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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6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국회 문방위 소속 신경민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이 자리에서는 ‘19禁과 청소년 문화’를 주제로 게임, 만화, 음악, 영화, 방송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현재 문화 콘텐츠를 둘러싼 규제의 문제점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자율적 규제가 필요하며 정부 정책은 이러한 자율규제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분쟁 발생 시 이를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한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현재 문화 콘텐츠를 둘러싼 규제에 대한 각종 문제점들이 다시금 제기되었다. 발제를 맡은 한양대학교 우형진 교수는 현재 문화 콘텐츠 규제의 근거가 되는 '청소년 보호' 라는 관점에 대해, 청소년 보호와 함께 지켜야 할 여러 가지 가치들이 훼손된다면 올바른 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각종 미디어에 대한 규제에 대한 각종 문제점을 지적하고, 근본적으로는 자율규제 형태로 가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또한 게임, 영화, 대중음악, 만화, 방송 부분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가해 현재의 문화 콘텐츠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들에 대한 각종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이 자리에 참가한 패널들은 각 분야별로 현재 심의 제도의 합리성 문제 등을 언급하면서 현재의 규제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궁극적으로는 자율규제 형태로 소비자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 발제를 맡은 한양대학교 우형진 교수
이번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한양대 우형진 교수는, 청소년은 사회의 자산이자 보호될 필요가 있지만 우리 사회는 청소년 보호와 함께 지켜야 할 여러 가지 다른 가치들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가치들이 훼손된다면 이는 올바른 조치가 아니라고 밝혔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 지켜져야 할 여러 가지 가치들이 모두 보호될 수 있도록 하는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청소년들의 일상 생활은 하루 평균 절대 여가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며, 여가시간에 외부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도 부족하다는 점이 제시되었다. 한국 청소년들의 평균적인 일상은 6시 정도에 기상, 8시 정도에 등교해 8시간 정도를 학교에서 생활하고, 방과후에는 바로 사교육 시스템으로 들어가 오후 늦게 집에 들어오게 된다. 청소년들이 다양한 자율활동을 진행하는 미국과 비교했을 때, 미국에서 청소년들이 자율활동을 진행하는 시간에 한국 청소년들은 사교육 체제에 있게 되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상태를 조사했을 때,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는 '학업'이 꼽혔고, 이어 진로, 외모, 부모와의 관계 등이 소개되었다. 또한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상태를 잘 나타내는 척도로 '자살'이 있는데, 조사 대상 청소년 중 자살을 계획해 본 청소년의 비중은 19.5%, 자살을 실제 시도했던 비율은 3.5% 정도였다. 그리고 이 비중은 여학생, 중학생, 한부모가정에서 높은 모습을 보였다고 소개되었다.
청소년의 여가활동에서 가장 선호되는 건 게임과 텔레비전 시청이었으며, 이는 짧은 시간동안 욕구의 해소가 필요하고, 이에 최적화된 것이 미디어의 활용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청소년들이 게임이나 텔레비전 등의 콘텐츠에 집중되는 것은 환경적, 구조적 문제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게임중독의 경우, 환경적 요인의 특징으로 가족간 소통 부족, 가족과 함께 하는 여가시간 부족, 여가활동에 대한 인식 부족, 가족의 구조적 결손 등 각종 가정에서의 안전장치가 풀려 있었던 것도 특징이라 소개했다.
▲ 이들 사건들과 게임과의 역학 관계는 사실 불분명한 경우도 있다.
최근 '게임 관련'으로 알려진 각종 강력사건들이 보도되면서, 게임의 부정적 인식이 대중에 각인되고 있다. 하지만 이 보도들이 사건 이후 하루이틀 뒤에 나오고, 원인이 과연 게임에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이며, 과학적 근거나 조사 없이 이루어지는 보도의 내용 때문에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부분이 과장되는 면이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또한 이런 강력사건들이 단지 한 가지의 요인으로 일어나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대중이 이를 너무 쉽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는 웹툰이나 대중음악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웹툰의 경우 학교폭력과의 연계에 대한 논란이 지적되었는데, 문제는 웹툰과 학교폭력에 대한 최소한의 상관관계에 대한 근거조차 제시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청소년과 관련된, 각종 성에 대한 문제가 대중음악과 연결되는 경우가 있는데, 막상 청소년 규제 대상이라는 노래 가사는 사회 통념상 규제의 정당성을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강력사건과 게임 등의 미디어의 관계에 대해서는 '프레임 효과'가 소개되었다. 강력사건들이 발생하게 되면 하루 이틀 뒤 피의자에 음란물, 게임 등을 연결하고, 이들이 인식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태도와 인식이 행동으로 나타날 때는 상당히 많은 변인들이 실제 관여하여 복합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고, 단순히 미디어의 영향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비과학적, 비합리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런 여론이 나오면 정부는 당연히 규제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는 입장도 지적되었다. 또한 음란물의 심의에 있어 기준과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격한 감정에 사회적인 분위기가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위험 요소로 지목되었다. 그리고 미디어를 통해 사람이 우울증과 정신분열증 등까지 가는 데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도 부족하며, 보도에 따른 부정적인 인식과 정부의 부응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지적했다.
▲ 현재 게임 관련 규제만 해도 비슷한 형태가 중복 적용되어 있다.
현재 게임 관련 규제책으로는 여성가족부의 게임 셧다운제, 문화체육관광부의 게임시간선택제, 그리고 도입이 논의중인 교육과학기술부의 쿨링오프제 등이 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논의된 게임시간선택제의 경우 어느 정도 자율성을 부가하고 있지만 얼마든지 회피할 수 있다는 점, 부모가 직접 게임 사이트에서 이를 설정해야 하는 부분에 대한 어려움 등의 실효성 문제와, 온라인 게임에 대한 규제와 매출액 50억 미만 사업자 제외 등의 차별적 부분 등이 문제점으로 제시되었다.
웹툰 규제에 대한 쟁점 사항으로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만화 심의 권한과 중복성, 전문성 문제가 지적되었다. 또한 포털 사이트가 이미 자체적으로 심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관의 심의는 과잉 규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중음악 관련 규제의 문제로는 심의기준 자체가 광범위하고 주관적이라는 점이 제기되었으며, 재심 청구 기간도 단축이 필요하고, 지상파와 라디오 이외에도 심의 이전의 콘텐츠가 유통될 수 있는 다양한 통로가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소개되었다.
미디어 콘텐츠 규제가 강화되는 이유로는 청소년을 미성숙한 존재로 인식하는 부모의 불안감, 미디어를 불건전하고 유해하다고 인식하고, 자녀의 학업시간을 방해하는 대상으로 인식하는 점 등을 꼽았다. 또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보도로 인한 불안감 과다 증폭, 정부 부처간의 규제권에 대한 열망, 미디어 콘텐츠 제작자의 자율심의에 대한 인식 부족 등도 원인으로 제시되었다.
또한 현재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는 상태에서 어느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민간 자율 규제 시스템과 실효성을 위한 강력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또한 미디어 교육을 통해 소비자들이 비판적으로 콘텐츠를 이해하고, 유해 매체에 대한 면역성을 키울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정부의 경우 간접적인 규제와 공적 지원 등 시스템을 활성화하기 위한 유도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 덧붙였다.
▲ 토론에서는 현장에서의 각종 어려움이 소개되었다.
영화부문 토론자 오정훈 감독은 이 자리에서 현재 청소년을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 반문했다. 여러 가지 통계도 오인의 가능성이 있으며, 어른들의 미디어 이용도 비슷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요즘 시대엔 영화, 음악, 게임 등 문화콘텐츠가 베이비시터 역할을 한다는 말도 있다며 규제 정책을 만들 때 청소년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 정책에는 진흥 전략도 포함돼야 하며 이용자들의 요구가 반영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게임과 미디어의 규제보다 어떤 다른 것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것이 같이 되어야 하며, 건강과 안전에 관한 문제. 사회적인 문제도 함께 봐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각 미디어별 규제기관이 따로 있다는 것은 미디어 유형에 따른 규제기관이 있으면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중복규제 문제. 비효율성의 문제도 있으며, 등급심의 기준의 모호성은 감독의 표현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대중음악부문 토론자 황동섭 연예기획사 대표는 뮤직비디오 사전검열 시행 후였다면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당연히 19금으로 판정돼 이 같은 큰 성과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며 청소년 문화 관련 제한에만 관심을 갖지 말고 청소년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중음악 관련 지나친 심의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음악 시장에서 불리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밖에 없다며 제작자 스스로 자율 규제할 수 있도록 하고 대중에게 심판 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화부문 이종규 작가는 만화역사를 볼 때 규제가 강화되면 불황, 규제가 약화되면 호황을 맞는다며 97년 청소년보호법으로 성인만화 시장은 큰 타격을 입고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웹툰 자율규제 협약’에 대해 반기면서도 생산자의 책임의식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율규제 후 발생하는 분쟁에 대해 조정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며 학부모 어린이들 대상으로 미디어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만화와 관련해서는 19세 이상/ 이하 등급 외에도 좀 더 세부적인 등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송 부문 천명재 박사는 방송 사업자 자체심의가 애초 등급제 도입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며 방송 프로그램 대부분이 15세 이상이 될 수 밖에 없는 배경과 실제 프로그램 내용과 등급이 맞지 않게 운영되는 점을 지적했다. 영화 ‘도가니’가 19금 등급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장애아동 성폭행 문제가 성인만 공감해야 하는 것인지, 누구를 위한 보호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청소년보호위원회의 규제가 과연 독립성,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게임 부문 토론을 맡은 김성곤 게임산업협회 사무국장은 한국 게임 산업은 과도한 규제로 이미지가 바닥이라며 오히려 과도한 규제로 기업들이 자율 규제할 게 없고, 오히려 기업들이 무책임해질 정도라고 피력했다. 게임 중독보다는 규제 중독이 큰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며 이러한 규제로 인해 게임 산업이 진전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게임이 예술로 인정받고 주요한 교육도구로 활용된다는 점을 들며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게임 등 문화콘텐츠로 돌리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청소년과 가정의 문제는 복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애초에 등급제는 기업들이 콘텐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부모가 이를 선택해야 하는데 한국은 이 결정 구조가 반대로 되어 있고, 모든 책임이 가정이 아닌 기업으로 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기업 책임으로 몰기보다는, 필요 부분에서의 기업의 자율적인 책임과 함께 사회적인 문제로도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토론회에서는 불합리한 규제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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