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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1일, SCEK에서 참으로 반가운 발표를 하나 했다. 바로 '마계전기 디스가이아 4' 한글화. 일본어판이 지난 25일에 발매되긴 했지만, 국내에서 일본어의 압박을 느끼는 사람들은 한글판에 눈과 귀가 쏠리는 것은 당연지사. 때문에 그 동안 국내 니혼이치 게임 팬 모두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게임 그 자체의 발매는 좀 묻히긴 했으나, 국내 게이머들은 기쁘고도 애타게 여름을 기다리게 되었다.
'마계전기 디스가이아 4'가 국내 게이머들 사이에서 높은 인지도를 누리게 된 배경에는 구전설화처럼 내려온 '노가다의 추억'도 있겠지만, PSP와 PS3 버전으로 나온 최근작들이 전통을 톡톡히 계승한 덕분도 있다. SCEK에서 니혼이치 게임들을 꾸준히 국내에 소개해주면서 인지도도 팬덤도 잘 다져진 터. 게다가 전작도 상당한 호평이었다. 최근 한글화 발표는 이런 우연과 필연이 어우러진 결과가 아닐까 싶다.
요즘같은 시기에 한글화가 결정될 정도라면 그 나름대로의 인기 배경이 있을 터. 그런 부분을 살펴본다면, 흔히 '서브컬처'라 불리는 일본 특유의 애니메이션 문화가 매우 다양하게 융합해 어느 성향의 게이머라고 하더라도 수용하기 쉽다는 점이 우선 엿보인다. 그 다음으로는 '노가다'라는 단어에 가장 충실한 게임 시스템과 편집광 기질을 자극하는 디테일한 요소들이 가장 돋보인다. 참 오래 가지고 놀기 좋다.
▲ 전투 모드에서는 4각형 타일 맵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짓을 거침없이 할 수 있다.
게임 시스템 측면에서의 변화는 전작과 대비해 크게 없다고 볼 수 있다. 하기사 디스가이아 1편과 그 이전의 라퓨셀을 돌이켜 보더라도, 기본적인 시스템 자체는 변한 게 없다. 오죽하면 PSP 시스템을 그대로 들고 온 듯한 (도트까지 좀 튀는) 컨트롤 패널 때문에 이 게임을 무슨 고전을 복각한 게임처럼 볼 수도 있고, 미려한 캐릭터 일러스트가 3D 처럼 보이는 특성(?)까지도 3편에 이어 여전하다.
익숙한 게 좋은 사람에게는 이런 올드스쿨 스타일이 딱 좋겠지만, 소문 듣고 처음 이 게임을 잡은 사람은 다소 괴리감을 느낄 여지가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전체적인 비주얼 밸런스가 3편보다는 더 디테일하게 다듬어진 점. 3D TV도 아닌데 3D TV를 볼 수 있었던(?) 예전보다는 훨씬, PS3 플랫폼에 적응한 면모가 돋보인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쓸 정도로 비주얼적인 측면에서는 대동소이. 나름(???) 정겹다.
확실히 나아진 부분이라면 해상도 때문에 광할하게 느껴지는 화면을 색다른 방법으로 접근하는 시도가 보인다는 점. 이미 4각형 타일을 붙여 만든 필드에서 저지를 수 있는 모든 행위를 두루 섭렵한 디스가이아이긴 하나, 이번에 선보인 거대 몬스터와 캐릭터들의 난동(?)은 다소 색다른 의미가 있다. 필드 자체가 3.5차원화(?)가 되었달까? 원래 개념 초월한 게임이긴 하나, 플레이 자체도 살짝 정도를 넘나들고 있다.
▲ 비주얼은 아주 살짝 전작보다 좋아진 느낌. 조작감은 PS2, PSP 때가 좀 그립다.
게임 타이틀 넘버링이 바뀐 만큼, 새로운 캐릭터들이 펼치는 색다른 모험담은 게이머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준다. 이번에는 마왕 대신 마통령 식으로 색다른 존재가 다스리는, 민주주의로 돌아가는 마계(?)의 권좌를 놓고 모든 세력이 총출동하는 난맥상이 펼쳐져 여러 진영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다수 출연한다. 이런 와중에서 게임 시스템은 여전한 측면이 있어 전작을 해봤다면 매뉴얼 안 봐도 다 되어진다.
'마 체인지' 같은 경우는 가뜩이나 산수를 넘어 수학하게 만드는 기묘한 디스가이아 설정을 더 복합하게 만들어 플레이할 때 이 짓 저 짓할 여지를 또 하나 가득 열어준다. 이 외에 '지오 이펙트'나 '도킹'은 그 시스템 그 자체는 이미 다른 작품을 통해 경험해 본 바 있긴 하나, 전체적인 조화는 4편에서 어느 정도 완성을 보인 느낌이다. 커서가 민감하게 느껴진다는 점 빼고는 과거의 기억을 살려 플레이하기 적당하다.
비록 일본어를 모를 지라도, 디스가이아는 말은 모르는데 알아 듣게되는 희한한 경험을 하게 만드는 게임이다. 예전부터 전작들을 통해 근성으로 수련이 되어 있다면, 아무리 독한 아이템계 노가다라 하더라도 드러누워 플레이할 수 있는 용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특히나 챕터 별로, 또는 플로어 별로 맵 속성이 랜덤 타는 경우가 있어도 다 어느 정도의 인과관계 안에 있으므로 어느 틈엔가 적응이 다 되어갈 것이다.
▲ '폐인'을 논하고자 한다면, 이 게임은 전공필수 교양과목.
전체이용가 / 평점 : 9점 (10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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