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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차세대 프로세서인 코드명 ‘샌디 브릿지(Sandy Bridge)’ 가 점점 모습을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는 단편적인 ‘계획’ 만이 나와 있었다면, 이번 IDF(Intel Developer Forum) 에서는 이 샌디 브릿지의 각종 ‘구체안’ 과 ‘실물’ 이 등장한 것이다. 물론 아쉽게도 막상 키노트 세션들에서 이들의 자리는 많지 않았지만, 중요한 부분임에는 틀림없다.
샌디 브릿지는 지금까지 인텔이 지켜 오던 개발 모델인 ‘틱-톡(Tick-Tock)’ 을 따라가며, 기존의 웨스트미어(Westmere) 아키텍처에서 이미 검증된 32nm High-k 공정을 사용하고, 아키텍처가 바뀌게 된다. 또한 기존 웨스트미어 기반의 클락데일(Clarkdale) 프로세서들이 멀티칩 패키징 형식을 가지던 것과 달리, 완전히 통합된 하나의 다이 구조를 가진다.
플랫폼의 전체적인 모습으로 보자면, 외형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다. 이미 샌디 브릿지의 전 세대에 해당하는 네할렘(Nehalem) 아키텍처에서 플랫폼의 설계 사상까지 뒤집는 변화를 보여준 것에 비하면 샌디 브릿지의 변화는 프로세서 부분에 치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크다. 하지만 단순히 기존 아키텍처의 ‘최적화’ 라 하기엔 그 변화 폭이 조금 크다.
▲ 데스크톱용 샌디 브릿지 프로세서
샌디 브릿지는 프로세서 내부적으로 상당한 변화가 있다. 기존에는 분리된 형태로 탑재되던 그래픽 코어가 완전히 통합되었으며 더 개선된 터보 부스트 기술과 전력 관리 기술을 통해 전력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려 ‘스마트한 성능’을 극대화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AVX(Advance Vector Extension)을 통해 부동소수점 연산 성능을 가속한다.
샌디 브릿지에서 인텔은 기존의 처리 흐름에 몇 가지 변화를 주어, 실행 속도와 함께 전력 효율을 더 끌어올렸다. 인텔이 내세우는 큰 변화는 크게 세 가지인데, 그 첫번째는 프론트엔드 단에 Uop 캐시를 추가해서 전통적인 x86 디코드 파이프라인을 쓰지 않고도 대부분의 상황에서 처리량을 높이면서 전력 소비를 줄이고 파이프라인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 외에 메모리 클러스터 부분에서는 입출력 기능이 강화되어 한 사이클에 두 개의 읽기, 쓰기를 처리할 수 있으며, 실행 엔진 부분에서는 256비트 AVX 벡터 처리 장치의 구현과 함께 물리 레지스터 파일 효율의 강화 등이 꼽히고 있다. 256비트 AVX는 벡터 연산 성능의 향상을 통해, 이번 샌디 브릿지의 테마인 ‘비주얼 스마트’를 구현하며, 기존 128비트 SSE 이상의 성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재미있는 점으로는, 이번 샌디 브릿지의 디자인에는 데스크톱용 전 라인업에서 내장 그래픽 코어가 탑재된다는 것이다. 이 내장 그래픽 코어는 예전에 비해 상당히 강화된 성능을 가지고 있으며, 게임 성능 이외에도 멀티미디어 지원이 강화되어 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기존의 ‘디코드’ 유닛 뿐 아니라 ‘인코드’ 유닛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다양한 형태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 링버스를 사용하여 프로세서 구성 요소들의 ‘모듈화’는 한 단계 더 나아갔다.
네할렘 아키텍처로 들어오면서 인텔이 강조했던 점 중 하나는 ‘유연한 구조’ 였다. 그 이전 세대와 달리 네할렘 아키텍처는 캐시, 프로세싱 유닛, 메모리 컨트롤러와 각종 내, 외부 인터페이스를 조합해서 프로세서를 구성할 수 있었으며, 덕분에 같은 유닛을 공유하면서도 데스크톱부터 서버 라인업까지 다양한 프로세서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 ‘유연함’ 의 결정판은 코드명 ‘네할렘-EX’, 네할렘 아키텍처에서 8코어를 탑재한 제온 7500 시리즈다.
이번 샌디 브릿지에서도 그 특유의 ‘유연함’ 은 그대로 가져가며,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 이제는 하나의 프로세서 다이 안에 내장 그래픽 엔진이라는 이질적인 요소까지 포함되기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프로세서 밖에 있던 요소들을 완전히 통합하기 위한 방법으로, 샌디 브릿지는 각 부분의 고도화된 모듈화와 함께 내부 연결 방법을 바꾸었다.
샌디 브릿지는 각 내부 모듈들의 연결에 공유 링버스 구조를 사용하게 된다. 링버스 위에서 이론적으로는 모든 모듈들이 자원을 공유할 수 있게 되며, 특히 ‘공유 캐시’ 의 비중이 커진다. 내장 그래픽 코어가 시스템 메모리뿐 아니라 프로세서 안의 공유 캐시를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되며, 성능에 발목을 잡던 ‘메모리 대역폭’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덕분에 이번 샌디 브릿지에서는 8MB의 공유 캐시를 기존처럼 L3 캐시라 부르지 않고 ‘마지막 레벨’ 캐시로 언급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프로세서와 메모리 계층 체계에만 포함되어 있던 L3 캐시가 아니라, 프로세서 내의 모듈들이 공유 가능한, 프로세서 안에서의 공유 캐시라는 성격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 보여진다.
또한 예전과 다른 점이라면, 링버스 구조를 사용한 덕분에 캐시 모듈까지도 ‘조합형’ 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네할렘 아키텍처 기반 프로세서들은 공유 L3 캐시가 단일 구성되어 있었으며, 덕분에 캐시 용량을 바꾸려면 아예 모듈을 새로 맞추어 넣어야 했다. 하지만 샌디 브릿지에서는 2MB 캐시 모듈 4개로 8MB를 만들고 있어, 향후 캐시 용량의 확대, 축소가 대단히 유연하다는 특징이 있다. 물론 여기에는 프로세서 코어나 다른 모듈도 해당된다.
▲ 샌디 브릿지 기반 플랫폼 변화의 핵심은 ‘프로세서’
프로세서 내부에서는 다시 한번 대변혁이 있었지만, 메인보드나 플랫폼 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기존과 큰 변화점을 찾기가 힘들다. 샌디 브릿지는 기존의 LGA 1156과 또 다른 소켓인 LGA 1155를 사용하며, 6시리즈 칩셋과의 조합으로 사용된다. 플랫폼 전체에서 프로세서의 비중이 높아진 만큼, 프로세서에 따라 메인보드가 바뀌는 것도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프로세서와 메인보드를 ‘패키지’로 봐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이번 IDF에서 선보인 P67 메인보드를 살펴볼 때, 기존 네할렘, 웨스트미어 프로세서 기반 플랫폼과 비교해서 샌디 브릿지와 6시리즈 조합의 플랫폼은 큰 변화를 찾기 힘들다. 여전히 프로세서에서는 16레인 수준의 PCI 익스프레스 컨트롤러가 제공되며, 6시리즈 칩셋을 통해 별도의 PCI 익스프레스 레인 지원이 추가된다. 메모리 또한 여전히 듀얼 채널 컨트롤러지만, 이 부분에서는 지원하는 메모리 속도가 올라서, 성능 향상이 기대된다.
하지만 차세대 외부 연결 인터페이스로 꼽히는 USB 3.0 규격이나 6Gbps SATA3 규격의 채용에서는 그리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현재 선보인 레퍼런스 보드에는 USB 3.0은 외부 컨트롤러를 사용하고 있으며, SATA3 규격의 포트는 총 6포트 중 2포트의 제한적인 지원을 볼 수 있다. 이는 정책적인 문제와 현실적인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현재 인텔은 USB 3.0 규격에 대해 크게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차세대 칩셋에서도 지원을 위한 인증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차세대 인터페이스로 소개하고 있는 ‘라이트 피크(LightPeak)’ 와의 관계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반면 SATA3을 제한적으로 적용한 것은 SSD를 위한 배려이며, 두 포트로 제한한 것은 이 플랫폼이 궁극적으로는 ‘메인스트림’ 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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