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포탈 2 (PS3)

대개 게임이라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 외에, '두뇌개발'이라는 장점도 있다고 한다. 일단 개인적으로 후자에는 가급적 무게를 안 두는 편이긴 한데, 가끔 사람을 도전하게 만드는 경우들이 있다. '포탈'은 이 부분에서 매우 부끄러운 과거가 있는데, 무엇이냐면 밸브의 '소스 엔진' 관련된 것이다. 하프라이프 2 게임을 리뷰하고 벤치마크할 때 곁다리로 했다가 게임에 제대로 당한 것(!)이다.

포탈. 이 게임은 생각을 안할 수 없는 퍼즐 장르인데, 생각을 하다 보면 머리 속에서 무언가 꼬인다. 비슷한 느낌을 DOS 시절 '디센트'에서 느꼈던 것 같은데, 울렁거리는 느낌이 심하게 든다. 분명 총 들고 달리는 그런 게임은 아닌데, 퍼즐 장르 속성도 더해져 있어서 머리 속으로 맵핑하면서 플레이하는 거에 부담감 느낀다면 트라우마가 살아날지도 모른다. 이런 측면에서, 그렇게 대중적인 게임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게임을 그냥 즐기고 마는 게 아니라 게임 외적인 부분을 챙긴다면 꼭 해보긴 해봐야 된다. 밸브 소스엔진 특성도 그렇고, 밸브의 게임 디자인, 레벨 디자인 역량 등은 '포탈'에서 매우 뚜렷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하프라이프 2 에피소드 3'를 (일단은) 앞둔 시점에서, 여기에 쓰일 것으로 알려진 기술들이 선행되어 쓰인 '포탈 2'는 FPS 매니아라면 교양과목(?)으로 수강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 '포탈 1' 때도 그랬지만, 미션 시작하면 막막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꽉 채운다.

게임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언어의 압박은 매우 적다. 성우들 목소리는 영어로 나오긴 하나, 한글 자막을 제공하기 때문에 큰 장애는 없다. 처음부터 튜토리얼이 매우 잘 짜여진 편이라 조작 그 자체를 익히는데에는 무리 없다. 가끔 조크 성 대사를 던지는 것은 게임 진행과는 크게 상관이 없으니 미션 파악하고 힌트 캐치하기 좋다. 다만 이야기 자체는 형이상학적이라 어차피 대뜸 이해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어렵다.

반면 게임을 진행하는 룰은 간단하다. 튜토리얼을 통해 포탈 발사하는 법과 컨트롤을 익히면 바로 게임 레벨에 도전하게 된다. 난해하긴 해도, 전체적으로 하나의 이야기 흐름을 가지고 가는 것이 '큐브' 비슷한 느낌이라 영화 매니아라면 감각적으로 이런 흐름을 받아들이기 쉬울 것이다. 너무나 스펙타클한 규모라 '음모'로 여겨지지도 않는 그런 역설을 전제로 꾸며진 레벨을 하나하나 정복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게 전혀, 절대로 쉽지 않다는 점. 퍼즐 장르에 경기 일으키는 사람은 일정 수준 이상 진행하기 어렵다. 해외에서 플레이한 사람들 영상을 보면 마치 헤일로 멀티플레이하는 영상 보는 듯한 경이로움만 선사할 뿐, 따라하고 자시고할 그런 것은 아니었다. 물론, 이는 개인의 수련에 따라 달라질 부분. 만약 취향이 맞는 사람이라면 '포탈 2'에서 자신의 인지능력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 그냥 막 질러서 되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이러쿵 저러쿵 훈수 두는 걸 놓치면 안 된다.

게임에서 가장 난해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무래도 전체 맵을, 레벨을 하나의 완전체로 보지 못한다는 점이다. 오브젝트가 개별적으로 유기적인 연계를 가지는데, 이는 게임 속에 존재하는 각종 퍼즐요소들을 지켜보면 짐작이 갈 부분이다. 상당히 다중의, 여럿 겹치는 개념을 인지해야 진행이 가능한 고도화된 레벨 구성을 자랑한다. 그래서 그 어느 게임보다, '포탈'이나 '포탈 2'를 잘한다는 건 자랑스러울 일이다.

사실 이런 개념은 개발자 입장에서 더 가치 있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3차원 공간을 다차원으로 확장하는 그런 레벨디자인은 게임 그 자체의 난이도 문제보다는 개념과 가능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콘솔, PC, 엔진 분야에서 코어 엔지니어링을 학술적으로 접근한 성과가 딱히 없지만, 미국에서 밸브가 실험삼아 만드는 이 '포탈 2'는 상당한 경험자산이라 실력이 안되더라도 접해보는 게 좋다.

한편, 플레이스테이션 3 버전 '포탈 2' 정품 패키지를 열어 보면 한 코드를 볼 수 있다. 만약 스팀 계정이 있는 사용자라면, 이 코드를 입력해 PC 또는 MAC 버전 '포탈 2'를 즐길 수 있게 된다.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 계정과 자신의 계정을 연동시키는 과정을 거치긴 해야 되나, 좀 더 손놀림이 가벼운 키보드와 마우스로 이 신세계에 다시금 도전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한 패키지로 세 가지 버전을 즐기는 셈이다.

▲ 다차원 퍼즐의 바이블. 클리어할 수 있든 없든, 하나 모셔둘 가치는 있다.

12세이용가 / 평점 : 10점 (10점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