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데드라이징 2 (PS3)

발매되고 한참이 지나서야 뒤늦게 '플래티넘 히트' 버전으로 국내에 발매되었던 '데드라이징'은 좀비척살물(?)의 전형으로 인식되면서 정식 발매 이전부터 일본, 미국 등지에서 직접 구매하거나 구매대행해 즐기는 게이머들이 많았던 게임이었다. 비슷한 스타일로 '오네 찬바라' 시리즈도 있긴 했지만, 게임 완성도 측면에서 훨씬 높은 평가를 받으며, Xbox360 게이머라면 꼭 해봐야 될 게임으로 평판도 높았다.

그러다 게임 심의 정책이 과거보다 완화되면서, 예전에는 상상만 하던 큰 변화가 일어났다. 폭력성이나 선정성 시비로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던 몇몇 유명 게임이 들어오더니, 전작의 선례로 오는 2012년에나 들어올 것으로 여겨지던 '데드라이징 2'가 완벽한 한글화를 자랑하며 해외발매에 발맞춰 국내에 정식발매되는 경우가 생겼다.

게임은 영화 '28' 시리즈처럼, 1편이 지옥같은 세상이 시작되는 시점이라면 2편은 지옥과 공존하는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전편도 유명 좀비 영화와 비교가 많이 되었지만, '데드라이징 2' 역시 그런 경향이 없지 않은 편이다. 다만 좀 다른 점이라면 대개 2편, 3편으로 가면서 이야기나 철학이 딴 길로 새는 영화에 비해, 게임은 진화했다. 무엇보다 세이브 칸이 일단 예전처럼 달랑 하나는 아니다.

▲ 전편의 그 '막장 분위기'가 여전히 그 위용을 잃지 않았다.

게임플레이에서 플레이어를 압박하는 대전제가 하나 존재하는데, 그것은 바로 '72시간'이라는 시간제한이다. 데드라이징 전편 외에도 다른 좀비물 게임들이 대개 대량학살 위주의 카운팅 타입 플레이를 진행하는데 비해, 데드라이징 2 에서는 정해진 시간 안에 여러 분기 가운데에서 선택을 해야만 된다. 때문에 무엇을 선택하면 무엇을 잃는 구조인데, 이 부분 때문에 결말이 여러 형태로 나뉜다.

시간제한이 전제되기 때문에, 캐릭터를 키우는 것도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도 모두 다 완벽하기 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소위 신의 플레이를 할 정도가 되지 않으면 스크립트를 짜서 게임공략을 하기에도 어렵다. 특히나 똘똘한 좀비들 때문에 이래저래 꼬이는데다, 완벽한 엔딩을 보자면 척 그린부터 시작해 거의 다 살게 해야 되는데, 이런 부분에서 골치 아픈 측면이 있다.

이런 부분 때문에 해외 게이머들은 PC버전에 트레일러 올려서 하는 것을 연구하는 중인데, 국내에서는 콘솔 버전만 정식으로 나오기 때문에 직접 실력을 쌓아가며 플레이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이게 '케이스 제로', '케이스 웨스트'와 같은 특전 게임을 위해서는 더 나은 접근법이긴 한데, 성장도 이야기도 모두 다 놓칠 수 없는 플레이어에게는 한동안 데드라이징의 도를 닦는 일이 불가피하다.

▲ 한글화가 잘 되어 있어 스토리 몰입도가 높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재 시작해 레벨과 스킬을 유지시키면서 다시 성장을 반복하는 일종의 '노가다'가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실력도 늘기 때문에 3편이 나오거나 완전판이 나오는 걸 기다리며 하염없이 포춘 시티를 종횡무진하는 것도 게임 볼륨 측면에서 나름 유리한 측면이 된다. 이는 어찌보면 대학살하고 대강 끝나는 좀비 게임이 생명력을 연장하는 현명한 게임디자인이라고도 평할 수 있겠다.

이외에도 멀티플레이 요소가 추가된 점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전작이 나온지 4년여 세월이 흐르면서 확보된 게임 디자인 노하우가 당연스럽게도 꽃피운 경우다. 다만,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로컬에 분리된 세계 두 곳을 매칭시키는 형태여서 완전한 공간공유가 안된다는 측면이 있다. 이는 CDN 써서 게임하는 환경이 아니라면 해결이 어려운 부분이라 앞으로의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게임에서 가장 돋보이는 장점이라면 '한글화'다. 자막이 한글화되어 있으니 게임에 대한 몰입도가 전편을 초월한다. 단순히 좀비나 잡으면 되는 것 같지만, 육성 시뮬레이션이나 카드 콜렉션 등 별의별 게임 시스템이 집합되어 있어 전편도 언어장벽이 매우 큰 게임이었는데, 이 부분이 해결되면서 오래오래 두고두고 할 만한 게임으로 거듭났다.

▲ 게이머 입장에서... 앞으로도 종종 부활해줬으면 좋겠다.

청소년이용불가 / 점수 : 9점 (10점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