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최병관 작가와 함께하는 DMZ 사진여행 - 강원도 양구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에 대해 물으면 대부분 잘 알려진, 그리고 오래 된 유적지나 거리 등을 꼽는 것이 보통이다. 이들 관광지는 누가 뭐래도 볼 거 많고, 먹을 거 많고, 즐길 게 많은 만큼 많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지금의 위치에 올랐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런 잘 만들어진 관광지는 편히 와서 즐겁게 보고 좋은 기억을 가져가는 데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뭔가 ‘특별함’을 찾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만큼, 숨겨진 특별함을 찾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희생하고 더 큰 것을 얻는 것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전 세계에 잘 알려진, 하지만 관광지로써는 잘 알려지지 않은 소중한 곳이 있는데, 바로 한반도를 동서로 가르고 있는 휴전선을 중심으로 하는 비무장지대, 바로 DMZ다.

DMZ관광주식회사가 소개하는 ‘최병관 작가와 함께하는 DMZ 사진여행’은 지금까지 DMZ의 관광 상품화에 집중해온 DMZ관광주식회사와, DMZ를 주제로 해 UN에서 사진전을 치뤄낸 최병관 작가의 만남으로도 특별한 기회다. 민간인 최초로 휴전선을 걸어서 세 번을 왕복하면서 DMZ 안의 숨겨진 풍경을 사진에 담아낸 최병관 작가의 독특한 스토리텔링은, 이 익숙하지 않은 지역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 들어오기도 힘들고, 갈 수도 없는 길이 바로 금강산 가는 이 길.

▲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을 허하지 않았고, 지금도 쉽게 갈 수 없다.

▲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에는 동물들의 발길이 그대로 남아 있다.

철원을 중심으로 했던 전 회의 프로그램과 비교해서, 양구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이번 프로그램은 ‘사진’이라는 테마는 같지만 그 주제가 다르다. 철원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가 ‘철새’ 였다면, 양구에서 진행되는 이번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자연’이라고 할 만 하다. 특히 발 닿는 대로 갈 수 없는 지역이 많은 양구에서, 이 ‘갈 수 없는 곳’의 순례에 도전하는 이 프로그램은 특별한 기회가 된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양구의 독특한 지형인 ‘펀치볼’을 확인할 수 있는 전망대, 가장 최근에 발견된 ‘제 4 땅굴’의 체험, 그리고 6.25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해병대의 주요 전적 중 하나로 꼽히는 ‘도솔산 전투’의 그 도솔산에 직접 올라 볼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또한 현재는 일반에 공개되어 있지만 막상 들어가기엔 참으로 어려운 ‘두타연 폭포’를 눈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이들 주요 방문지의 특징은, 혼자 훌쩍 가기엔 현실적으로 꽤나 번거로운 곳이라는 것이다. 이들 방문지들은 일반인들의 관광 목적으로의 진입이 가능하지만, 자유롭게 훌쩍 들어갈 수는 없는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몇몇 장소는 방문을 위해서는 군의 검문소를 통과할 필요가 있고, 각종 행정절차를 통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프로그램의 가치는 이런 번거로움 없이,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특별한 장소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클 것이다.

▲ 교과서에도 나오는 그 ‘펀치볼’이 바로 여기다.

▲ 눈 덮힌 산이 첩첩이 눈 앞에 펼쳐진다.

▲ 얼음으로 둘러싸인 ‘한반도 인공섬’

겨울의 강원도라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눈’이다. 그리고 이 양구에서의 눈은 언제나 즐겁게만은 기억되지 않는데, 특히 최전방에서 군생활을 보낸 사람들에게 있어 이 지역의 눈은 로맨틱이라기보다는 괴로움으로 기억될 정도이며, 한번 제대로 내리기 시작하면 허리까지 오고, 게다가 잘 녹지도 않는 이 눈은 많은 이들에게 추억과 아픔을 함께 기억하게 한다.

물론 막상 이 눈을 치워야 할 필요가 없는 입장에서라면, 눈이 쌓인 산이 첩첩이 펼쳐져 있는 모습은 참으로 절경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 여행의 목적이 ‘사진’ 이라면, 눈이 쌓인 산을 목격할 수 있다는 것은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특권임이 분명하다. 물론 이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눈 쌓인 산에 오를 수 있는 충분한 준비가 필요할 테지만 말이다.

겨울에 볼 수 없는 모습들이 있다면, 겨울에만 볼 수 있는 모습들도 있다. 그리고 이 사진여행을 제대로 즐기려면, 평범한 풍경 속에서 ‘겨울에만 볼 수 있는’ 풍경들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제대로 찾아 사각의 프레임에 담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스토리’가 필요한데, 방문지에 담긴 여러 가지 스토리에 귀기울이고, 이를 어떻게 담아낼까 고민하는 것도 이 여행의 백미 중 하나다.

▲ 양구의 겨울에는 ‘눈’을 빼놓을 수 없다.

▲ 이들에게 눈이란 그리 달갑지 않을 존재일 수밖에 없다.

▲ 저 위령비에는 바위가 피눈물을 흘렸다는 사연이 있다.

이 여행에서 최병관 작가의 역할은 절대 사진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이 여행에 참가할, 사진에 관심 있거나 이미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가진 사람들에게 사진 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의미도 없을 뿐더라 이 여행의 목적도 아니기 때문이다. 최병관 작가가 제시하는 것은 ‘어떻게 사진을 찍을까’ 보다는 ‘어떤 사진을 찍을까’ 에 대한 것이며, 참가자들이 얻어가야 할 것은 기술보다는 예술적인 면에 대한 조언과, 대상에 대한 다양한 ‘사연’이다.

최병관 작가는 지금까지 자신의 삶을 카메라에 담음과 함께, 남북 분단의 상징인 DMZ를 전문적으로 다루어 왔다. 최병관 작가는 한국전쟁이 끝난 지 반세기 만에 민간인 최초로 1996년부터 1997년까지 휴전선 155마일 서쪽 끝에서부터 동쪽 끝까지 GOP에서 군인들과 숙식을 하며 3번을 왕복하여 사진 작업을 한 바 있으며, 이런 경험은 DMZ를 바라보는,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각을 만들어 냈다.

최병관 작가가 강조하는 것은 사진이 가지는 ‘의미’, 즉 어떤 이야기를 담아낼 지에 대한 고민이다. 이는 좋은 사진은 단지 좋은 카메라로 선명하고 화려하고 강렬하게 찍은, 자극적인 사진이 아니라 무엇인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사진이어야 한다는 것에 기인한다. 그리고 이런 ‘의미’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면, 표현의 수단이 되는 도구인 ‘카메라’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최병관 작가의 자세에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 DMZ는 전쟁이 만든 ‘20세기 유적지’

▲ 이 길은 지금까지 일반인들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았었다.

▲ 두타연은 자연과 사람의 손길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이다.

DMZ는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에게 있어 독특한 존재다. 일단 현재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 국가’의 상징이기도 하며, 아직도 끝나지 않은, 쉬고 있을 뿐인 전쟁을 상징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리고 50년이 넘게 사람들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은, 사람들의 시간과 자연의 시간이 엇갈린 소중한 공간이기도 하며, 전쟁이 끝나고 통일이 된다 해도 사람의 발길을 쉽게 허용하지 않을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DMZ는 이제 단순한 통제 구역이 아니라, 훌륭한 관광 자원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그 유래는 가슴아프지만, 결과적으로는 전 세계에서도 유래없을 정도의 ‘20세기 유적지’가 된 것이다. 세계 전쟁사에서 유일한 분단의 상징이자, 냉전이 낳은 세계 유일의 인류 유산이자 잘 보존된 생태계는 이제 본격적으로 ‘관광 상품’으로 조심스레 다루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최병관 작가와 함께하는 DMZ 사진여행’은 아직 쉽게 가지 못하는 특별한 장소를, 이 장소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과 함께 가서,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특별한 기회다. 특히 이 DMZ를 이해하는 데 있어, 최병관 작가가 풀어 놓는 각종 ‘이야기’들은 그 장소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과 함께, 이 여행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