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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나 판타지 소재 컨텐츠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겪어보지 못한 세계 또는 현실을 초월한 다른 문명을 배경으로 삼는다. 그래서 창작자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에도 좋고, 그 결과 더 흥미롭고 짜릿한 영상이나 설정의 '충격'을 안겨준다. 여기에 더해, 영화나 게임에서 '공포' 소재를 다룬 것들이야 예로부터 많긴 하다. 그러나 그 중에서 철학이랄까 싶은 것으로 정신적인 감흥을 주는 경우는 좀 드물달까.
초지일관 화면을 검은색 또는 빨간색으로 물들이는 것이 흔하디 흔한 터라 정녕 자극을 주는 것은 되려 시놉시스(synopsis). 그런데 처음에 EA코리아에서 '데드스페이스' 원작의 각종 자료를 보았을 때 느꼈던 느낌은 심히 색달랐다. 개인적으로도 러브크래프트가 성립하고 후대에 발전시킨 '크툴루 신화'처럼 컬트 수준을 뛰어넘는 여러 시놉시스들을 보고 감탄했던 터라 이런 류에는 쉽게 감동하는데 말이다.
데드스페이스 시리즈에서 다뤄지는 'SF'라는 소재는 일종의 툴로 이해할 수 있다. 단순히 외형만 보자면 우주시대에 공학도가 前인간들을 도륙하는 슬래셔 물 중 하나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다. '데드스페이스' 원작과 2편 모두 SF와 판타지적 설정을 혼합시켜 바로 현재를 게임 속 세계로 창조했다. 연출만 유별날 뿐, 결국 사람 사는 세상 이야기다. 그래서 몰입감도, 감흥도 남 다르다.
▲ 전작의 무대인 '이시무라' 조차 극히 일부에 불과한 스케일. 그럼에도 내내 무섭다...
'데드스페이스 2'에서 주연이 되는 존재는 외부효과에 의해 유린당한 한 사람, '아이작'이다. 먼치킨 캐릭터도 아니고, 그렇다고 주위를 모두 다 구해낸 영웅도 아니다. 게임 플레이어의 실력으로 게임 속에서 미션들을 척척 수행해냈을지는 몰라도, 드라마 속의 아이작은 험악한 운명에 정신이 피폐해진 개인일 뿐이다. 이런 설정에 의해, 이 게임에서는 퍼즐게임이 아님에도 상당히 타이트한 게임 진행이 전제된다.
통상적으로 3인칭이든 1인칭이든 슈팅게임은 적을 격퇴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아이작의 적인 '네크로모프'는 그리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다. 일단 좀비처럼 시체, 그것도 망령이 지배하는 육체를 상대해야 되기 때문에 단순히 쏴 죽이는 것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철저하게 분해시켜야 된다. 그야말로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는 아이작"이 되어야만 겨우겨우 게임 중에 아이템 관리가 가능하다.
자본주의 게임(?)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막장에서도 기능하는 숍 시스템이 있긴 하나, 이것도 어디까지나 돈 있을 때 이야기. 물론 네크로모프가 죽으면서 지갑을 털어주니 그럭저럭 모아서 갈 수 있다고는 하나 항상 피 말린다. 게다가 무한재생되는 적까지 만난다면 이건 짜증을 넘어선 공포를 맛보게 만든다. 때문에, 엄청나게 신중하게 게임을 진행해야 된다.
▲ 멀티플레이의 존재 의의는 네크로모프 플레이 정도. 싱글플레이에 비하자면 좀 초라...?
익숙해지면 그럭저럭 적들을 상대하기 유리하다. 기본적으로 스크립트 방식의 레벨 디자인이므로 플레이어를 몰아붙이는 것은 정도가 있어 난이도를 서서히 높여가며 플레이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여기에서 포커스를 맞출 부분은 기본적인 반사신경 기반 플레이와 별도로 아이템 관리가 중요하다. 바이오하자드 1편처럼 탄환 남아도는 정도는 아니어도, 한 발 한 발이 더 있어 준다는 게 고맙다.
딱 이런 감동이 뒤집히는 경우가 하나 있는데 그게 하필 '멀티플레이'다. '데드스페이스 2'는 기본적으로 스토리텔링이 굳건한 인터랙티브 시네마틱 장르 성격이 강한 슈팅 게임이다. 때문에 이야기 없이 쌈박질 외길인 멀티플레이로 가서는 그 자체의 개성이 현격히 줄어드는 경향이 불가피하게 나타난다. 일단은 아이작 같은 아머드 캐릭터 외에 다양한 네크로모프로 맨헌트에 나선다는 정도가 눈에 띄는 정도.
이제 평하자면. '데드스페이스 2'는 게임 자체가 무슨 신의 난이도를 지녔다기 보다는 분위기와 드라마로 플레이어를 몰아붙이는 경향이 유난스러울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게임 하면서 꽤 스트레스를 받게 만드는데, 여기에서 주목할 부분은 아이작(=플레이어)를 괴롭히는 진정한 적이 사실 인간이라는 점이다. 그것도 정부와 종교라는 거대한 세력. 그래서 1편과 2편에 이어, 다음 3편째가 더욱 더 기대가 간다.
▲ 알려진대로 '3부작'이 아니라 그냥 '시즌제'로 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글자막이라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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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박은 안나왔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