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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하고 첫 직장이었던 곳 회사 사람들과, 그리고 동종업계 종사자들과 함께 길드를 만들어서 퀘스트 깨고 돌아다니던 것이 엊그제 같다. 그런데 그게 벌써 8년 전 이야기. 이에 앞서서 또 다같이 날 잡고 하던 것이 '디아블로 2' 확장팩이었으니, 블리자드 셔틀 뜨던 것은 꽤 유서 깊은 일이 아닌가 싶다.
어떻게 보면, 온라인 게임이 8년여 동안 서비스되면서 지속적으로 생명력을 이어온 건 참으로 대단한 일. 국내에서 MMORPG 중에서 서비스 연혁이 이 이상 된 것이 여럿 있다고는 해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처럼 제작사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게임 세계관을 사람들 머리 속에 각인시킨 게 또 있던가 싶다. 이렇게 하나의 프랜차이즈가 제작사 IP의 가치사슬을 이룬 것은 참으로 경탄할 만한 일이다.
그러던 차에, 정식 서비스를 앞두고 국제적인 베타테스트가 진행 중인 '판다리아의 안개'를 체험해 볼 기회가 생겼다. 딱 보니 한창 영점 맞추고 있는 중이라, 퀘스트 창에 영어가 군데군데 그 흔적을 남기곤 있긴 하다. 그래도 상당 부분 한글로 내용 이해하고 진행하기 쉬웠고, 업데이트할 때 마다 한글 말 소리 들리는 곳도 늘어나는 듯 해 정말 게임이 차곡차곡 제 자리를 잡는 걸 눈과 귀로 확인할 수 있었다.
▲ 판다리아로의 문이 열렸다! 사실상, 'WOW 2.0'이 왔다고 해도 될 큰 사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 판다리아의 안개' 그 자체에 대한 이슈는 블리자드 게임 팬들이라면 익히 인지하고 있는 바 그대로다. 이제껏 그냥 마스코트 정도로 여겨졌던 '판다렌'이 설마설마 하던 그대로, 독자적인 종족으로써 게임 속에 출현해 버렸다. 그간 피규어와 이벤트 특전 정도로만 이 판다렌의 존재를 의식하던 이들에게는 꽤나 충격적인 일. 그래서 다들 큰 기대 속에 이번 베타테스트를 기다렸다.
판다렌은 그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중국에 거주하는 판다 곰 생긴 거 그대로다. 남성은 자이언트 팬더, 여성은 랫서 팬더 정도로 시각적으로 차이를 두는 게 좀 눈에 띌 정도다. 캐릭터 특성은 생긴 것을 감안한 듯 좀 희한하게 느껴지는 게 몇 있다. 쓰담쓰담(...)으로 적을 잠들게 한다거나 몸집 대로 휴식과 음식(요리) 등에 특화된 캐릭터다. 게다가 오동통해서 낙하피해나 낙하속도가 확실히 덜하다.
판다렌 종족 특화 직업으로 나오는 수도사(Monk)는 권법사 컨셉에 부합하는 경향까지 있어서, 무슨 게임을 쿵푸 장르로 만드는 그런 것까지 있다. 수도사의 게임플레이 모션은 태극권, 팔극권에서 모티브를 따온 동작이 많은 덕분에 게임의 성격을 완전히 뒤바꾸는 그런 측면까지 존재한다. 격투와 빠른 회피, 기공 사용 등 주요 특징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이제껏 WOW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색다른 경험을 안겨준다.
▲ '판다리아의 안개' 세계관은 '중국+일본' 색채가 짙다. 한국은 동족상쟁 정도...?
아무래도 판다리아 세계 속을 여행할 때, 기성 캐릭터를 할 이유는 없는 법. 판다렌 수도사로 초기 판다렌 영역을 누비며 게임을 플레이해 봤다. 그러면서 느낀 느낌은 아무래도 눈에 보이는 게 판다라서 그런지, 중국 분위기가 참 물씬 풍긴다는 점이 먼저 와 닿았다. 그런데 이게 꼭 중화풍이라고는 볼 수 없다. 꽤나 서양식으로 각색된 아시아풍 정도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생긴 건 대나무 같으나, 가까이 가서 보면 세콰이어 나무에 녹색 칠하고 선 그은 듯한 것. 멀리서 보면 계림이나 가까이 가면 록키산맥 같은 그런 묘한 조화가 눈에 띈다. 워낙 배경음악이 중국풍 넘쳐서 그렇지, 사실 시각적으로 보면 중국이랑 일본, 그리고 미국에 차려진 템플(...)들을 보는 듯한 분위기. 그래서 그런지, 꽤나 보는 재미가 넘친다. 아시아 사람 입장에서 보기에도 이런 건 처음이기도 하고.
이러한 판다리아의 안개 게임 속에서 한국의 흔적을 찾는 건 다소 애매하다. 음악이나 비주얼이나 중국 지분이 많은 아시아 풍이라고 딱 정의할 수 있는데, 이 와중에서 한국색을 찾는 건 필자의 나라사랑이 부족해서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꽤나 희한한 곳에서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판다렌은 얼라이언스와 호드 양 쪽에 양다리 걸치는 종족. 동족상쟁이 한국적인 부분이라면 부분이겠다. 슬프게도.
▲ 블리자드의 아이콘 '판다렌' 등장이 이 게임의 전부는 아니다.
15세이용가 / 평점 : 9점 (10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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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많이 다르긴하던데 게임 손 되기 무섭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