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디아블로 3 (PC)1

디아블로 3를 디지털 카피로 구매해 초창기부터 대충 해 오면서 느낀 바라면, 2편 때도 그랬지만 사람 타임머신 태우는 거 하나는 알아줘야 된다는 점이다. 어쩌다 보니 하얗게 밤을 지새우기 일쑤이고, 그래서 정상적인 생활을 위해 게임을 언인스톨 해보고 별 짓 다 해보다가도 결국 다시금 설치하고 앉아 있는 한가로움(?)이 거듭된다.

그런데 이건 꼭 비단 본인의 개인적인 문제는 아닌 듯 싶다. 근 10여년 얼굴 못 본 사람이 만나 퀘스트나 깨거나 버스 태워주는 건 어느덧 접속만 하면 이어지는 일. 서로서로 아이템 밀어주는 미풍양속 속에서 게임플레이 시간만 점점 더 늘어나는 게 사실이다. 이처럼 당겨주고 밀어주는 인연이 없다면 골드 사서 돈으로 바르는 것도 가능하다 보니, 어째 패키지인데 왠만한 온라인 게임보다 투자가 더 많아진다.

아무튼 여전히 2편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존재할 정도로 디아블로 시리즈는 경이적인 생명력을 지닌 게임이다. 그중에서도 최신작인 3편은 패치로 영점 잡는 게 국제적인 이슈가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생업(?)이 달린 것이기도 하다. 때문에 버전 별로 평판이 워낙 엇갈리는 것이기에 이 게임의 본질적인 부분은 한 10년 쯤 있다가 평가해야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전작처럼 말이다.

▲ 주의 : 게임플레이는 버전 패치에 따라 상당히 달라짐을 유의하기 바람.

'10점 만점에 10점'이라 할 수 있는 2편에 비해서 본다면, 3편은 분명 게임으로써 퇴보한 느낌이 분명 있다. 사실 캐릭터 성이라거나 스킬트리 만드는 재미 등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2편이 더 낫다. 성기사 파나티시즘과 마법사 블리자드 남발로 청춘을 보낸 사람들이 어디 한 둘이 아닌지라, 이 부분은 과거 디아블로 2로 인생을 저당잡혔던 자(?)들의 공통된 평가.

그럼에도 이번 디아블로 3로 게이머들이 다시 모여드는 건, 아무래도 어쩔 수 없는 세월의 흐름이 자리잡고 있다. 무려 3DFX의 '부두 3' 그래픽카드에 최적화되어 있는 디아블로 2는 요즘 운영체제와 그래픽카드와 제대로 붙는 게임은 아니다. 이럴려고 부두 3에 최적화했는가 싶을 정도로 비주얼적으로 옛날 게임 맞아 보이는 게 사실. 그 칙칙함이야 당대 따를 게 없다지만, 당장 플레이하자면 이 부분 무시 못한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큰 것은 2편 때 몸이 적응되어 버려서 10년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2편 스타일의 조작이 튀어나간다는 점이다. 키보드 자판이 뽀개져라 버튼을 연타하면서 하는 게, 분명 콘솔로의 이식을 어렵게하는 요소라지만... 너무나 많은 생략으로 인해 무슨 스타 프로게이머 흉내 내듯 디아블로를 하는 건 이제 정말 추억의 한 켠으로 보내야 되나 싶다.

▲ 블리자드가 CG 영상 잘 뽑는 건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일견 추억팔이로도 볼 수 있겠지만, 디아블로가 지닌 이름 값은 '지구 상에서 가장 잘 알려진 악마' 그 이상의 것임은 분명하다. 전편 대비로 밝고 경쾌한 비주얼과 단순해진 컨트롤, 참 속 보이게 극히 복잡해진 아이템 생성룰 등은 못내 성에 안 차긴 해도 살아 생전에 안할 수 없는 게임으로 '디아블로 3'를 추대하게 만든다.

워낙 2편이 전설이라, 여기에 비교하자면 끝이 없는 바. 서버 불안정 이슈나 패치 이슈 등은 매우 우려가 깊어지는 부분. 전례 없던 환불정책 발표가 있었을 정도로 밤만 되면 난장판이 벌어지는 경우가 잊을 만하면 반복되고 있는데다가, 패치 한 번에 그간 키운 캐릭터가 잉여되는 걸 눈 뜨고 감상해야 되다 보니 아무 생각 없이 게임이나 하고자 했던 사람조차 불만이 아니 생길 수가 없다.

디아블로 3는 단일한 게임 패키지 하나로 보기 보다는 일종의 플랫폼으로 봐야 될 정도로 많은 것을 품고 있는 작품. 때문에 싱글플레이도 인터넷 없이 할 수 없는 지금의 구조에서 그냥 "아예 못합니다" 상황이 발생하는 건 매우 중대한 문제다. 게다가 패치가 게임의 연속성을 방해한다는 건 게임수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특히 패치는 이 게임을 끊고 계속하고를 판가름할 사안이다.

▲ 전설속의 패키지 콜렉터즈 에디션. 정작 나와의 인연은 없는 것인가 보다.

청소년이용불가 / 평점 : 9점 (10점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