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톰이 바꾸어 나아갈 우리의 미래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IDF(Intel Developer Forum) 2010 이 막을 내렸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앞으로 소개할 각종 기술과 전략들이 전격적으로 소개되는 이 행사를 통해 앞으로 인텔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갈 지, 그리고 IT 업계가 어떤 식으로 변화할 지에 대해서 예상해볼 수 있었다. 물론 인텔이 하나의 기업으로 특정지어 볼 수도 있겠지만, 업계를 리드하는 기업인 만큼 시장의 흐름에 따라 그 스스로가 움직이는 모습도 그렇고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이번 IDF 2010에는 나름 주목받을 만한 많은 주제가 있었다. PC나 서버용 프로세서 신제품에 대한 정보나 이에 맞춰지는 플랫폼, 그리고 최근 인텔이 인수한 기업들에 대한 활용 방안 등 다양한 화제가 예상되었던 바 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이번 IDF의 중심은 '아톰 프로세서' 와, 이 프로세서가 바꾸어 갈 여러 의미의 '미래' 가 중심적인 위치에 있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현재 인텔의 메인 사업부는 누가 본다고 해도 프로세서로 대표되는 '반도체' 다. 현재 인텔을 중심으로 하는 x86 기반 프로세서는 PC 시장과 서버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으며, 막강한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하지만 IDF에서 밝힌 인텔의 '미래' 는 전반적인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의 변모를 보여 주고 있으며, 이 전략의 핵심에는 최근 인텔이 인수한 기업들과 '아톰 프로세서' 가 있다.

지금까지 x86 기반 프로세서들은 단순한 '발전' 이상을 이루어 냈다. PC용 프로세서로 출발해 서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해 자리를 잡았고, 모바일 컴퓨팅 시대를 예고했다. 그리고 현재의 아톰 프로세서는 지금까지의 x86 프로세서가 진입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바야흐로 아톰 프로세서가 목표 시장에 잘 안착한다면 x86 아키텍처는 불가능이 없는 모습을 볼 수도 있게 된다.

▲ 인텔은 '앱업 센터'를 통해 이제 소프트웨어 생태계도 챙기고 있다.

최근 트렌드인 '모바일'을 타고, 모바일 단말이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다. 현재 10형 정도의 디스플레이 크기를 경계로, 이 이상으로는 넷북과 울트라 씬 등의 x86 플랫폼이 자리잡고 있지만, 그 이하의 크기에서는 현재 ARM 코어 계열을 기반으로 한 디바이스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인텔은 이들 시장에도 아톰 프로세서를 투입할 것을 오래 전부터 밝히고 있으며, 이번 IDF에서도 다양한 '태블릿 디바이스' 들을 소개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된 태블릿 디바이스들이 가지는 특징 중 하나로는 '탈 윈도우' 가 있다. x86 기반 디바이스들의 큰 장점은 기존의 데스크톱에서 쓰던 소프트웨어 자원을 그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이었고, 덕분에 x86 기반 플랫폼이라면 폼팩터에 상관 없이, 기존 데스크톱과 완전히 같은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는 윈도우를 메인 운영체제로 채택하는 경우가 흔했다.

하지만 최근 웹의 표준화 움직임과 클라우드 컴퓨팅 등으로 웹의 사용에 있어 플랫폼에 대한 종속은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이는 x86 기반 모바일 플랫폼에도 기회가 된다. 작은 디스플레이에 그다지 친절하지 않은 윈도우 환경 대신,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대안적인 운영체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최근 모바일 디바이스들이 강조하는 '사용자 경험' 면에서, x86 기반의 리눅스나 안드로이드는 단말에 최적화된 경험의 제공이 가능하다.

인텔이 이번 IDF에서 소개한 '앱업 센터(Appup Center)' 는 아톰 프로세서를 사용한 디바이스의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이를 통해 임베디드와 모바일을 위한 미고(MeeGo)의 소프트웨어 지원 문제를 해결하고, 아톰 프로세서를 '제대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인텔의 목표다. 물론 윈도우 기반의 앱업 센터도 있지만, 효용성과 의지 등에서는 아무래도 미고 쪽으로 좀 더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인텔이 진행한 인피니온(Infinion Technology)의 무선 사업부 인수는 아톰 프로세서의 영역 확장에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 인수를 통해 인텔은 3G와 LTE 네트워크 접속 기술을 얻어올 수 있었는데, 이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은 아톰 프로세서가 담당하는 모바일 영역이다. 앞으로는 아톰 프로세서 기반에 각종 무선 접속 인터페이스가 SoC 형태로 조합되는 것을 기대할 수도 있게 되었다.

▲ 적어도 지금까지는 가전 분야에서 꼭 ‘인텔 칩셋’ 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었다.

지금까지의 아톰 프로세서의 인상이라면 넷북을 위한 저성능 프로세서가 대표적이지만, 아톰 프로세서는 현재도 여러 가지 용도를 위해 개량되고, 분화되고 있다. 이제 아톰 프로세서는 모바일 컴퓨팅 뿐 아니라 각종 임베디드 기기와 스마트 가전, 자동차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개량되었고, 이제 시장에 적용되는 시점에 왔다. 바야흐로 x86도 이제 임베디드 시장에 뛰어들 준비가 되어 가고 있다.

임베디드를 위한 아톰 프로세서는 x86 기반 아키텍처를 가지고 있지만, 외부 인터페이스 등은 상황에 따른 산업 표준을 준수하는 형태로 가며, 기존의 칩셋이 아니라 각종 FPGA 나 ASIC 등과 연계해 사용할 수 있도록 유연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프로세서 자체도 SoC 형태로 구성되며, 특정 용도에 맞출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시장에서 아톰 프로세서가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소프트웨어다. x86 아키텍처는 지금까지 호환성의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명맥이 이어져오고 있는 만큼, 누적된 소프트웨어 관련 기술 등에서 타 아키텍처 대비 분명한 우위를 가지고 있다. 또한 플랫폼에 따라서는 기존 x86 기반 소프트웨어들의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것 등도 솔루션의 제조에 있어서 장점이 된다.

▲ 샌디 브릿지의 ‘성능’ 과 아톰의 ‘유연함’ 이 합쳐지면 이런 결과를 x86만으로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최근 인텔의 전략 중 하나로 꼽히는 '보안' 을 프로세서와 연계시키면, 지금까지의 '컴퓨팅' 을 벗어나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 이번 IDF에서 인텔은 일부 아톰 프로세서와, 데스크톱용 차세대 메인스트림 프로세서인 샌디 브릿지에서 H.264/AVC 인코더 유닛을 탑재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이 유닛의 활용 방법은 당연히도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샌디 브릿지에 탑재되는 인코딩 유닛의 가장 유력한 활용 방안은 데스크톱과 랩톱을 활용한 '비디오 컨퍼런스' 다. 1080p H.264 정도 규격의 영상을 받고, 실시간으로 인코딩하여 고속 인터넷 접속을 통해 고화질의 화상 회의를 쉽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은 기업용 컴퓨팅 시장에 상당히 매력적인 제안이 된다. 물론 이 유닛을 통한 모바일 기기로의 영상 인코딩이나 각종 영상 편집 기능도 활용 가능하겠지만, 이 부분은 하드웨어 유닛의 지원 폭 면에서 의문점이 남는다.

하지만 임베디드용 아톰 프로세서에 이 유닛이 올라가면 바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네트워크 보안 카메라' 다. 아톰 SoC 유닛과 통신 모듈을 묶어 1080p 급의 영상을 실시간 인코딩해 네트워크로 전송하고, 이를 통제실의 서버에서 받아 각종 처리를 수행한다는 형태가 된다. 이 경우에는 철저하게 표준 규격에 기반하는 만큼 요구 이상의 유연성을 갖출 필요도 없으며, 아톰 SoC는 보안 카메라를 위한 강력한 솔루션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이와 연계해, 서버 부분에서는 강력한 프로세싱 파워를 사용한 영상 분석 기술의 접목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는 나름 고가의 장비들로 이루어지던 일련의 작업들을 이제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x86 기반 시스템과 소프트웨어의 접목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번 IDF에서 인텔은 시연을 통해,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실제로 가능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 궁극적인 목표는 ‘인텔 아키텍처 기반의 솔루션 공급’

업계에서 일어났었던 일련의 변화들을 IT 인프라와 보안 측면에서 바라보면, 인텔이 보안을 강조하면서 최근 맥아피(McAfee) 를 인수한 이유도 짐작할 수 있다. IT 인프라는 모바일과 새로운 각종 IP 기반 장비들을 통해 계속 확장되고 있으며, 이는 차세대 주소 체계인 IPv6의 조기 도입 움직임의 직접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네트워크가 확장되고, 실제 생활에서 중요성이 높아질수록 각종 네트워크 보안 시장의 규모와 중요성은 커진다.

인텔은 현재 프로세서와 플랫폼 뿐 아니라 자체 브랜드의 각종 서버 솔루션 등을 가지고 있어 인프라 전반의 구성이 가능한 상태다. 여기에 맥아피의 솔루션과 서비스를 접목할 경우 기존에 맥아피가 진행하고 있던 각종 서비스 이외에도, 하드웨어와 결부된 패키지 형태의 솔루션을 제시할 수도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작게는 개인용 PC를 위한 플랫폼 차원에서의 백신 제공부터, 자체 서버와의 접목을 통한 보안 어플라이언스의 투입까지도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궁극적으로 인텔이 추구하는 것은 '솔루션 업체' 로의 변신이다. 지금까지는 핵심 '칩' 을 제시했다면, 이제부터는 '플랫폼' 과 '인프라' 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며, 이는 많은 기업들이 다다르는 결론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전략의 중심에는 x86 아키텍처가 있으며, x86 아키텍처를 현재의 PC와 서버 이외의 부분에 적용해 내는 것이 인텔이 가진 큰 과제다.

바로 이 'x86 적용 분야의 다변화' 에 있어서 최전방에 서 있는 것이 다름아닌 아톰 프로세서다. 모바일과 임베디드라는, 지금까지 x86 아키텍처가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부분에 아톰 프로세서가 적용되고, 이들 분야를 x86 기반의 네트워크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할 때, 솔루션 업체로의 인텔의 '변신' 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인텔의 미래는 아톰 프로세서가 열쇠를 쥐고 있다. 아톰 그 스스로가 점차 혁신을 주도해 나아가는 주인공이 된 셈이다.

▲ 아톰 프로세서의 영역은 점점 넓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