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스플릿 세컨드 (PS3)

운전자들이 한결같이 핸들을 붙잡고 앉아 있는 그 기계가, '짐승'이 되는 그런 류의 영화들은 예로부터 극장가 흥행보증수표였다. 흔히 '자동차 추격전'이라고 불리는 것도 그렇고, '카 배틀', '레이싱' 등으로 불리는 컨셉도 남녀노소 모두 자동차 좋아한다면 불타오를 소재. 그래서 그런지 게임에서도 자동차 표현이 가능한 그 시점부터 별별 게임들이 쏟아져 나왔다.

동명의 영화가 여러 차례 감독을 달리하며 선보이는 '데스 레이스'가 PC 플랫폼을 상징하는 배틀 타입 카 레이싱 게임이었다면, 콘솔에서는 '번아웃' 시리즈가 비무장(?) 컨셉의 배틀 레이싱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았다. 이 둘은 바주카, 기관총과 같은 화기의 유무만 나뉠 뿐, 게임 그 자체의 격렬함은 서로 밀리지 않는 그런 부류. 그런데 여기에 독특한 컨셉으로 도전장을 던진 게임이 하나 나타났다.

블랙 락 스튜디오(Black Rock Studio)가 개발하고 디즈니 인터랙티브 스튜디오(Disney Interactive Studio)에서 퍼블리싱한 '스플릿 세컨드(Split/Second)'가 바로 그 주인공.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번아웃처럼 비무장 레이싱 전용 차량을 조작하는 게임이다. 그런데 코스가 심히 남 다르다. 코스에 트랩 까는 거야 오래된 컨셉이지만, '스플릿 세컨드'에서는 그 정도가 차원이 다르다.

▲ 이 더운 여름에 아메리칸 머슬카로 헐리우드식 자동차 액션을 즐기고 싶다면...?

기본적으로 TV 리얼리티 쇼 컨셉이라는 설정을 채택하고 있어서 게임이 막 단위로 딱딱 끊어지는 구성이다. 이는 요즘 게임들의 트렌드여서 게임을 꾸준히 즐겨왔다면 친숙할 부분. 그런데 이 게임에서는 차량들의 격렬한 배틀과 별도로 코스 그 자체가 운전자를 위협하는 정도가 강해 운전과 상대 차량 외에 주변 환경까지 챙겨야 되는 삼중고에 처하게 된다.

앞서 언급했던 'TV 리얼리티 쇼' 컨셉은 버라이어티와 만나 코스 자체가 복불복의 현장으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화기로 파괴시키지는 못하지만 전후좌우에서 압박해서 사고를 유발하는 기본적인 플레이 패턴에 비행기나 크레인, 콘테이너 등 기존의 게임에서는 '병풍'에 불과했던 존재들이 운전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장애물로 등장한다. 살짝,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가면 짜릿하지만... 깔리면 그냥 게임오버.

블록버스터 영화에 버금가는 퀄리티로 드라마를 뽑아내는 나라 다운 것인지, '스플릿 세컨드'에서는 전혀 TV 스케일이 아니다. 다양한 스타일의 도시 조형이 꾸며진 코스인데, 건물들이 떼로 무너지거나 쓰나미만 안 들어오는 정도지, 그 외의 요소들은 모두 다 레이서들을 위협한다. 그래서 여느 게임과 달리 3인칭에 시야각이 넓은 시점을 무조건 선택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는 운전석 시야로는 도통 파악 안되서다.

▲ 코스 그 자체도 '적'이다. 때문에 3인칭 시점 플레이가 당연한 일이 된다.

일단 이 게임은 게이머가 컨테이너 피하기, 비행기 피하기, 없던 길 뚫리면 잽싸게 거기로 들아가기 등등 '요령'에 충실한 주행을 하며 쏠쏠한 재미를 느끼는 게 특징이다. 정통파 레이싱 게임처럼 달리며 느끼는 쾌감은 안드로메다까지는 아니더라도 저멀리 태양계는 벗어난 형편. 때문에 아케이드 레이싱을 좋아하는 유저 중에서도 호불호가 갈릴 부분이 존재한다. 운전 외적인 자극이 너무 강해서다.

그런데 이런 부분이 이 게임에서는 정체성이 된다. 요즘 레이싱 게임들은 '그란 투리스모'나 '포르자 모터스포츠'처럼 리얼계를 표방하고 있어서 정작 아케이드 스타일의 달리기는 꽤 입지가 협소해졌다. 또 '번아웃' 정도는 식후 산책하듯 깨는 유저들이 많아져 어지간한 자극으로는 게임 이름도 알리기 어려운 매우 극단적인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래서 어찌보면 이러한 분위기가 '스플릿 세컨드'를 탄생시킨 것 같다.

꽤 싱글플레이 자극이 심한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멀티플레이에 대한 배려는 상대적으로 미흡해 보인다. 한 콘솔로는 2명의 플레이어가 분할스크린으로 대전하는 것이 가능하고, PSN에서는 8명까지 한 방에서 게임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이 부분에서 멀티플레이만을 위한 별도의 특전은 없다. 되려 코스에서 사고로 발생한 틈새가 사람 수대로 늘어나는 게 아니다 보니 멘탈적인 측면에서 스트레스는 더할 것 같다.

▲ 번아웃 스타일에 '플러스 알파'를 하고 싶다면 딱 안성맞춤인 게임

12세이용가 / 평점 : 8점 (10점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