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에게 윈도우나 리눅스, 맥OS와 같은 운영체제처럼 친숙한 필수도구가 있다면 '어도비' 이름 석 자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화이트 페이퍼나 매뉴얼을 PDF 포맷으로 읽고, 파일 관리자에서 클릭하면 자연스럽게 어도비 로더가 뜨는 환경에서 살다 보면 콘텐츠를 만들 때 자연스레 어도비 아이콘을 찾는 건 일상사다.

이러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보기에, 지난 5월 23일에 온라인 생방송으로 펼쳐진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스위트 5.5(Adobe Creative Suite 5.5, 이하 CS 5.5)의 데뷔 모습은 여러모로 뜻 깊을 일이다. 5 버전이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이례적일 정도로 .5 버전이 빠르게 나온 셈이기도 하고, 이렇게 예외적인 경우가 발생할 정도로 최근의 변화가 만만찮기도 하니 말이다.

어도비의 CS 5.5 런칭은 크리에이터 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다양한 폼팩터에 신속하게 콘텐츠를 만들어 공급해야 되는 주기가 전례 없이 빨라졌다. CS 5.5 전반에서 나온 새로운 기능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 개념이 지배하고 있어, 일정 수준 이상의 콘텐츠를 빠르게 생산해 낸다. 이전의 머리 속 구상을 손쉽게 옮긴다는 것과는 다소 다른 접근이다.

▲ 포토샵 쓰던 사람들 중에서, 특히 RAW 포맷 쓰는 사람들은 복 받았다.

워크 플로우가 5 버전 때도 유독 그랬지만, 5.5 패키지로 와서는 더 빨라진 느낌이다. 플랫폼 자체가 최적화는 더 된 모양이랄까? 전체적인 유저 인터페이스 측면에서의 구도는 여전하지만, 그 와중에 최적화된 느낌이 좀 더 더해진 편이다. 개인적으로 제일 많이 쓰는 툴이라면 아무래도 디지털 카메라로 하는 작업이 많아 '포토샵'인데, 이 경우를 보면 옵션으로 조정한 것이 반응되는 게 멋지게 느껴질 수준이다.

컴퓨터 사양을 아무리 올려도, 일부러 작업시간 문제로 JPG 파일을 주로 쓰던 터였다. RAW 파일이 후보정 작업 하기 좋은 건 모르는 바 아니나, 파일을 여럿 열어두고 있다 보면 아무래도 밀리는 감이 없지 않아 피하던 편이었다. 물론, JPG와 RAW 포맷이 같은 효율로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RAW 다루기가 과거보다 가볍게 느껴지는 점은 아무래도 가장 먼저 눈이 갈 수 밖에 없다.

스탠드 얼론으로 구동되는 포토샵 5.5 버전에서는 과거 7.0에서 CS로 넘어가는 수준의 상전벽해할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대신 5 버전에서의 툴들이 더 최적화되어 빠릿빠릿하게 반응하는 모습은 꽤 즐거운 감흥을 준다. 또 마스터 콜렉션으로 오면, 포토샵 작업 분을 다른 툴과 융합시켜 색다른 콘텐츠를 만들기 더 용이해졌다. 멀티플랫폼 콘텐츠를 머리에 두고 있다면, 이 부분은 충분히 스터디해야 될 부분이겠다.

▲ 멀티스크린 프리뷰는 데스크톱/타블렛/모바일 환경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충분히 스터디해야 될 부분'이라면, 아무래도 최근의 디바이스 환경 변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2010년이 모바일 페이지 만드느랴 난리였다면, 2011년은 모바일에 타블릿까지 따로 생각해야 되는 상황이다. 과거,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인터넷은 데스크톱 홈페이지 하나만 생각하던 것을 감안하자면, 불과 2년 새 상황이 이래졌다. 아무래도 5 버전 다음에 5.5 버전이 나온 것도 이런 환경변화 탓이 크다.

내부적으로는 작년까지 설왕설래하던 수준이었던 HTML 5 표준에 대한 네이티브한 지원이 CS 5.5의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마스터 콜렉션에서는 이 부분의 콤비네이션이 가장 완성된 형태로 제공되어, 여러 폼팩터에 여러 니즈에 따른 콘텐츠를 통합적으로 관제하고자 한다면 달리 대안이 없을 정도로 CS 5.5 마스터 콜렉션의 포트폴리오는 완벽을 달린다.

이 부분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아무래도 멀티스크립 미리보기 패널이다. 한 화면에서 데스크톱, 타블렛, 모바일 뷰를 한 눈에 확인하는 것이다. 대체로 크리에이터들이 24인치 또는 30인치 모니터를 주로 쓰는 환경에서 한 눈에 피어처들을 확인하고 서브 모니터나 주 모니터에서 보정작업을 손대기 쉬운 구성이다. 한 번에 멀티폼팩터 작업을 해야 된다면, 작업자에게는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 'CS 5.5'는 어찌보면 타블릿 때문에 나온 버전. 이 부분이 5 버전에 비해 가장 눈에 띈다.

여기서 짚어볼 부분은, CS 5.5의 의미일 것이다. 분명 5 버전까지는 데스크톱과 모바일 두 폼팩터 작업효율만 생각하면 되었는데, 5 버전 나오고 나서 아이패드가 아예 제 3의 시장을 아주 큰 규모로 성장시켜 버려 콘텐츠 산업 전반이 속된 말로 '난리'가 났다. 그런데 이 아이패드가 만든 타블릿 시장은 인터페이스가 기존의 키보드나 마우스 같은 휴먼 인터페이스를 잘 안 쓴다. 손으로 다 해결본다.

문제는 작업자 입장에서 봤을 때, 작업을 펼치는 듀얼 모니터 환경이나 24인치 이상의 대형 모니터에서 터치하면서 산출물을 검수할 수 없다는 점이다. 천상 덤프를 뜨던 데모버전을 만들든지 해서 따로 검수하는 게 불가피하다. 이 부분에서 일단 어도비는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는 편이다. 어도비의 클라우드 서비스하고도 맥을 같이 하는 구조로, 기본적인 툴은 터치 인터페이스 관련해 제공된다.

이와 별도로, 주로 안드로이드 3.0 허니콤 기반에 포커스를 맞춘 다양한 어도비 규격이 상비군으로 버티고 있다. 대표적으로 플래시 플레이어 10.2 버전과 어도비 에어(AIR) 2.6 버전 등 RIA 관련 어도비 기술을 집약되어 있다. 또 안드로이드 외에 RIM, 애플, HP, 마이크로소프트 등 여러 벤더의 스마트 디바이스용 운영체제에 대응되는 옵션을 풍부하게 갖고 있다. 추가되는 버전은 업데이트로도 지원된다.

▲ 인디자인은 '데스크톱 출판'이라는 목적에 최적화되어 있다.

이미지와 텍스트, 인터페이스 부분에서 삼위일체를 이룬 툴이 어도비 5.5인데, 이를 이용하면 개인이나 소규모 기업에서 직접 출판물을 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딱히 손 쉽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다양한 옵션들을 두루 활용하다 보면, 저렴한 비용에 디자인 하우스에 준하는 출판물 소스를 직접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탬플릿만 채워 써도 멋진 장면이 펼쳐진다.

이는 어도비 툴 자체에서 지원하는 업계 표준의 이미지 편집 역량이 가장 기반을 이루는 가운데, 다양한 툴을 집약시켜 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데에서 기인한다. 벡터 이미지를 다루는데 있어 '표준' 소리를 들을 정도로 툴 간 연계가 매끄러워 사용자 입장에서는 그냥 클릭, 드랙 수준임에도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은 전혀 색 다른 것들이다. 다양한 시도로 다양한 결과를 얻는 게 순식간이다.

워낙 일이 빠르게 이루어지긴 하나, 다양한 옵션과 라인들을 다루다 보면 매우 매끄러운 디테일함이 돋보인다. 탬플릿을 따라 차근차근 진행하면서 봐도, 정교한 타이포그래피 제어와 레이아웃 관리는 자동화되어 이어지는 형편이다. 또 여러 아이콘과 옵션이 직관적으로 가시성을 제공하기 때문에 해보고 또 취소해보며 자신의 취향을 따라 가는 길이 순조롭다.

▲ 오디션 5.5를 통해 마이크에 낀 노이즈를 손쉽게 없앨 수 있다.

비전문가라고 하더라도, CS 5.5 버전에서 가장 확 눈에 띄는 부분은 노이즈가 너무나 어이없을 정도로 손 쉽게 사라지는 광경이다. 기본적으로 툴 자체가 더 많은 옵션을 갖추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는데, 이 중에서 마이크로 들어온 노이즈를 자동적으로, 그것도 스펙트럼 레벨에서 없애버리는 기능은 그냥 녹음기 정도로 채록 보조를 하는 사람이 보기에도 눈에 확 들어오는 기능이다.

이런 단순한 레벨의 것은 CS 5.5 버전이 지닌 그냥 기본기 중 하나에 불과하다. 5 버전도 옵션 항목이 많다고 봤지만, 5.5 버전은 어째 더 늘어난 상황이다. 전문적인 오디오 엔지니어라면 기존에 별도의 장비나 툴로 해야 되던 것을 일정 부분은 흡수한 쪽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런데 어도비 쪽은 기존 전문툴과는 다소 다른 방향을 지닌다.

어도비는 CS 그 자체를 일종의 플랫폼화 시켰다. 때문에 각 애플리케이션 간의 콤비네이션 외에, 콘텐츠 포맷의 공유도 중요한 포인트다. 물론 표준 포맷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를 하드디스크에 저장해 불러 들여 다루는 것은 똑같지만, 5.5 버전 중에서도 마스터 콜렉션으로 와 버리면 이게 음원이나 영상 외에 디지털 북이나 모바일 또는 타블릿과 같은 스마트 디바이스용 콘텐츠로도 전용이 손쉽다. 이게 포인트.

▲ '프리미어 프로'는 이게 더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던 기능들이 확충되었다.

오디오 관련 툴들에서 보던 모습은 동영상 편집 툴로 명성이 자자한 '프리미어 프로'에서도 동일하게 이어진다. 오디오 관련에서 돋보이는 게 노이즈 제거라면, 비디오 관련해서는 '흔들림' 제거가 가장 눈에 띈다. 예전에는 따로 플러그인이나 다른 툴로 흔들림을 보정해야 되었지만, 이제는 그냥 프리미어 프로 내에서 네이티브 기능으로 흔들림 제거가 해결된다.

일단 핀이 들어간 객체를 중심으로, 이를 고정시킨 상태에서 화면 프레임의 흔들림을 자동으로 보정한다. 툴에서 보면 영상 프레임 안은 화면이 어느 정도 유지되지만, 화면 프레임 밖에서는 마치 포토샵에서 이미지를 각도 기울였을 때 처럼 삐져나간 것이 리드미컬하게 출렁인다. 편집자는 여기에서 화면 밖으로 나간 부분을 제거하고 그 안의 것을 보정해 쓰면 된다. 그야말로 날로 스태디캠을 쓰는 셈이다.

이 외에도 5 버전에서 화제가 되었던 동영상 가속 기능은 여전하다. '머큐리 플레이백 엔진(Mercury Playback Engine)'이 여기에서 핵심인데, 일단 지원하는 그래픽카드가 늘었다. 강제 활성화가 되긴 하지만, 효율성 측면에서는 어도비에서 인증한 것이 확실히 안심되는 부분. 여기에서 더 높은 효율을 지향할 수 있게 되었다. 또 64비트 운영체제가 '필수화'된 데에서 알 수 있듯, 전반적으로 시스템 활용도가 높다.

▲ 궁극의 마스터 피스! '어도비 CS 5.5 마스터 콜렉션'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스위트 5.5 마스터 콜렉션(Adobe Creative Suite 5.5 Master Collection)은 각 기능이 개별적으로 최적화되는 가운데,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대비한 면모가 두드러지는 툴이다. 각각의 개별 툴들이 매끄럽게 연계되고 융합되는 과정은 비록 비전문가가 보더라도 신기할 정도. 특히나 이게 어지간히 성질 급한 사람이라도 금방 되는 것은 놀라울 정도다.

전체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5 버전에 비해 본다면, 이미지 편집과 플래시 빌더 등 개별 기능 하나에 특화된 툴들은 특별히 버전 업데이트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어도비가 주창했듯이 HTML 5 규격과 스마트 디바이스 대응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5 업데이트가 일어나 있다. 이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업계에서의 HTML5와 스마트 디바이스 관련 니즈가 6 버전을 기다리지 못할 '수준'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부분을 감안해서 본다면, CS 5.5 마스터 콜렉션 에디션은 당장 현업에서 시급하게 요구하는 부분에 대한 대응에 유효적절한 수단임은 분명해 보인다. 단순히 툴을 엮었다고 보이에는, 개별적으로 .5 업데이트가 된 툴들이 지닌 가용성이 기존 5 버전과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 현재로서, 데스크톱/타블렛/모바일 모두 통합해 창작활동을 하자면, CS 5.5 마스터 콜렉션 에디션이 가장 충실한 패키징을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