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쏠 것 좀 주세요\' 스타크래프트 II 자유의 날개

최신 컴퓨터 그래픽스와 인터랙티브 기술을 소개하는 ‘시그래프 아시아 2010(SIGGRAPH ASIA 2010)’ 이 12월 15일부터 18일까지 4일동안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되었다. 시그래프 아시아 2010은 미국 컴퓨터 협회(ACM)의 주최로 1974년부터 시작된 미국 ‘시그래프’ 행사의 아시아권 행사로, 2008년 처음 시작해 올해 3회를 맞아 서울에서 열렸다.

이번 시그래프 아시아 2010의 코스 프로그램에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Blizzard Entertainment)가 자사의 최신작 스타크래프트 2(Starcraft 2 : Wings of Liberty)의 시네마틱 씬들의 제작 사례를 통해 작업을 진행하면서 겪었던 각종 과제들과 이들의 해결 방법에 대해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는 스타크래프트 2의 시네마틱 무비와 각종 인게임 무비를 연출하기 위해 해결해야 했던 과제들이 소개되었다.

▲ 지난 12월 15일, 국내 스타크래프트 팬을 대상으로 한 쇼케이스가 먼저 열리기도 했다.

스타크래프트 2는 이미 5년 전부터 제작을 기획했었다. 그리고 1편과의 차이는 초기 단계에서 스토리텔링에 관한 부분을 미리 작업하기로 했던 것이 꼽혔다. 그리고 모든 게임의 요소들은 이 스토리텔링에 맞추어졌으며, 최신 기술의 적용에 따라 전작에 등장했던 유닛들도 모두 새롭게 디자인될 필요가 있었다.

전작의 디자인은 출시 당시의 기술로는 대단히 훌륭한 것이었다. 하지만 전작의 출시 시점은 10년을 훌쩍 넘었다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기존 유닛들 중 새롭게 디자인된 것으로는 테란의 기본 유닛 ‘마린(Marine)’ 이 있다. 이 유닛은 전체적으로 방어구와 어깨 패드가 바뀌었으며, 전체적으로 더 커지고, 광택이 나기 시작했다.

또한 전체적인 디테일에 있어 유닛들에 장착되는 각종 장식은 어느 정도 ‘단순함’ 이 유지된다. 이는 제작의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인데, 지나치게 복잡한 것은 들인 노력에 비해 큰 효과를 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작은 장식들에 대한 작업에는 레이 트레이싱 기법이 사용되었으며, 많은 디테일한 작업이 필요했다고 소개했다.

현재 발표된 게임과 시네마틱 씬들의 그래픽은 개선의 여지가 분명히 있고, 블리자드는 이 부분에서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그래픽적인 면에서 전작에 비해 가장 크게 바뀐 점은 쉐이딩과 라이트닝 기술이 적용되었다는 것이 꼽혔다. 이 덕분에 반사를 표현하는 장면이 많았고, 이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샷 당 수백 패스로 나누어 여러 번에 나눈 렌더링을 통해 제작 효율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 스타크래프트 2 시그래프 아시아 2010 특전영상 #1 'Better Marine'

스타크래프트 2의 예고 영상은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너무 제작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 데이터를 줄일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2만을 만드는 것이 아니며, 다른 게임의 시네마틱스 작업도 해야 한다. 또한 퀄리티가 올라가면서 한두 사람이 맡을 수 있는 작업 분량이 아니게 된 것도 있다.

글로벌 차원의 다국어 지원도 도전 과제였다. 여러 문화권과 국가의 입맛에 맞출 수 있도록 언어의 현지화가 필요했고, 스타크래프트 2에는 12개의 다른 언어가 적용되고 있다. 그리고 각 언어별로 화면의 텍스쳐를 빠르게 수정할 수 있도록 별도의 툴을 사용하고 있으며, 한국어 버전에서는 자막 처리가 아니라 더빙 후 립싱크 처리를 시도했다고 소개했다.

블리자드는 이런 다양한 도전과제를 위해 일단 제작 소프트웨어를 3DSmsx(3D Studio Max)에서 마야(Maya) 기반의 렌더맨(Renderman) 솔루션으로 바꾸었다. 또한 2D 전담 팀을 통해 컨셉을 잡고 있는데, 이는 2D의 예술적인 면들이 3D에서도 컨셉을 잡는 데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화면의 컬러 스크립트 작업도 이 팀이 담당하고 있으며, 이 팀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향상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눈에 띄는 팀으로는 프리비주얼라이제이션 팀(Pre-visualization Team)이 있다. 이 팀은 스토리보드 팀이 만든 스토리를 요구에 맞춰 3D로 만들어내는 팀이다. 여기서는 비주얼보다는 구도와 움직임을 위주로 하여 제작하며, 이 팀의 결과물을 기반으로 인하우스 카메라 작업을 빨리 진행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3D 프로세스를 초기부터 진행해 시간을 줄이는 역할도 하고 있다.

특수 효과와 쉐이더를 전담하는 팀도 생겼다. 이를 통해 더 효율적인 렌더링 작업과 특수 효과의 처리가 가능했다. 또한 스토리텔링의 개선을 위해서는 ‘게임 안에서의’ 표현도 중요해졌고, 이를 담당하는 별도의 부서도 생겼다. 이 부서는 게임 안에서 진행되는 스토리텔링의 연출과 개발을 통해 더 효율적인 스토리 전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스타크래프트 2 시그래프 아시아 2010 특전영상 #2 'The Dream'

기술의 발전과 생산성 측면에서의 요구사항들이 높아지면서 제작에 사용되는 도구들도 발전했다. 10년 전 블리자드의 시네마틱스 부서에는 도구 관련 담당이 없었던 데 반해 이제는 별도의 전담 인력이 추가되기도 했다. 또한 예전에는 3DSmax를 사용해 대부분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데 반해, 이제는 픽사의 렌더맨과 함께 모델링 툴을 마야로 변경해 사용하고 있다.

이 변화는 좋은 영향과 나쁜 영향을 함께 가지고 있다. 일단 나쁜 점으로는 ‘새로운 툴로의 적응’ 이라는 점이 꼽혔는데, 기존의 익숙한 툴을 하루아침에 새로운 툴로 바꾸는 경우 적응 기간이 필요하고, 적응 기간동안 생산성의 저하를 감수해야 한다. 또한 지금까지 사용하던 3DSmax 기반의 각종 커스텀 툴과 서드파티 툴 또한 모두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반면 표현을 위한 기술적인 면에서는 분명한 개선이 있었다. 고해상도 텍스쳐와 서브픽셀 디스플레이스먼트(Sub-Pixel Displacement) 등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더 높은 수준의 향상된 디테일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물체의 모션 블러(Motion Blur)나 깊이 정보 등도 추가되어 화면의 구현은 전체적으로 강력해졌다.

더 빠른 렌더링을 위한 ‘렌더팜’ 또한 바뀌어 왔다. 예전에는 윈도우 기반 PC를 연결한 형태의 렌더팜을 사용했는데, 지금은 32, 64비트 윈도우 기반과 리눅스 기반의 Nuke, 그리고 컴포지팅을 위한 OSX 기반의 솔루션까지 총 4 종류의 플랫폼이 구성되어 있다고 소개되었다. 그리고 렌더맨의 경우 리눅스 기반 렌더팜과 훌륭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효과적인 데이터의 저장과 공유를 위한 독자적인 파일 포맷 기술도 중요하다. 블리자드는 BCD 형태의 독자적인 포맷을 사용하는데, 이 파일은 두 개의 파일에 데이터와 포지션을 나누어 저장한 뒤 라이브러리가 이를 조합해 하나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런 형태의 통합을 통해 작업시 더 유연하고 강력한 데이터의 저장과 호출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캐릭터의 머리카락 처리 부분도 툴의 변화에 따라 바뀌었다. 특히 헤어 베이킹(Hair Baking) 기술과 툴은 재렌더링 프로세스를 빠르게 해 주는데, 실제 이를 적용한 경우 렌더링 시간이 22분대에서 5분대로 줄어드는 좋은 결과를 보여 준다. 또한 특수효과를 위한 부서에서는 각종 ‘파티클’에 대한 툴이 있으며, 이를 통해 대량의 파티클을 사용하여 시뮬레이션을 수행한다.

카메라 움직임에 대한 고민의 결과로는 카메라 모션 캡처 기술이 사용된다. 이는 실제 카메라의 움직임에 따라 화면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추적하는 방법이다. 카메라를 움직이면서 감독이 원하는 방향으로 컨트롤할 수 있게 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기획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고 소개되었다. 이 외에도 다양한 툴이 사용되고 있으며 업무의 부담을 줄여줄 툴은 계속 만들어질 것이라 소개되었다.

▲ 스타크래프트 2 시그래프 아시아 2010 특전영상 #3 'Old Rivals'

스타크래프트 2는 기획 단계부터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을 위한 인게임 시네마틱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 2는 본질적으로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이라는 장르적 특성에 맞춘 엔진을 가지고 있으며, 이 엔진은 연출에 필요한 각종 카메라 기술이나 광원 효과 등의 그래픽 처리 효과에서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새롭게 등장한 ‘인터랙티브 모드’에서도 게임 엔진의 한계는 표현의 제약을 가져왔다.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엔진은 1인칭 게임과 달리 화려한 안개 효과나 광원 처리를 위한 효과, 카메라 클리핑, 심도 효과 등이 크게 필요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 2에서는 게임 엔진을 사용한 1인칭 시점에서의 인게임 시네마틱을 구현하기 위해 이런 기능이 포함된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같은 게임에서도 게임 플레이에 나오는 유닛의 디자인과 시네마틱을 위한 유닛의 디자인은 그 디테일 등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이 부분에서는 기존 요소를 사용해 다소의 과장 등의 재디자인을 통해 통일감을 유지하면서 장면에 어울리도록 하는 수정 작업을 거친다. 또한 작업 중간에 광원 효과를 위해서 담당 스텝이 3D 이미지에 포토샵 등으로 리터칭해 정확한 연출 컨셉을 잡고 이를 바로 작업에 반영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인게임 시네마틱은 몇 가지 단계를 거친다. 먼저 스토리보드 단계에서는 2D 셀 컷 정도로 캐릭터와 스토리, 분위기와 타이밍, 기본적인 레이아웃과 애니메이션의 형태를 잡는다. 이후 이를 프리비주얼라이제이션 단계로 넘겨 3D에서의 기본적인 레이아웃과 구성을 잡는다. 이후 각종 조명과 특수효과를 작업하고, 이런 작업 결과를 씬 빌더를 통해 모두 합치게 된다. 이후 경우에 따라 검토와 재작업이 진행되게 된다.

한편, 인게임 시네마틱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립싱크’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어려운 점은 스타크래프트 2가 10여개의 언어에 대응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런 현지화는 각 지역별로 진행하는 만큼 용어 사용 등에 대해서도 현장감을 살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립싱크 기술의 경우 얼굴에서 주로 움직이는 부분을 지정해 키 프레임을 만들어 이를 음성에 동기화시킨다. 기본적으로 스타크래프트 2에서 사용하는 기본 발성 형태는 9개 정도라고 소개되었다.

▲ 스타크래프트 2 시그래프 아시아 2010 특전영상 #4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