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캡틴 아메리카 : 슈퍼 솔져 (PS3)

작년부터 국내 극장가에서 '블록버스터' 영화라고 나오는 것들 보면, 만화가 원작인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한창 성가를 올렸던 '트랜스포머 3'도 원작이 인기를 얻은 건 만화와 애니메이션이었고, 이래저래 화제가 된 '그린랜턴'이나 기대 이상으로 화끈했던 '토르' 모두 만화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DC코믹스와 마블의 양강 구도와 다양한 언더그라운드 레이블 등이 만화 산업을 이끄는 미국답게 컨텐츠가 참 많달까.

그런데 여기에서 일관성 있게 이어지는 부분들을 보면, 아무래도 선량한 역할은 어째 다 미국 독차지다. 만화라는 것이 창작을 논하는 주요한 툴이긴 하지만, 정작 그게 브랜드로 정착하고 성공하는 것은 아무래도 탄생지 고유의 보편성을 구현했을 경우만 대개 그러하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마블이든 DC든 영웅은 일단 자란 곳이 미국이고 태반의 국적이 미국인게 당연하게 설정된다.

이러한 배경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경우라면, 아무래도 이름에 '아메리카'가 들어가 있는 '캡틴 아메리카'가 그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엄밀히 따진다면 미국이 지향해야 될 방향이 투영된 캐릭터이긴 한데, 이게 각 시대마다 미국의 '적'과 대치하는 현장에서 미국의 영웅(주: 처음에는 미군, 나중에는 슈퍼히어로)들을 이끄는 모습을 보이다 보니, 아무래도 대중의 인식은 '세계경찰 미국'이 따로 없다.

▲ 원래 캡틴 아메리카는 빌런 때문에 나온 캐릭터가 아니다. 엄연히 '對나치 특수부대원'.

만화책 속에서 워낙 캐릭터성이 뚜렷해 정작 만화 밖에서는 만나보기 힘들었던 캐릭터가 '캡틴 아메리카 : 퍼스트 어벤저'라는 블록버스터 영화 개봉을 계기로 보다 대중에 가까이 다가왔다. 지난 15일에 정식발매된 '캡틴 아메리카 : 슈퍼 솔져'는 캡틴 아메리카라는 캐릭터의 탄생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나름 기념비적인 타이틀이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크리스 에반스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가 비슷한 궤적을 그리면서 나아간다. 그런데 여기에서 약간 좀 다른 부분이라면, 최근의 블록버스터 영화 동시개봉(?) 게임들 추세답게 영화에서 편집되거나 쓰이지 않은 시놉시스들을 대거 수용한 확장된 세계관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영화 속 캐릭터를 조종하는 것을 너머, 마치 '디렉터즈 컷' 타이틀과 같은 개봉작을 넘어서는 볼륨이 제공된다.

게임의 주요 스토리는 캡틴 아메리카 탄생설화(?)이기도 한 나치와의 대적을 다룬다. 나치즘, 파시즘, 공산주의, 무정부주의, 테러리즘 등으로 이어지는 캡틴 아메리카의 주적 중 선봉(!)인 나치 악당 '레드 스컬(Red Skull)'과 그 수하들과의 전투가 이번 게임에서 주된 배경이다. 게임 속 캐릭터들은 고증 잘 된 나치 병사들을 한 없이 때려 잡는 내용. 마담 히드라, 아르님 졸라 등 악당 캐릭터들도 줄줄이 나온다.

▲ 맵 구성이나 미션 흐름 등의 구성은 어드벤처 느낌이 물씬 풍긴다.

게임플레이는 여느 액션 게임과 비슷하다. 여러 맵이 이어지는 미션을 캡틴 아메리카의 타격기로 헤쳐 나가며 클리어하면 되는 구조다. 여기에서 밀리터리 물(?) 답게, 폭발물 설치나 나치 보스 캐릭터와의 전투가 간간히 브릿지 역할을 해주는 정도. 게임 구성 자체는 여느 영화 기반 액션게임들과 유사하기 때문에, 타임 킬링 용으로 즐기기에 적당하다.

이러한 와중에 약간 다른 재미를 주는 부분은 아무래도 '방패'의 존재다. 설정으로는 아이언맨의 아버지인 하워드 스타크가 만들었다고 된 이 부서지지 않는 방패는 주로 던지기로 활용하게 된다. 그냥 확 막 던지는 게 있고, 조준해 치는 게 있는데, 슈팅게임 유저라면 그 번거로움에 놀랄 수도 있지만, 이게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이 자체가 패턴이 좀 늘어나는 편인데다, 당구처럼 쿠션을 치는 튕기기도 가능해서다.

게임은 영화 속 캐릭터를 조종하고, 영화에서 여러 제약으로 선보이지 못한 씬들을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는 블록버스터 동시발매 게임 타이틀 다운 면모에 충실하다. 게다가 3D TV를 지원하는 타이틀이라는 점은 매우 눈길이 같다. 요즘은 자막만 3D인 영화가 많아, 되려 이 3D를 화면 속에서 제대로 보장하는 건 이러한 게임들. 게임 그 자체도 괜찮지만, 3D TV가 괜스레 더 땡기는 그런 스타일의 타이틀이다.

▲ 최첨단 3D 기술로 만나보게 되는, 가장 본연에 가까운 캡틴 아메리카의 모습.

15세이용가 / 평점 : 7점 (10점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