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2012 대한민국 애니메이션산업 정책간담회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그 무한한 가능성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애니메이션산업 정책간담회가 1월 31일 서울 구로구 한국산업단지공단 키콕스 벤처센터 3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콘텐츠진흥원 주관으로 열린 이번 간담회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최광식 장관이 직접 참석해 애니메이션산업 관련 인사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간담회는 최광식 장관의 모두발언에 이어,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김영재 교수의 '애니메이션 진흥전략방안' 발표가 진행되었다. 발표 후에는 로이비주얼 이동우 대표의 방송용 애니메이션 '로보카 폴리' 제작사례 소개, 곽기혁 감독의 전통문화소재 애니메이션 제작사례 '씨름' 소재 단편 애니메이션 소개, 팡고 스튜디오 문제대 대표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초록숲 이야기' 중국시장 진출사례 소개, 소빅 이병우 전무의 애니메이션 분야 투자사례 소개, KBS 이영준 부장의 지상파 애니메이션 방영사례 소개 등이 이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 최광식 장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2011년은 애니메이션산업이 한 단계 도약한 해였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 국내 관객 동원에 성공하고, '로보카 폴리' 등이 해외진출을 기록한 의미 있는 한 해였다"고 지난 한 해를 평가하고, "올해 2012년에 더 좋은 성과를 이루기 위해, 관련 주체들이 지혜를 모으기 위해 여기에서 자리를 갖게 되었다"고 이번 자리의 의미를 밝혔다.

▲ 문화체육관광부 최광식 장관

▲ 애니메이션 진흥전략 방안 발표와 좌장을 맡은 김영재 교수

김영재 교수는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통계, 현황 등을 소개하고 현재 처한 문제점 등을 패널 토론에 앞서 정리했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규모는 애니메이션 제작업, 애니메이션 유통업 및 배급업, 온라인 애니메이션 유통업 등 세 가지 업종 구분에 따라 다양한 비즈니스들이 펼쳐지는 구조다. 2010년도 집계 매출액은 제작 및 유통업 매출이 3585억원, 극장 매출액이 561억원, 방송사 수출액이 39억원 수준으로, 전체 산업 매출액 규모는 4185억원 수준으로 집계되었다.

애니메이션산업은 미래 영상 콘텐츠 산업의 핵심, 아동 방송 콘텐츠의 핵심, 원소스 멀티유즈 기반 콘텐츠 산업발전의 핵심 등으로 주요한 역할을 점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전반적인 부실과 악순환 구조 고질화, 신하청 구조의 도래 등 문제점이 한 둘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들의 배경에 대해, 김영재 교수는 미디어 유통과 재원조달 측면에서 다음 다섯 가지 이슈를 정리했다.

1. 2005년 이후 애니메이션 지상파 TV 시청률의 하락
2. 지상파 TV 방송국의 애니메이션 방영시간 하향이동
3. 창작 애니메이션 시청자 접점 확보 실패
4. 창작 애니메이션 재원조달의 어려움
5. 모태펀드의 성과 및 한계

위와 같은 문제점으로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은 발전이 저해되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방송국 국산물 총량제를 맞추기 위한 저예산 저품질 애니메이션이 양산되고, 해외자본 의존도 심화로 '신 하청구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지상파 TV 아동/가족용 방송 콘텐츠 소멸 위기가 논해질 정도로 방송환경도 척박해지고 있다.

이처럼 노출된 문제점들의 해결을 위해, 산/학/관 주체에 의해 해결책 모색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인접국인 중국과 프랑스, 캐나다 등 주요국가의 사례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일단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방송프로그램 등의 편성에 관한 고시'와 '방송법' 개정 등을 통해 진흥정책이 마련되고 있으며, 그외 펀드와 기금 등의 활용 측면에 대해 다각도로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 로이비주얼 이동우 대표

김영재 교수의 애니메이션산업 진흥전략방안 발표에 이어, 로이비주얼 이동우 대표가 방송용 애니메이션 '로보카 폴리' 제작사례를 소개했다. 이동우 대표는 "유아용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이 보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 않다. 부모들이 가치를 선택한다. 경찰차, 소방차, 앰블런스 등으로 기획했을 때, 너무 흔한 것이긴 하나 가장 좋아하는 소재라는 걸 봤다. 이를 어떠한 이야기로 창작하느냐가 포인트라고 설정했다"며 '로보카 폴리'의 기획배경을 먼저 설명했다.

로이비주얼은 초창기 열악한 상황에서 좋은 작품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실버릭'이라는 홍콩 완구기업과 만나 그 쪽에서 작품 개발하는 동안에 같이 캐릭터 상품을 개발하는 형태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게다가 방송사와 좋은 관계를 맺고, 정부에서 제작비 지원하는 것을 받게 되면서 성공의 발판을 마련한 케이스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로이비주얼은 세 가지 명제를 설정했다.

먼저 '유아용 애니메이션은 육아를 함께하는 것'이라는 개념에서, 재미 있으면서 정서적 감동이 있는 것을 추구했다. 또 '한국적인 가치와 정서'를 바탕으로 가족과 공동체를 시나리오에 녹이고자 노력했다. 이 부분은 해외에서 독특함 또는 재미 요소로 본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탁월한 장점이 있어야 이 시장에서 성공한다'는 단순하지만 큰 이치도 직시했다. 글로벌 마켓에 너무나 훌륭한 작품들이 육아용 시장에 있는 관계로, 이를 돌파하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로이비주얼은 오는 4월 프랑스 중심으로 방송을 시작하고 해외마켓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 작년 5월부터 테스트 마켓 성격으로 제품완구를 내놓으면서 작품을 컨셉이 맞는 방송사를 통해 방송하는 형태로 시장에 접근 중이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토이 메이커를 통해서 장난감 만든 것과 상품과 작품 등을 동시에 만드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올 연말이 되면 전 세계 100여국 이상에 작품 판매가 될 것으로 로이비주얼 측은 예상하고 있다.

▲ 곽기혁 감독

'씨름' 소재 단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는 곽기혁 감독은 본래 상업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던 작가였다. 그러다 한국 정서 기반으로 애니메이션을 개발하는 게 어린이 정서 개발에 도움되는 부분을 깨닫고, 유년기 때 추억을 더듬어 '씨름'을 주요 컨셉으로 설정하고 현재 작품을 만들고 있다.

곽기혁 감독이 만드는 애니메이션은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수상을 노리는 단편기획물이다. 단편에서는 액션 소재를 잘 쓰지 않는데, 이는 상업 애니메이션 냄새가 나기 때문. 대개 마이너스가 되긴 하지만, 전통적인 것을 소재로 삼으면 더 좋은 평가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곽기혁 감독은 작품을 제작 중이다. 그는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캐릭터들의 신명나는 씨름 한판을 다루고, 문화사업으로서의 가치를 확보하고자 한다. 씨름을 잘 모르는 외국인과 어린이들에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램이 있다. 연계 비즈니스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곽기혁 감독은 제작과 관련해 씨름 콘텐츠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기획하면서 자료를 찾기가 어려웠는데, 특히 동영상 데이터가 없어서 자료를 따로 구매하거나 촬영하러 다녀야 되어서 비효율적이었다며 제작 고충을 소개했다.

▲ 팡고엔터테인먼트 문제대 대표

팡고엔터테인먼트 문제대 대표는 자사가 스톱모션만 전문적으로 작업하는 곳이라고 소개하고, 지금까지 TV 영화, 광고,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업계에서 유명한 자사의 중국 진출사례를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팡고의 중국 진출계기는 애니메이션 악순화 구조에 끼게 된 데에서 비롯된다. 작은 시장에서 투자 기피현상이 만연하면서 작은 비용으로는 한계가 금새 왔다. 작품 질 떨어지기 시작하고 소비자들은 해외 작품으로 눈 돌리면서 구매층은 더 엷어졌다. 낮은 시청률, 소규모 소비자 문제가 두드러졌다. 그래서 시장확대를 통한 자본확충과 산업확대를 위해 중국으로 갔다. 이와 관련해 문제대 대표는 "살아남기 위해 갔다는 게 정확한 표현 같다"고 말했다.

팡고는 중국 업체들과 이야기하는데, 몇 가지 문제점을 발견했다. 특히 지분 구조로 가자면 국내에서 일정 지분 확보를 위한 자본이 있어야 되는데, 한국은 창업투자나 정부지원 프로그램을 바로 받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문 대표는 이게 선행되어야 해외 투자를 받기 쉬워진다고 지적했다. 언어의 장벽, 중국정책 정보 미흡, 중국 내 파트너 신뢰성 등 중국진출의 기본적 문제점도 상존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제대 대표는 "협소한 한국시장에 대해서는 모두 다 아는 부분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의 합작은 꼭 필요한 부분 중 한 가지라고 생각한다. 인구가 많다고 시장이 큰 건 아니나 잠재력은 크다"며, "현재 중국에서는 관계자들은 뮬란, 쿵푸팬더 등 중국소재로 대박나는 거 보면서 자괴감을 느기고 있다. 그러면서 정책이 자꾸 보수적으로 흘러간다. 중국과 합작하려면 중국 소재가 무조건적으로 들어가야 된다. 그렇게 들어가야 점수를 크게 딴다. 일본, 미국과 합작하는 식으로 중국으로 들어가면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 소빅 이병우 전무

소빅 이병우 전무는 투자자 관점에서 산업을 조망했다. 그는 전체 투자 중에서 애니메이션산업이 6.7%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03년 크게 투자 증가했다가 2007년까지 감소하다 2008년부터 증가하는 추세라고 소개했다.

2003년 증가는 2002년 말에 애니메이션 전문펀드가 조성되면서 증가한 것인데, 이후에 투자성과 안 나오면서 자연스레 2007년까지 투자분이 감소하다가, 지난 2008년부터 3개의 애니메이션 전문펀드가 생기면서 투자금이 증가되었다고 배경을 밝혔다. 열악한 투자수익구조가 지속되고 적극적 투자가 위축되긴 했으나, 최근 몇몇 작품의 성공으로 업계 분위기가 호전되고 있어서 분위기는 희망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투자조합 증가세는 선순환구조가 아니라 2008, 2009년에 결성된 투자조합 의무비율에 의해 한시적으로 증가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008년 이후에는 투자조합 결성이 전무한 상태인데, 기존 투자조합이 2012년 상반기까지 투자비율을 충족시키면, 그 이후에는 애니메이션 투자비율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황으로는 해외투자자가 유럽에서 중국 및 아시아, 남미로 변화되는 것이 있다. 이는 성과가 미흡해서라는 것이 투자사 분석이다. 최근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마당에 나온 암탉' 성공과 TV 시청률 저하 문제로 인한 것이다. 애니메이션 투자 위축 사유로는 수익성 악화와 자금투명성 결여를 손 꼽았다. 해외 공동제작 프로젝트의 성과가 미흡하고, '신 하청사업화'의 우려도 주요한 이슈로 언급되었다.

이병우 전무는 애니메이션 투자활성화를 위한 제언으로, 1)타겟마케팅 대한 기획 및 제작, 2)영화/애니메이션 제작사 간 유기적인 협력, 3)제도적인 장치와 철저한 준비, 4)방송사/투자사/제작사/정부 유기적인 협력 필요, 5)신규 애니메이션 전문 투자조합 결성 유인을 위한 정부지원책 필요 등을 손꼽았다.

▲ KBS 이영준 부장

KBS 이영준 부장은 지상파에 대한 편성시간 증가와 유효시청시간대 배치 등에 대한 업계 요구에 공감을 표했다. 그는 KBS가 1987년부터 달려라 하니, 날아라 슈퍼보드, 아기공룡 둘리 등부터 2011년 구름빵까지 총 70여편의 시리즈 및 특집에 제작투자를 해온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브랜드의 요람임을 소개하고, 그간 사내 긴축으로 제작투자 없이 일괄 방송권 구매로 전환되면서 편성된 여파로 KBS 브랜드 애니메이션의 위상이 훼손된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영준 부장은 "올해부터 KBS는 공적책무를 다하고, 애니메이션 가치창출에 더 이상 수동적이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예전처럼 KBS 애니메이션 브랜드 파워 되찾고자 한다"며 향후 플랜을 소개했다.

먼저 투자 활성화와 프라임타임 편성시간을 확보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 두 가지 현안은 자사 애니메이션 활성화와 그 틀이 같은 것으로, 중장기적으로 지속하기 위해 KBS 내에 애니메이션 관련 인적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애니메이션 유관 단체장 간담회, 제작현장 실사 및 방문 추진 등 실제 행동도 이루어지고 있다.

KBS는 애니메이션 공모제도 정비할 계획이다. 올해 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 대체적으로 예산은 삭감, 정체되는 분위기이지만, 애니메이션 공동제작은 확대된다. 공모과정을 상/하반기 나눠 연 2회 진행해 우수작품 발굴을 이룬다는 복안이다. 이미 상반기 평가에는 20여편이 지원해 평가과정을 앞두고 있다.

편성정책과 관련해서는 조만간 가시적으로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주: KBS의 신규시간대는 4~6시 사이가 협의 중으로 알려졌다) 주로 어린이들이 볼 수 있는 시간대로 옮기는 것이 우선 고려 중이고, KBS 예능 파트의 킬러 콘텐츠들과 연계해 캐릭터를 방송물에 뜨게 해 광고효과를 노리는 등의 마케팅도 시도된다.

한편, 간담회를 찾은 SBS 관계자는 "자사는 매년 2년 째 애니메이션 대상 등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 방송법에 따르면 편성시간 때문에 문제가 되는데, 올해 안에 해결해서 활성화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2012년은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산업이 부흥할지 쇠락할지가 나뉘는 중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