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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는 데는 그게 어떤 연유에서 나왔든 간에 어떤 ‘이유’가 있다. 단지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다는 욕구에서 출발할 수도 있고, 자신의 눈으로 어떤 멋진 풍경을 가슴에 새기고 싶다는 희망 사항도 있을 것이다. 또한 여행을 통해 단지 휴양을 취하는 것이 아닌, 어떤 것을 ‘배워’ 오겠다는 당찬 목표도 있을 것이며, 이는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르다.
좋은 여행이 되기 위해서는 단지 즐기기만 하는 것으로는 무엇인가 부족할 수 있다. 충분히 자신이 원하는 즐길 거리가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수 있지만, 여기서 뭔가 의미를 부여하고 배워 갈 수 있다면 더 각별한 여행이 될 것이다. 그것이 꼭 학술적이나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고 해도, 정신적으로 어떠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여행은 자신의 인생에 있어 한 번의 전환기라고 말할 수 있을 지 모른다.
DMZ관광주식회사가 선보이는 프로그램 ‘DMZ 최병관 작가와 함께 떠나는 겨울사진여행’은 이런 의미에서 눈여겨 볼 만한 프로그램이다. 흔히 갈 수 없는 DMZ라는 특별한 장소와 함께, 사진여행이라는 특별한 목적성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게 하는 특별한 동행이 함께 하는 이 여행은 단순한 여행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 하늘이 시리도록 파랗던 12월 어느 날의 열쇠전망대
▲ 이 철책선까지 올 수 있었던 특별한 기회
▲ 하늘은 푸르고 철책 주위는 유난히 추웠다.
▲ 철마와 함께 월정리역의 시간도 멈춰버렸다.
이 여행에서 특별한 점 두 가지를 꼽으라면 단연코 ‘DMZ’와 ‘최병관 작가’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를 따로 떼어 놓기도 어려운 것이, 최병관 작가는 지금까지 자신의 삶을 카메라에 담음과 함께, 남북 분단의 상징인 DMZ를 전문적으로 다루어 왔기 때문이다. 최병관 작가는 한국전쟁이 끝난 지 반세기 만에 민간인 최초로 1996년부터 1997년까지 휴전선 155마일 서쪽 끝에서부터 동쪽 끝까지 GOP에서 군인들과 숙식을 하며 3번을 왕복하여 사진 작업을 한 바 있다.
최병관 작가는 사진가이자 시인이며, 자신과 주위의 모습을 남기는 것에 대해 어떤 책임감과 사명을 느끼고 사진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진전과 사진책 등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2000년 일본 NHK TV에서 아시아의 작가로 선정, 2004년 일본 동경사진미술관 초청으로 ‘비무장지대의 비경’ 개인 사진전을 열어 국제적으로 큰 반응을 불러온 바 있다.
특히, 지난 2010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뉴욕 UN 본부에서 한국전쟁 60주년 기념으로 ‘한국의 DMZ, 평화와 생명을 찾아서’ 를 주제로 한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이 전시 또한 수년의 시도와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졌으며,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적극적으로 주관하여 120여 국가 대사를 비롯한 많은 외교관들에 DMZ의 아름다움과 평화를 염원하는 한국 국민들의 소망을 전한 바 있으며, 사진집은 192개 나라에 두 권씩 전달된 바 있다.
이런 특별한 작가가 동행하는 이 여행은, DMZ를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겨울의 DMZ를 바라보는 각자의 다양한 감정과 함께, DMZ를 다양한 시각으로 표현하고자 시도한 최병관 작가의 독특한 관점을 접하는 것은 여러 모로 특별한 경험이다. 여기에 ‘사진 여행’ 답게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각종 방법을 직접 전수받을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이 여행에서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특별한 점이다.
▲ 평범해 보이는 풍경을 어떻게 다시 볼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는 기회.
▲ 협곡 사이를 흐르는 한탄강 풍경
▲ 강 전체에서 물이 떨어지는 국내 유일한 폭포라는 직탕폭포 모습
또한 이 여행의 특별한 점은 여행지가 흔히 접하기 힘든 DMZ라는 특별함 때문이다. 여러 가지 현실적 문제 때문이겠지만, 이 DMZ 안의 풍경은 밖에서 보던 풍경과 사뭇 다르다. 흡사 시간이 다른 속도로 흘러간 결과를 보는 것 같은 풍경은, 숨가쁘게 주위가 바뀌어 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던 사람들에 이를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여유를 준다.
주요 방문지로는 임꺽정이 활동했던 곳으로 유명한 고석정, ‘한국의 나이아가라’ 라 불리는 직탕폭포, 분단의 현실을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평화전망대와 월정리역, 지금은 하나의 상징으로 굳어진 노동당사와 백마고지, 실제 DMZ 철책선을 걸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열쇠전망대 등이 있다. 물론 이들 장소를 접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세대별로 사뭇 다른데, 이런 다양한 감정을 접할 수 있다는 것도 특별한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여행에서 예정된 방문지를 돌면서, 최병관 작가가 여행객들에게 주문하는 것은 ‘어떤 이야기를 표현할 것인가’다. 단순히 DMZ 안의 명소를 돌면서 보기만 하기보다는,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고, 이를 표현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보는 게 이 여행 프로그램의 본질적인 목적이기 때문이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장비도 중요하고 멋지게 담아내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어떤 이야기를 풀어갈 지에 대한 고민이다.
물론 장소의 특별함 덕분에, 일반 여행처럼 ‘편안함’ 에 대해서는 일단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할 수도 있다. DMZ 내에도 나름대로 좋은 수준의 펜션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생각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일반 여행이 아닌 ‘사진여행’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만큼, 이런 다소의 아쉬움보다는 특별한 정소에서 기대할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을 담는 기회가 여행객들을 더 설레게 할 것이다.
▲ 철새들은 당연하게도 사람들의 사정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 해가 질 시간. 저수지 둑 위는 독수리들의 차지.
▲ 해가 뜨는 시간의 저수지 풍경은 그림에 가깝다.
▲ 새벽 동틀 녁에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풍경.
이 여행에서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철새탐조의 기회다.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DMZ는 각종 철새들의 보고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비교적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는 이 프로그램이 굳이 겨울에 진행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흔히 말하는 ‘최전방’이라는 이미지가 가진 ‘혹한’을 온 몸으로 체험해야 하지만, 그것보다는 흔치 않은 기회를 더 기뻐하게 될 것이다.
철새탐조는 주로 철원평야와 토교저수지, 철원두루미관 등에서 진행된다. 탐조활동은 일출, 일몰 시기와 정오부터 2시 사이 정도가 추천 시간대이며, 시간을 잘 맞추면 저수지에서 비상하는 철새들이나 먹이를 먹고 저수지 둑에 모인 독수리들, 평원을 노니는 두루미들을 볼 수 있다. 물론 이 철새들이 사람들과 그리 친하지 않은 만큼 가까이 다가가기는 힘들고,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이 철새탐조의 하이라이트는 둘째 날 새벽 일정인 토교저수지에서의 철새탐조 및 아침 촬영이다. 영하 십수도의 날씨에 저수지 근처는 참으로 춥지만, 이를 잊게 만들 정도의 환상적인 풍경과 사진을 얻을 수 있다. 토교저수지의 끝은 북한과도 밀접해 있는 만큼, 손에 잡힐 듯 하지만 가지 못하는 곳과 이를 넘나드는 철새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는 그림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철새탐조를 만족스럽게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물이 있다. 멀리서 봐야 하는 만큼 망원 렌즈를 준비하는 것이 좋지만, 상황에 따라 대응하기 위해서는 울트라줌 계열도 편리하다. 그리고 새벽 탐조를 위해서는 삼각대를 준비하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하루 중 가장 추운, 혹은 연중 가장 추운 날일 수도 있으니 확실한 방한 태세를 갖추고 가야 된다. 디지털 카메라의 경우에도 혹한환경에서 이상이 있을 수 있으니 보온 준비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 이 잔해만 남은 교회에는 전쟁의 참혹함이 그대로 남아 있다.
▲ 한국전쟁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는 백마고지의 전적비
▲ 단 5년 만에 이 땅에서 온갖 악명을 남긴 철원 노동당사
▲ 건물은 전쟁의 상처를 안고 아직까지 서 있다.
이 여행은 일반적인 여행이 아닌, ‘사진’이라는 특별한 목적을 가진 여행으로, DMZ라는 특별한 장소를 겨울이라는 특별한 시기에,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특별한 동행과 함께 갈 수 있는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좋은 여행이 좋은 장소, 좋은 사람과 함께 유익함이 필요하다고 하면, 이 여행은 사진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모든 요소를 다 갖춘 훌륭한 기회다.
특히 이 여행에 앞서 최병관 작가가 강조하는 것은 사진이 가지는 ‘의미’, 즉 어떤 이야기를 담아낼 지에 대한 고민이다. 이는 좋은 사진은 단지 좋은 카메라로 선명하고 화려하고 강렬하게 찍은, 자극적인 사진이 아니라 무엇인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사진이어야 한다는 것에 기인한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에서 최병관 작가의 역할은 이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표현 방법의 힌트를 주는 것이다.
또한 이 특별한 사진 여행에서 느낄 수 있을 것으로는 최병관 작가와 함께 하면서 볼 수 있을, 사진을 대하는 ‘자세’다. 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사실 도구에 대단히 민감한 것도 장인이다. 28년동안 6대째 니콘 FM2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면서도 최신형 DSLR들보다 더 사람의 마음에 와닿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유는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주제’가 명확하기 때문이며, 이 자세를 보는 것만으로도 참가자들에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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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 뮤직비디오도 생각나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