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스테이션 2(PS2) 시절에 호사가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던 '아이토이(Eye Toy)'는 카메라를 통한 동작 인식으로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점으로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제품이다. 그러나, 이어지는 후속 타이틀들이 뒷심을 받혀주지 못해 게임산업의 일대 개가로 평가받기는 하지만 상업적으로는 그리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선구자가 주춤한 사이에, '동작 인식'으로 재미를 톡톡히 본 곳은 되려 느즈막하게 나온 닌텐도였다. 닌텐도 위(Wii)는 Full HD도, 영화재생도 기본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기계임에도 불구하고 '동작 인식' 기능으로 게임시장에 혁명을 일으키며 여전히 몸을 움직이는, 초심자들도 게임을 접하는 게임기로 그 상징성을 독보적으로 만들었다.

SCE(Sony Computer Entertainment)에서 아이토이가 출시된 이후, 자사의 경험, 그리고 닌텐도가 보여준 모습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여준 모습 등등을 두루 취합해 나온 것이 '플레이스테이션 무브(Playstation Move)'라 할 수 있다. 기술이나 특허 등을 따진다면 완전히 다른 생태계라고 하겠지만, 게임 산업계의 성공과 실패가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 꽤 의미 깊은 제품이 아닐까 싶다.

▲ 9월 15일, 한국에서 세계최초로 '플레이스테이션 무브'가 시판된다.

'플레이스테이션 무브'는 자사의 전통(이라고 하기에는 이제 2세대)을 따라 카메라 '플레이스테이션 아이(Eye)'와 닌텐도 위모트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플레이스테이션 무브 컨트롤러'가 한 쌍을 이룬다. 여기에 상당히 필요성이 높은 두 아이템인 '내비게이션 컨트롤러'와 '충전 거치대'가 있고,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슈팅 어태치먼트'가 옵션으로 존재한다.

일단, '플레이스테이션 무브'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다소 준비가 필요하다. 게임 타이틀만 본다면 1인 플레이 기준으로 카메라와 무브 컨트롤러 하나만 있으면 될 것 같지만, 정작 해보면 그렇지 않다. 1인 기준으로 무브 컨트롤러는 2개, 내비게이션 컨트롤러는 1개가 기본적으로 있는 게 좋다. PS3 기기 1대 당 무브 컨트롤러는 총 4개를 디텍팅하므로, 2인 플레이를 할 것이라면 4개 맞추는 게 맞다.

SCEK에서 제품을 발표하면서 '플레이스테이션 무브'의 정체성으로 직관적(Intuitive), 활동적(Active), 몰입감(Immersive), 사회성(Social) 등 네 가지를 꼽은 바 있다.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가 많다 보니, 물리적으로 어느 하나가 빠지면 상실감이 상당히 든다는 나름대로의 성향이 존재한다. 때문에, 액세사리를 '옵션'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필수요소'로 보는 것이 알맞아 보인다.

▲ 이제는 텔레비전 화면 상단이 평평한지도 따져봐야 되는 시대...?

'플레이스테이션 무브'의 한 축은 카메라다. 본래 전작인 아이토이(Eye Toy)가 카메라의 관절 트랙킹 기능으로 동작했던 점을 감안하자면, 소니에서 자사 특허와 노하우를 버리지 않고 자신들의 방향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아이토이의 문제라면 과거에 나온 제품답게 2차원적인 모션 인식으로 게임 자체가 한계가 있었다는 점. 다행스럽게도 2세대로 넘어오면서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과 X-Y-Z 축 인식이라는 한 차원 높은 존재로 재탄생했다.

카메라만 업그레이드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닌텐도에서 입증된 '손에 닿는 도구'의 존재를 SCE는 수용했다. 현재 업계에서는 소니가 아이토이에서 선보였던 개념을 지극히 고도화한 것을 '플레이스테이션 아이'라기 보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키넥트(Kinect)'라고 보고 있는데, 그 이유는 '플레이스테이션 무브'는 그 자체를 이름으로 삼은 도구가 있기 때문이다.

발표 직후 세간에서 여러 농담의 소재로도 쓰이고 있는 플레이스테이션 무브 컨트롤러의 '컬러볼'은 기술적으로 실리콘 재질로 내부 빛이 투영되는 구조로, RGB LED를 사용해 360 가지의 다양한 색깔을 표현할 수 있다. 자체적으로 빛을 내 카메라의 트래킹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는데, 단순히 이런 기술적인 기능 외에도 게임 컨트롤과 무엇을 움직인다는 감성을 게이머에게 주는 역할을 한다.

사양만 놓고 본다면 플레이스테이션 무브는 스마트폰에 버금갈 정도로 센서와 트래킹 및 디텍팅 기술이 집약된 '머신'이다. 3축 가속도계, 3축 자이로스코프, 3축 자기계 등 양산품 포터블 기기로는 가장 센서 기술이 집약된 제품이다. 이런 기술적인 고도화 덕분에 현존기인 닌텐도 위(Wii)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가 곧 내놓은 키넥트보다도 빠르고 정확한, 확실한 조작이 이루어진다.

▲ 없으면 상당히 답답할 '내비게이션 컨트롤러'

'플레이스테이션 무브'는 선대 아이토이의 연장선 상에서, 닌텐도 위(Wii)가 보여준 위모트의 검증된 특성을 접목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카메라로만 관절을 트래킹, 디텍팅해 움직이는 마이크로소프트 키넥트와는 다른 양상을 게임플레이에서 보여준다.

'플레이스테이션 무브'는 무엇보다 손에 잡히는 컨트롤러가 있어서 도구를 활용하는 게임에서 게이머의 감성을 제대로 화면 속에 투영시켜 준다. 관절을 인식하는 것이야 카메라 쓰는 것은 모두 다 같지만, 게임 내에서 맨손 격투만 할 것이 아니라면 인간은 도구를 쓰기 마련이라 손에 잡히는 것이 주는 만족도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떠오른다.

몸만을 쓰는 게임이라면 어차피 '플레이스테이션 아이'가 그 영역을 담당하니, 게임 그 자체를 플레이하는데 무리 없다. 다만, 이 경우에는 무브 컨트롤러가 다소 불편할 수 있다. 화면에서 관절 또는 손을 정지시켜 선택하고 취소하는 건 불가능해 천상 '듀얼쇼크 3' 또는 무브 컨트롤러를 붙잡고 있어야 되기 때문이다.

대신 따로 컨트롤러가 쓰이는 게 맞는 경우, 대표적으로 총을 쓰는 슈팅게임이나, 칼 또는 활 등을 쓰는 액션 게임에서 '플레이스테이션 무브'가 단연 우세를 보인다. 이런 경우는 닌텐도 위(Wii)의 게임플레이와 비교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비교할 수 없는 참으로 정확하고 빠른 조작감과 닌텐도에서는 불가능한 Full HD 게이밍이 어드밴티지로 제공된다.

▲ 양질의 소프트웨어 공급이 얼마나 꾸준하게 이어지느냐가 관건이다.

플레이스테이션 3(PS3) 본체에서의 기기인식은 컨트롤러에 있는 플레이스테이션 로고만 처음에 눌러주면 자동으로 동작 인식 컨트롤러로 인식해준다. 보정이 필요하면 주변기기 정보에서 손보면 되니까 추후에 유지보수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특히, 컬러볼 색상을 주로 디텍팅하기 때문에, 카메라의 수평과 위치 변화가 없다면 누가 와 컨트롤러를 잡아도 비슷한 감도를 보여준다.

'플레이스테이션 무브'는 SCE에서 내놓은 제품답게, 하드웨어적인 완성도는 높다. 다만 앞으로의 관건은 이미 앞서 '아이토이'가 증명했듯 게이머들의 감성과 재미를 자극할 양질의 타이틀들이 꾸준히, 많이 나와주느냐다. 소니는 전사적인 차원에서 PS3에 3D 컨텐츠와 '플레이스테이션 무브'로 플랫폼의 수명을 3년 이상 늘려놨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대처하느냐도 앞으로의 관전포인트다.

* 참고기사 1 : [취재] SCEK '플레이스테이션 무브' 발표회
http://www.acrofan.com/ko-kr/consumer/content/20100722/0100030001

* 참고기사 2 : [정보] '플레이스테이션 무브' 제품군 기본사양
http://www.acrofan.com/ko-kr/consumer/content/20100913/010005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