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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여신전생 1편부터 여신전생 계열 플레이하면서, 서브 브랜드는 데빌서머너를 좀 깊게 했었다. 여신이문록은 어떻게 넘겼는데, 개인적으로 페르소나 계열은 도통 안 맞았다. 늙은 티 내는 것이겠지만, 진득하게 턴 타입으로 하는 게임을 좋아하는 취향 문제 상, 어째 점점 템포 빨라지는 페르소나 시리즈는 안 맞았던 게 사실. 그래서 잘 못했다. 고백하자면, 페르소나는 초기 몇 작품 외에는 이후로 엔딩 본 게 없다.
어떻게 보면 여신전생 시리즈 중에서 가장 성공한 서브 브랜드인 페르소나 계열에 대해서는 그냥 '악마 나오는 학원물' 정도로 인식이 박혀 있던 터라, 신작이 이런저런 플랫폼으로 나와도 넘기고 그랬다. 게다가 아무래도 사회생활이 좀 힘에 부치는 터라, 한글판이 나와도 중반 겨우 넘기고 접고 그랬으니 참으로 면목 없는 입장. 그런데 이 부분에서 '전기'라 할 만한 일이 최근에 있었다.
일본 현지랑 맞춰 거의 같은 주에 신작을 틀어주는 애니플러스에서 지난 2011년, '여신전생 4'를 방영해 준 것이 바로 그것. 이 때, 전편 25화에 미방영분까지 나오면서, 국내 일본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완방 다음에 종종 재방도 해주면서 특유의 센스 넘치는 애니메를 보여주었는데, 롤플레잉으로서는 못하겠어도 애니메이션으로는 즐겁게 볼 수 있었던 덕분에 게임에 대한 호감이 살아났다.
▲ 애니플러스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을 본 게이머라면 이런저런 연출들을 받아들이기 더 수월할 듯.
여신전생 브랜드에 이끌렸다기 보다는, 케이블TV에서 틀어준 신작 애니 보고 끌려서 '여신전생 페르소나 4 더 울티메이트 인 마요나카 아레나(이하 P4U)'를 잡아들게 되었다는 건 좀 부끄러운 이야기. 그래도 분명, P4U는 원작 게임보다는 애니메이션의 영향이 너무나 짙다. 롤플레잉 장르 원작 때 일러스트 보다는 애니메이션 작화에 근간을 두고 게임이 디자인된 것 부터가 사실 어딜 노렸는지가 명확하달까.
게임 자체의 설정도 게임 원작 엔딩보다는 애니메이션 미방영분 종료 직후를 그린 듯 한데다가, 페르소나 3 주인공 캐릭터 팀을 불러들이는 등 세계관 자체를 정리하면서 즐기자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게임 팬들에게는 설정을 갖고 노는 즐거움을, 애니메이션 팬들에게는 새롭게 애니메이션 타입으로 리뉴얼된 전작 캐릭터와 신 캐릭터를 갖고 노는 즐거움을 동시에 안겨준 셈. 정말 장사 잘한다 싶을 정도로 그렇다.
그래서 P4U는 크게 두 가지 재미요소가 부각된다. 여신전생 시리즈 팬들의 심금을 울리는 게임 그 자체의 '설정'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쪽이 가까운)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와 연출에 빠져들었던 애니메이션 팬들의 완방에 대한 아쉬움을 풀어주는 '서비스'들. 그래서 게임 팬이든 애니메이션 팬이든, 쿠마의 멘트대로 유쾌하게 열혈 불태우며 게임이 돌아가는 스크린 안에 빠져들 수 있게 해준다.
▲ 롤플레잉 장르 원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화려한 배틀은, 그 자체만으로도 구경하는 재미를 안겨준다.
롤플레잉 장르도 아니고, 대전액션으로 나왔으니 이건 뭐 제대로 크로스오버. 게다가 개인적으로 기분전환 용도로 즐기던 블레이 블루 시리즈 원작사인 아크 시스템웍스에서 만들기까지 했으니 2D 격투액션의 정수를 페르소나 4의 캐릭터에 입혀 낸 게 거의 완벽했다. 장르 특징을 굳이 따진다면 캐릭터 게임으로도 볼 수 있는데, 워낙 IP와 개발력 모두가 우수하다 보니 난데없는 걸작(?!)이 탄생한 셈이랄까?
그럼에도 의외로 원작을 의식한 장치는 숱하게 엿보인다. HP, SP, 버스트, 페르소나 등으로 구성된 게이지 시스템이야 그렇다 쳐도, 롤플레잉에서나 나올 법한 독, 혼란 등의 상태이상 컨디션은 순간 머리 아프게 만드는 측면이 존재한다. 워낙 피통 크고 버튼 난타만 해도 별별 기술이 다 튀어나가는 비주얼계(?) 격투액션이라고는 해도, 은근히 꼼꼼한 플레이를 유도하는 측면이 있으니, 나름 대전격투전략물(?) 수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미나 볼륨 측면에서 '작다'라고는 평가할 수 없는 상당히 기묘한 가능성이 게임을 하면 할수록 돌출된다. 연출 놀음이나 말장난으로 치부하기에는, 원작 분위기까지 고스란히 내는 통에 의아함 속에 호기심으로 게임을 좀 더 돌아보게 만든달까? 유쾌한, 친숙한 캐릭터들로 놀 수 있는 대전액션 게임 정도로만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그래서 많다. 그래서 더 한글화가 더 아쉬운 게임이기도 하다.
▲ 여신전생 원작 팬 보다는 애니메이션을 본 팬들에게 더 끝내주는 재미를 준다. 그래서 애니는 필견!
12세이용가 / 평점 : 8점 (10점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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