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2010년...
"부르릉...르릉... 턱!"
"응? 뭐냐, 지금 시동 꺼진 거야?"
"그치? 이 버스 회사 사장이 악질인가? 기사 분들 뼈 빠지겠네. 계속 시동을 껐다 걸었다 해야 돼?"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무색하게도 암흑의 세기말을 별 탈 없이 지나, 때는 바야흐로 2010년. 환경 문제에 지나치게 무지한 예비역 두 명은 공회전 방지 버스에 처음으로 올라 타 순진하기 짝이 없는 대화를 나눕니다.
공회전 제한 장치??
북극곰이 울고 있는 사진을 기억하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주 어릴 적부터 논의되기 시작했던 지구온난화, 이로 인한 환경오염과 해수면 상승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깊어지고 있으며 아직도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방법은 실로 간단합니다.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온실가스 발생을 없애는 것. 하지만 당연하게도, 불가능한 이 과제 앞에서 우리 인간들은 차선을 택합니다.
"그래? 그럼 줄여라도 보자!"
공회전 제한 장치를 장착하는 것은 차라리 시대적 요구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한가지 더. 공회전을 줄이면 북극곰과 펭귄만 춤출까요? 그럴 리가. 단지 그 뿐이었다면 이 글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가장 기뻐할 녀석은 우리집 돼지입니다. 예, 맞아요. 그 빨간 돼지저금통.
■ 절약은 돼지도 춤추게 합니다. 우리 모두, 돼지를 웃게 해요!
웃어라 돼지야~
교통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대형버스의 공회전 연료소모량은 1분당 약 20cc입니다. 종로를 돌고 중랑차고지로 돌아오는 260번 버스가 편도 노선을 운행하며 낭비하는 연료량은 1회당 4L가 넘습니다. 버스 한 대가 하루에 발생하는 연료 낭비가 정말 어마어마하네요. 환경에도, 우리집 돼지에게도 너무도 슬픈 일이고요. 반대로 생각해 볼까요? 그렇다면, 주행 중에 발생하는 공회전을 줄일 수 있다면? 이 이야기는 이륜차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HONDA PCX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들어는 보셨죠? IDLING STOP!
환경도 연비도 ♡ 아이들링 스탑(IDLING STOP)
'IDLE' 은 1. 빈둥거리다;;;; 2. 공회전하다. 라는 뜻을 갖는 영어 단어입니다. PCX의 오른쪽 쓰로틀 옆에 태연하게 붙어있는 IDLING STOP은 곧 '공회전을 멈춘다'라는 뜻으로 똑. 하고 버튼만 한 번 눌러 줌으로써 공회전 제한 장치를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 똑~하는 소리는 우리집 돼지가 춤추는 소리~♪
버튼을 켜고 10km/h 이상의 속도로 주행하다가 정차하게 되면 - 엔진 온도가 60도가 넘고 운전자가 앉아 있어야 하는 등 안전을 위해 작동 조건이 세밀합니다. - 3초 뒤 공회전이 멈추면서 대기상태(Stand by)로 돌입합니다. 놀라운 것은 이 때 오른쪽 쓰로틀을 돌려주면 조금의 이질감도 없이 스르르 출발한다는 것입니다. 굉장히 자연스럽게 반응하기 때문에 오히려 아이들링 스탑을 의식한 운전자가 격렬하게 쓰로틀을 당길 경우 위험해 질 수 있을 정도니까요.
빈 수레가 요란할까? - 실제 연비 테스트!!
작동은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만 실제로는 얼마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관심이 가는 것은 아이들링 스탑 모드를 켰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연비 차이입니다. 북극곰과 펭귄만으로는 굳이 수고로움을 감수해 가며 공회전을 제한할 강력한 유인이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의심많은 제가 직접 실험해 봤습니다. 본격 연비 테스트! 이긴 한데... 벌써부터 독자 분들의 원성이 들려옵니다.
국도에서의 주행과 시내에서의 주행 차이 때문이죠. 시내에서만 주행한다면 아이들링 스탑으로 인한 효과가 상당할테고 멀리 남쪽으로 투어라도 다녀오면서 국도를 달린다면 공회전을 제한한 효과가 거의 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 집 앞에서부터 시작되는 국도 주행(-_-;;;) 또한 연비 테스트에 반영 되었습니다.
주행환경을 같게 해주기 위해서 경기도 광주에서 서울대를 거쳐 중앙대까지 같은 도로를 같은 날씨에서 (운이 따른 탓인지 비도 맞지 않았습니다 헤헷~) 한 번씩 왕복하고 나머지는 분당 야탑역을 오가며 채웠습니다.
주행 경로는 경기도 광주 - 모란역 - 복정역 - 양재역 - 사당역 - 서울대입구역 - 중앙대 후문이며 두번째 경로는 경기도 광주 - 야탑역 입니다.
아이들링 스탑 OFF - 공회전 有
■ 적극적 길들이기가 끝나는 500km를 기점으로 연비 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 마지막 한 칸이 깜빡일 때 주유했더니 5.034L가 차더군요.
- 이제부터 연비 측정이 시작됩니다. ^^% 위 사진은 기름을 비우고 동시에 500km를 채우는 과정!
■ 누적거리 481.6km에서 달리기 시작합니다.
■ 다시 기름 게이지를 한 칸으로 만들고 주유했습니다. 5.084L의 기름을 먹었군요.
아이들링 스탑 OFF - 481.6 ~ 687km = 205.4km, 5.084L
>>> 40.401km/L (실제 측정 연비)
공회전이 숱하게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한 연비를 보여줬습니다. '기름 냄새만 맡아도 간다', '태양열로 가는 거 아냐?' 라는 말을 듣곤 하던 SCR110도 대략 43km/L의 연비를 보여주던 것을 생각하면 이대로도 충분히 만족할만 합니다만, 아이들링 스탑 기능을 작동시켜 공회전을 줄이면 얼마나 대단한 연비가 나올지 저도 궁금하군요.
아이들링 스탑 ON - 공회전 無
■ 687km에서 주유 가득! 아이들링 스탑 버튼을 켜고 연비 테스트를 시작합니다.
■ 915km 일 때 한 칸이 되더군요. 조금 비쌌지만 눈물을 머금고 ㅠ_ㅠ 주유.
아이들링 스탑 ON - 687km ~ 915 km = 228 km, 5.181L
>>> 44.007km/L (실제 측정 연비)
기대 이상의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링 스탑을 켜고 공회전 없이 주행했더니 무려 리터당 3.606km를 더 달렸습니다. 큰 차이로 느껴지지 않으신다구요? 이는 1000km 주행 시, 85.855km를 더 달릴 수 있는 결과입니다. 주5일 근무를 기준으로 매일 왕복 50km의 주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매 달
42(km, 1L당 평균 주행거리) : 1750 (원, 1L당 평균 기름 값) = 85.855 (km, 아이들링 스탑으로 버는 거리) : X (원, 아이들링 스탑으로 버는 돈)
대략 3580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 떡볶이를 사 먹고도 돈이 남고 치즈김밥을 지르고도(!) 돈이 남습니다. 만화책은 물론이고 여차하면 작은 시집도 하나 살 수 있구요!!
글의 도입에서 길게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에겐 그닥 여유가 없습니다. 환경과 사회를 생각하는 일은 사회 전 영역에서 이뤄져야 하며 거기에는 바이크를 즐기는 우리 라이더들도 물론 포함될 것입니다. 북극곰과 펭귄을, 또 우리집 돼지와 가정의 행복을 지키는 가장 쉽고도 효과적인 방법! 정말이지 쉽지 않나요? 약간의 노력으로 우리 모두 커다란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장마가 온다네요, 앞으로도 안전운전! 하자구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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