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텔 SSD 320 시리즈 120GB : 구성과 사양

인텔의 네할렘 아키텍쳐가 공개되면서 가져온 큰 변화 중 대표적인 하나는 꽤 오랜 시간을 이어 오던 LGA775 소켓 시대를 마감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CPU 소켓 규격의 물리적 변경 외에도 이로 인해 시스템 업그레이드 시 조금 더 신중을 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겼음을 의미하는 데, 그 이유는 코어 i 시리즈 프로세서로 넘어 오면서 세대별, 모델별로 서로 다른 소켓 규격이 적용된다는 데에 있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이제 프로세서와 이에 대응하는 메인보드의 조합을 한번 결정하면 플랫폼 전체를 교체하기 전에는 핵심 부품 선택과 교체의 융통성이 이전에 비해 좁아 진 것은 사실이다. 일반 업무용 PC라면 통상적인 교체 주기 내에는 그다지 크게 손 댈 부분이 없으므로 이런 고민에서 보다 자유로울 수 있지만, PC를 단순한 용도 그 이상 취미의 일부분으로 즐기는 사용자라면 새로운 기술의 발표와 이를 통한 성능 향상의 기회는 언제나 강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러한 성향의 사용자들에게 시스템 성능 업그레이드라는 강한 모멘텀을 제공하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PC 게임과 새로운 운영체제 출시다. 기대작 PC 게임 출시 소식이 발표되면 이를 원활이 구동할 수 있는 시스템 사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수요가 증가하고, 새로운 운영체제가 발표되면 PC 교체 수요가 급증하는 경향이 반복되는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 인텔 SSD 320 시리즈는 X25 시리즈의 뒤를 잇는 3세대 모델이다.

▲ 3.5인치 장착 브라켓과 케이블, 유틸리티 CD 등이 기본 패키지에 포함된다.

시스템을 전체적으로 교체하는 경우라면 선택의 폭이 상대적으로 넓지만, 현재 사용 중인 시스템에서 일부 부품 교체를 통한 성능 업그레이드를 원하는 경우라면 현재 인텔이 구축하고 있는 시스템 플랫폼 정책 하에서는 어떤 소켓 규격 플랫폼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향후 몇 년간은 외길 인생이 될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때 플랫폼에 대한 제약에서 보다 자유로우면서 시스템 전체적인 성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다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할 만한 것이 바로 저장 장치다.

PC에 대해 어느 정도 상식을 갖고 있는 사용자라면 PC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가장 저하시키는 곳이 바로 저장 장치임을 잘 알려 진 사실이다. 프로세서나 그래픽 카드 등의 연산 처리 장치는 물론 메모리와 같은 부품의 데이터 처리 속도가 최근 몇 년간 발전한 정도에 비해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로 대표되는 저장 장치는 저장 용량만 크게 향상되고 있을 뿐 처리 속도는 여전히 시스템 전체 성능의 발목을 잡는 주범이 되고 있다.

따라서 저장 장치의 속도만 어느 정도 개선시켜 준다면 손쉽게 시스템 성능을 높일 수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더욱이 저장 장치는 인터페이스만 맞으면 플랫폼 형태에 구애를 받지 않는 다는 범용성을 지니고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그러나 회전 운동을 바탕으로 한 플래터를 저장 장치로 사용하는 HDD는 물리적 구조의 특성 상 데이터 처리 속도 향상에 있어 기술적 한계가 존재한다. 그래서 HDD를 대신할 저장 매체로 떠 오른 것이 바로 메모리를 이용한 저장 장치고, 그 과정 속에 NAND 플래시 메모리를 사용한 SSD(Solid State Drive)가 HDD의 대안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초기에 비해 용량과 가격 모두 빠르게 안정화가 되면서 수요가 늘어나고 이는 다시 많은 제조사들이 관련 제품을 개발, 출시해 시장 경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봐도 머지 않아 PC의 대표적 저장 장치로 SSD가 자리 잡게 되리라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다만 아직도 테라바이트 시대로 접어 든 HDD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저장 용량과 가격 경쟁력, 그리고 고질적인 프리징 현상 등 넘어야 할 장벽이 과제로 남아 있다.

▲ 마그네슘 재질 하우징에 검정색 플라스틱 가이드를 덧댄 외관을 지니고 있다.

▲ 일반 SATA HDD와 동일한 SATA 인터페이스 규격 커넥터를 채용하고 있다.

CPU로 대표되는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 인텔이 메모리 사업을 시작한 배경에는 CPU에서 연산을 거친 데이터의 처리 경로 상 메모리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점과 장기적으로 데이터 처리 속도 저하의 주범인 HDD를 대체할 고속 스토리지로서의 가능성 예측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인텔의 메모리 사업이 수익적으로 주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기에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비해 부각되지 못한 채 이어져 오고 있다.

이러한 인텔의 메모리 사업에서 새로운 활로로 떠오른 것이 본격적으로 분위기가 형성이 되기 시작한 SSD로 대표되는 메모리를 이용한 고속 스토리지 분야이며, 인텔의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미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2011년 들어 인텔의 PC용(노트북 포함) SSD 라인업의 주축으로 선보인 것이 320 시리즈와 510 시리즈다. 2세대 격인 X-25 시리즈를 잇는 3세대 모델로 320 시리즈가 SATA 3Gb/s(SATA 2)를, 그리고 510 시리즈가 SATA 6Gb/s(SATA 3)를 지원하고 있다.

스펙의 읽기, 쓰기 속도를 보면 당연히 상위 모델 격인 510 시리즈가 앞서 있지만, 320 시리즈는 제조 공정이 34nm에서 25nm로 개선된 낸드 플래시를 사용함으로써 전체적인 성능에서 이전 세대 모델에 비해 향상되었으며, 운영체제 설치용으로 충분한 120GB 모델이 20만원 대 중반의 가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저장 장치의 교체로 시스템 성능 향상을 얻고자 할 때 적당하다.

▲ 본체 두께가 7.0mm로 얇아 일반 2.5” HDD 규격을 맞추기 위한 플라스틱 가이드가 장착되어 있다.

▲ 3.5” 규격 베이에 장착할 수 있도록 전용 브라켓을 기본 제공한다.

SSD의 핵심 부품은 크게 저장 매체인 낸드 플래시 메모리와 두뇌 역할을 하는 콘트롤러로 구분할 수 있다. 저장 매체인 메모리는 구조에 따라 SLC(Single Level Cell)와 MLC(Multi Level Cell)로 나뉜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 초기에는 속도와 안정성에 있어 두 방식의 차이가 상당히 존재했지만, 지속적인 기술 발전으로 그 격차는 점차 줄어들게 되었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MLC 방식 메모리의 성능 향상은 이를 사용한 SSD의 가격 하락과 성능 향상으로 이어져 시장 확대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인텔 320 시리즈도 이전 세대인 X-25 메인스트림 시리즈에 이어 MLC 방식 낸드 플래시를 채용하고 있는데, 제조 공정이 25nm로 개선되면서 전반적인 성능이 향상되었다. 아울러 이전부터 사용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 오던 콘트롤러 또한 개선되면서 순차 읽기와 쓰기(Sequential Read /Write) 성능이 크게 향상되었다. 순차 읽기 속도는 270 MB/s로 동일한 가운데 쓰기 속도만 용량에 따라 45 MB/s부터 220 MB/s까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중 리뷰에 사용된 120GB 모델은 130 MB/s의 쓰기 속도를 지니고 있다.

특히 주목할만한 부분은 KB 단위 작은 파일 입출력이 잦은 운영체제나 각종 소프트웨어 사용에서의 속도를 좌우하는 무작위 읽기와 쓰기(Random Read/Write) 속도가 상당히 뛰어나다는 점이며, 이는 곧 안정적인 작동과 속도를 보장하는 콘트롤러의 성능이 한층 개선되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빠른 무작위 읽기와 쓰기 속도는 SSD의 고질적인 증상인 프리징(freezing) 현상을 줄이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 인텔 SSD, PC 스토리지에 새로운 모멤텀 구축

▲ 인텔 SSD 320 시리즈 120GB 제품사양

HDD는 고속으로 회전하는 플래터 위를 헤드가 움직이면서 데이터를 읽고 쓰는 동작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작은 먼지나 진동, 충격에도 에러가 발생할 수 있는 취약함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HDD의 하우징은 내부 부품을 보호하는 역할과 함께 외부의 먼지 등의 유입을 방지하도록 철저한 실링 처리가 필수적이다.

반면 SSD의 하우징은 내부 기판을 고정시키면서 외부로부터 보호하는 케이스 역할이면 충분하기에 하우징 재질 선택에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일부 보급형 SSD에서는 케이스에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는 것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인텔 320 시리즈는 무게와 강도가 뛰어난 마그네슘 소재를 사용하여 내구성을 높이고 있다.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한 510 시리즈는 일반 2.5” HDD와 동일한 9.5mm의 두께를 지니고 있는 것에 반해 320 시리즈의 두께는 7.0mm에 불과해 규격을 맞추기 위한 검은색 플라스틱 가이드를 추가 부착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320 시리즈의 개성 있는 외관을 완성하고 있다.

SSD는 외부 충격이나 진동에도 안정적인 사용이 가능하며 전력 소모 또한 적기 때문에 노트북과 같은 모바일 기기용 스토리지로 가장 적합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현재 유통되는 SSD는 노트북에 사용되는 2.5” 규격 제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HDD를 대체하는 고속 스토리지로서 SSD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일반 데스트탑 PC에서도 SSD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텔 320 시리즈는 2.5” 규격을 지니고 있지만 데스크탑 PC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3.5” 규격 베이에 장착할 수 있는 전용 브라켓을 패키지에 기본 제공하고 있어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