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블리치 소울 이그니션 (PS3)

케이블방송으로 일본 애니메이션들을 편하게 볼 수 있게 된 지도 꽤 된 요즘이다. 투니버스 개국을 시작으로 하나 둘 전문채널이 생기더니, 올해 들어서는 '애니플러스' 개국으로 일본 현지와 거의 같은 주에 최신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는 세상이다. 딱히 성인취향이 유별나지 않은 이상 일본 애니메이션 보기 쉬워진 편이라, 이제는 과거보다 훨씬 더 양지(?)에서 애니메이션 팬을 만나볼 수 있다.

이러한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가장 광범위한 소비층을 보유하는 장르는 아무래도 '소년물'이라고 볼 수 있다. 열혈, 근성, 정의 등등 뭔가 불타오르는 단어가 주제가 되는 소년물은 드래곤볼, 슬램덩크 등 인기원작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통해 그 저변이 가장 넓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것으로 '원피스'와 '블리치'가 대표적인데, 이 중 블리치는 '한글판'으로 최신작이 PS3로 발매되었다.

'블리치 : 소울 이그니션'이라는 타이틀로 발매된 이번 작품은 여러모로 그 의미가 깊다. 블리치 정규 레이블 타이틀이 PS3로 처음 정식 발매되면서, 동시에 '한글화'까지 더해진 경우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블리치 시리즈를 접해본 유저도 많고, 다른 플랫폼으로 블리치 게임을 즐긴 유저들도 일정 수준을 넘은 덕분에, 요즘 도통 보기 힘든 한글화로 국내 게이머들이 블리치 타이틀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 비주얼은 카툰 랜더링은 기본으로 해 애니메이션에서 느끼던 재미를 다시금 즐길 수 있다.

게임은 애니메이션처럼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짜여진다. 원작의 주인공인 '쿠로사키 이치코' 외에도 여러 캐릭터를 골라 각각의 에피소드를 진행하는 것을 기둥으로 삼는다. 기본적으로 애니메이션 팬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게임이어서, 플레이어가 좋아하는 캐릭터로 애니메이션에서의 정해진 연출을 초월하는 플레이를 즐기게 해주는데 포커스가 가 있다.

스토리 모드는 기본적으로 난이도가 서서히 오르는 형태를 취하기 때문에, 캐릭터 특성이나 미션들에 적응하는 일종의 튜토리얼 역할도 수행한다. 스토리 모드를 통해 캐릭터와 조작법을 마스터하면 '미션' 모드에서 자유로운 플레이를 만끽할 수 있다. 이는 게임 재미에서 중요한 부분을 제시한다. 1:1 대전이 아니라 난격 형태를 취하는 덕분에, 스토리 보다는 이벤트 클리어가 더 눈이 가는 형편이다.

여기에 더해, 다양한 스킬과 이그니션 게이지 활용법을 익히면 더욱 화려한 전투를 즐길 수 있다. 애니메이션에서 친숙한(?) 장황한 이름의 한자어 기술이 '레벨 업'으로 캐릭터 성장을 하면서 하나 둘 멋드러지게 펼칠 수 있게 되면, 블리치의 재미에 한껏 빠질 수 있다. 애니메이션처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게임 타이틀이라, 이 부분을 봉인해제해 나아가는 과정이 어찌보면 이 게임의 존재의미 중 한 축이 된다.

▲ 애니메이션에서의 숙적은 게임에서도 숙적. 에피소드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이겨야만 된다.

기존의 포터블 기반 애니메이션 게임 타이틀들과 달리, 플레이스테이션 3 플랫폼으로 나오면서 볼륨 측면에서 대폭적인 향상을 이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1080p 지원을 감당하기 위해 디테일한 캐릭터 디자인과 랜더링이 가미되어 있는데다, 만화고 애니메이션이고 기상천외한 연출의 필살기가 캐릭터 별로 쏟아지는 설정을 계승한 게임이라 이런 걸 하나하나 발견해 나아가는 과정이 꽤나 길다.

액션게임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는 '타격감'이나 '조작감' 모두 상당히 경쾌한 느낌을 보이기 때문에 성질 급한 사람도 손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특히 '한글화'가 되어 있으니 게임 내용을 애니메이션을 모르더라도 하나하나 다 숙지해 나아갈 수 있다는 점도 있다. 그 동안 일본어든 영어든 외국어로 화면이 찬 것을 보며 게임 내용을 궁금해 했던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고마운 타이틀이다.

'블리치 : 소울 이그니션'은 난격 스타일 액션게임들의 장점을 고루 취합한데 더해, 블리치만이 가진 캐릭터성을 잘 조합한 타이틀이다. 특히 한글화로 한국 게이머들을 배려한 점과 카툰랜더링 및 1080p 지원 등으로 애니메이션 전문채널에서 보던 비주얼을 게이머가 직접 손으로 다룰 수 있도록 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 그냥 원작이 있는 게임 수준을 넘어, 밸런스가 잘 잡힌 멋진 게임이라고 평할 수 있다.

▲ 애니메이션을 통해 그저 보기만 했던 '이치고'를 조종해 블리치 세계를 모험한다.

12세이용가 / 평점 : 8점 (10점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