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인기 있으면 애니메이션이 되고, 애니메이션이 인기 있으면 게임이 된다. 과거 호경기이던 시절에는 이어지는 단계가 생략되는 경우도 곧잘 있었는데, 미디어 믹스 마케팅이 기본이 되고 나서부터는 모든 요소를 다하는 형태로 비즈니스 모델이 정형화되었다. 특히 지난 2001년부터 일본 인기 만화잡지인 주간 '소년 점프'에 연재되고 있는 '블리치(Bleach)'도 이런 경향의 대표적인 경우다.

최근 출시된 '블리치 히트 더 소울 7'이라는 타이틀 명에서 알 수 있듯, 게임은 이번 작품이 무려 7편째다. 원작이 권수로 44권을 넘어섰고, 애니메이션도 230화를 넘어선 것에 비해서는 조촐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지만, 캐릭터 게임이 이토록 장수하는 경우도 그리 흔치 않다. 이는 원작 자체의 인기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꾸준한 가운데, 미디어 믹스 포트폴리오가 건실하게 운영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원작 초기에는 시놉시스 자체가 간단했다. 그렇게 쿠로사키 이치고와 오리히메 두 캐릭터가 알콩달콩 하다가, 언제부터인가 '위기 엄습 - 투쟁 - 위기 해결'이 무한루프되는 라인을 타면서 나오는 캐릭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로 인해 7편에 이르기까지, 모든 타이틀이 이처럼 늘어난 캐릭터를 추가하기 바빴다. 그나마 6편에서 게임 시스템 자체를 손보면서 어드벤처(?) 게임이 본격 액션으로 거듭났다.

▲ 더 많아진 캐릭터들이 더욱 더 화려하게 액션을 펼친다.

기본적으로 원작에서 캐릭터 특성은 모두 다 정해진 터라, 게임 내에서도 그 캐릭터 특색과 맞아 떨어지는 스타일을 보이게 된다. 때문에 원작 팬이라면 몰입감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높아지게 된다. 물론, 꼭 원작 팬이 아니더라도 게임 자체를 즐기기에는 큰 부담이 없다. 기본적으로 PSP 플랫폼 자체가 지닌 '라이트'함 때문에, 하드코어한 플레이는 기본적으로 지양되어 있다.

게임 화면은 만화 원작 분위기를 잘 살려주는 '카툰 랜더링' 형태로 기본적인 비주얼적인 면이 구성되어 있다. 게임 화면으로 넘어가면 PSP 다운 폴리곤이 눈에 튀는 화면으로 넘어가긴 하는데, 캐릭터 특색이나 지형지물 묘사는 PSP 사양을 고려할 때 현존 최고 수준으로 나오는 편이라 그럭저럭 눈이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다.

사운드 측면에서도 성우들을 기용한 덕분에 일어판 애니메이션을 볼 때의 그 느낌이 잘 살아나고 있고, 간단한 조작으로 쉽게 기본 기술이 나가고 상대방 캐릭터들도 AI가 전작보다 높아졌다는 평가는 있지만 극악한 정도는 아니어서 난타하며 있다 보면 그럭저럭 클리어를 해 나간다. 게임 자체가 일종의 애드온, 확장팩 성격이 있으므로, 원작 진도 따라간다는 생각으로 잡으면 무난한 게임이다.

▲ 초회판 구매 시 특전으로 제공되는 '마우스패드' 이미지

'블리치 히트 더 소울 7'은 게임 프랜차이즈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애니메이션과 만화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미디어 믹스의 산물이라는 점은 가능성이면서 동시에 한계를 나타낸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집영사의 탁월한 선택이라는 점이 분명한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는데 취약해 보인다는 속성도 분명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이 게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계층이라면, 블리치 원작의 팬과 애니메이션을 통해 캐릭터 이미지가 머리 속에 있는 그런 게이머들이라 할 수 있다. 특별히 특출난 시스템이나 PSP 플랫폼의 한계를 뛰어넘는 그런 건 없기에 이런 부분을 바란다면 안 맞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이 게임은 원작 진도 따라간다는 생각으로 잡으면 즐거운 게임이다.

처음에는 그냥 캐릭터 소개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담았던 게임이었는데, 이제는 우주 차원의 배틀이 벌어지는 원작 스토리를 담아내기에는 게임 자체의 스케일이 다소 한계에 봉착한 느낌이다. 6편과 큰 차이 없다는 지적이 그래서 있는데, 이런 부분을 본다면 제작사에서 현재의 액션게임 트렌드를 전작처럼 수용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어떤 측면에서는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게임이다.

▲ 원작 팬이 아니더라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포터블용 게임 타이틀.

12세 이용가 / 점수 : 7점 (10점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