 환경에서 실질적인 성능 차이를 만들어 낸다.

또한, 프로세서를 상황에 따라 기본 클럭 이상으로 동작시킬 수 있는 터보 부스트 기술의 적용 폭도 하위 모델에 비해 한 단계 높게 설정되어 있어 하위 모델과 기본 클럭 이상의 차이를 보여준다. 코어 i5 700 시리즈에 비해 최대 한 배수 높게 설정되는 i7 800 시리즈는 같은 조건에서도 기본 클럭의 차이와 함께 실질적인 동작 속도에서 일반적으로 2배수 이상의 성능 차이를 보여 준다.

가상화 기술 면에서도 ‘최상위 모델’ 의 힘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하위 모델에 비해 가상화 I/O를 지원하기 위한 VT-d의 지원과 함께 TXT(Trusted Execution Technology) 기술이 추가되어 있다. 일반적인 PC 수준에서의 데스크톱 가상화는 VT-x 기술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좀 더 큰 규모의, 다량의 가상 머신을 다루거나 할 경우에 VT-d는 실질적으로 가상 머신의 성능 차이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 LGA 1156 플랫폼의 테마는 ‘효율성’

반면 메인스트림 플랫폼으로 정의되는 LGA 1156 규격에 맞추면서, 상위 모델인 LGA 1366 소켓 기반 플랫폼과 결정적인 차이를 보이는 부분들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메모리 컨트롤러와 PCI 익스프레스 컨트롤러인데, 이 부분은 성능 면에서 차이를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극한 상황에서의 ‘확장성’ 에 영향을 미친다.

LGA 1156 소켓 기반 플랫폼은 듀얼 채널 메모리 컨트롤러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세부적인 사항은 메모리 컨트롤러가 프로세서에 내장되는 방법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외부 인터페이스 설계는 듀얼 채널 메모리 컨트롤러와 최대 4개의 소켓을 사용해 최대 16GB 까지의 메모리 확장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LGA 1366 플랫폼은 트리플 채널 메모리 컨트롤러를 사용하며, i7 900 시리즈는 최대 6개 소켓과 24GB의 용량을 지원한다.

메모리 컨트롤러의 간소화는 플랫폼 전체의 비용을 낮추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트리플 채널에 비해 듀얼 채널 메모리 컨트롤러는 메인보드의 간소화가 가능하며, 사용자가 메모리 구성에 드는 비용 면에서도 트리플 채널에 비해 부담이 적다. 물론 성능적인 면의 문제가 있지만, 인텔은 이 부분을 더 고클럭의 메모리를 지원하는 형태로 해결했다. 물론 이 또한 메인보드 회로 구조의 간소화와 안정화가 뒤따라주어 가능하게 된 면이 있다.

또한 PCI 익스프레스 슬롯 지원 면에서도, LGA 1156 플랫폼을 사용하는 프로세서들은 16레인 PCI 익스프레스 컨트롤러를 프로세서에 내장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16레인이라는 구성은 일반적인 시스템에서 사용하는 단일 그래픽 카드 구성에 최적화했기 때문이며, 기타 장비들을 위한 PCI 익스프레스 슬롯은 PCH를 통해 추가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반적으로 잘 사용되지 않는 자원에 들어간 낭비를 최소한으로 줄여 낸 것이 이 플랫폼의 특징이다.

■ 클래스를 초월하는 뛰어난 성능이 자랑

▲ 최상위급 라인업의 위엄 '코어 i7 870'

코어 i7 800 시리즈는 그 포지셔닝부터 최상위급 모델인 코어 i7 타이틀을 달고 있는 만큼 ‘플래그십’ 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물리적인 플랫폼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프로세서의 성능 자체는 코어 i7 900 시리즈와 비견할 만하며, 오히려 더 높은 동작 클럭 덕분에 때에 따라서는 더 빠른 연산 속도를 보여 주기도 한다.

LGA 1156 소켓 기반 플랫폼과 LGA 1366 소켓 기반 플랫폼이 가지는 기본 성능이나 확장성의 차이는 분명 어느 정도 존재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용자들의 시스템 구성에서, 이 플랫폼의 차이가 실질적인 성능에 차이를 내기도 쉽지 않다. 덕분에 비교적 저렴한 LGA 1156 소켓 기반 플랫폼에서 사용 가능한 코어 i7 800 시리즈는 실질적인 ‘최고 성능’ 의 프로세서가 된다.

그리고 코어 i7 870은 실질적으로, LGA 1156에서 사용할 수 있는 ‘최종 병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현재는 이보다 상위 모델로, 클럭이 한 단계 더 높아진 코어 i7 880이 존재하고, 같은 동작 클럭에서 배수 제한이 풀린 코어 i7 875K 도 있는 만큼 ‘플래그쉽’ 은 아니지만, i7 880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하위 모델과 모든 면에서 격차를 보여주던 모델이다.

▲ 테스트 시스템 환경

▲ Passmark Performance Test 7.0 – Processor, 수치는 높을수록 좋다.

코어 i7 800 시리즈와 코어 i5 700 시리즈는 분명 비슷한 형태에, 라인업도 인접해 있지만 그 성능 면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터보 부스트 기능의 배수와 함께, 하이퍼스레딩 기술이 하위 모델과 분명한 성능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차이는 단순히 코어 i7 870 프로세서를 ‘메인스트림’ 이란 말로는 넘길 수 없게 하는 근거가 된다.

이 차이는 실제 성능 테스트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패스마크 퍼포먼스 테스트(Passmark Performance Test) 7.0 에서 코어 i7 870이 보여 주는 결과는 하위 라인업인 코어 i5 760과 비교해도 상당한 차이를 보여 준다. 이는 예전 코어 i5 750과 i7 860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던 부분이며, 하이퍼스레딩 기술과 함께 터보 부스트 기술의 차이가 둘의 성능 차이를 더 크게 만들었다.

사실, 코어 i7 800 시리즈와 i5 700 시리즈는 하이퍼스레딩을 제외하고 본다면 같은 코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하이퍼스레딩 기술에서 나오는 효율과 터보 부스트에서의 추가적인 배수가 성능 차이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코어 i5 760이 나오면서 이 격차는 분명히 좁혀진 면이 있으며, 이를 잘 활용하지 않는 용도라면 굳이 i7 시리즈로 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코어 i7 계열 프로세서가 노리는 시장이 최소한 ‘퍼포먼스’ 시장 이상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 프로세서가 가지는 특성과 가치는 달라진다. 단일 프로세서 플랫폼에서 멀티스레드를 최대한 활용하는, 코어와 스레드 수, 프로세서 파워가 중요한 환경이라면 코어 i7 800 시리즈의 효율을 따라올 만한 제품군은 현재 없다.

또한 코어 i7 870의 멀티 스레드 성능은 상위 모델인 i7 880과도 비견될 만 하다. 그 이유는 바로 터보 부스트의 배율 덕분인데, 코어 i7 870에서 3개 코어 이상을 사용하는 경우 터보 부스트 배수는 2배로 설정된다. 반면 860이나 880은 이 경우 1배수로 설정되며, 멀티스레드 어플리케이션에서는 실질적으로 기본 클럭 차이가 이 배수 차이로 상쇄되는 결과를 가져 오기도 한다.

▲ Passmark Performance Test 7.0 – Memory, 수치는 높을수록 좋다.

메모리 컨트롤러 부분에서는 코어 i5 700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동작 클럭의 차이를 감안하면 큰 차이는 보이지 않는다. 이는 코어 i7 800 시리즈와 코어 i5 700 시리즈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며, 메모리 컨트롤러가 실질적으로 같기 때문이다. 두 제품군 모두 메모리 컨트롤러는 PC3-10600 규격을 지원하는 듀얼 채널 메모리 컨트롤러로, 이론적인 최대 대역폭은 21GB/s 정도다.

한편, 이 메모리 컨트롤러는 하위 모델 뿐 아니라, 상위 모델과의 비교에서도 영향이 있다. 코어 i7 900 시리즈가 내장하고 있는 트리플 채널 메모리 컨트롤러는 같은 메모리 규격을 지원할 때 듀얼 채널 메모리 컨트롤러에 비해 1.5배의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지만 실제 성능은 그 만큼 차이 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코어 i7 900 시리즈가 PC3-8500 규격까지만을 정식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이다. PC3-8500 메모리 세 개를 트리플 채널로 구성할 경우, 코어 i7 900 시리즈가 가지는 최대 메모리 대역폭은 25GB/s를 약간 넘는 수준이 된다. 하지만 PC3-10600 메모리의 듀얼 채널 구성이 가지는 대역폭은 21GB/s에 이르며, 레이턴시 등을 고려하면 그 차이는 더 줄어들게 된다.

■  최고의 성능을 향한 또 하나의 길

▲ 코어 i7 870 프로세서는 LGA 1156 플랫폼에서 하나의 아이콘이라 평가할 수 있다.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코어 i7 870 프로세서는 LGA 1156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프로세서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또 다른 형제들의 등장으로 소비자들이 멀게 느꼈던 거리가 급속히 좁혀지고 있다. 특히 하이엔드에서 메인스트림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지면서, 개인 유저는 물론 PC방에서도 고성능 PC의 코어로 쓰기에 점점 더 적합해지는 추세다.

일반적으로 PC방이나 합리적인 가격대비 성능을 추구하는 개인 유저들은 메인스트림 계열에 포지셔닝된 프로세서를 주로 선택한다. 이런 경우에서 보면, 그동안 i7 870 프로세서는 선망이 가는 고가의 부품 정도의 역할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제품군이 더 충실해지면서 순리에 따라 i7 870 프로세서의 가격이 점점 더 손에 잡히는 수준으로 내려왔다.

언제나 하이엔드 라인업과 최상위 제품군은 판매의 목적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강하다. 최상위 제품군이 보여줘야 할 미덕은 당대 최고 성능의 기준점을 세움과 함께, 사용자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할 수 있을 강력한 인상이다. 그리고 이런 면에서, 코어 i7 870은 LGA 1156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프로세서 중 하나로 손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