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우리음악 페스티발 \'굿음악제\' 개최기념 기자회견

경기문화재단(대표이사 엄기영)은 9월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오는 9월 15일 남한산성 일대에서 열릴 ‘굿음악제’를 소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주최하고 굿연구소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굿음악과 대중음악의 만남과 소통’을 주제로 9월 15일부터 16일까지 무박2일로 남한산성 일대(남문주차장, 남한산성 행궁 외)에서 진행되는데, 대한민국 최초 무박2일로 즐기는 우리음악 페스티발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 대한민국 최초 무박2일로 즐기는 우리음악 페스티발 ‘굿음악제’가 오는 9월 15일 시작된다.

‘굿’이라는 순 우리말에 ‘여러 사람이 모여 떠들썩하거나 신명 나는 구경거리’라는 뜻을 지니고 있듯이, ‘굿’은 예술적 완성도를 추구한다기보다는 현재의 삶 속에서 동서고금의 그 어떤 음악과 선율도 거부하지 않고 함께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함께 즐길 수 있다면 적극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특성을 지닌 우리의 전통 대중문화다.

‘굿음악제’는 ‘굿’이 지니고 있는 샤머니즘적 색채와 종교제의로서의 의미보다는 이처럼 신명 나는 놀이판으로서의 굿판이 보여 주는 축제로서의 가능성에 착안, 굿판의 여러 콘텐츠 중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예술 언어인 음악에 초점을 맞춰 이를 통해 굿음악의 대중화와 새로운 음악 및 놀이(공연) 양식을 발견하고자 기획된 행사다.

▲ 김매물 무당의 황해도 굿 장면. 굿음악제는 굿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굿을 할 때 쓰이는 음악을 ‘굿음악’이라고 하는데, 이는 한국 전통음악의 모태이자 살아 숨쉬는 보고라 할 수 있다. 어떤 특별한 장르적 구분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아닌 풍물, 민요, 가요 등 동서고금의 그 어떤 음악이라도 굿에 쓰이면 ‘굿음악’이 될 수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우리나라 각 지방마다 전해져 내려오는 ‘굿음악’은 물론 락, 레게, 월드뮤직 등 굿음악적 요소가 살아있는 대중음악을 한자리에 모아 소개할 예정이다. 특히 ‘굿음악’을 통해 진정한 우리 전통의 놀이문화를 알리고자 무대를 ‘마당’으로 바꾸고 공연을 ‘놀이’로 바꿔버리는 시도는 기존 축제에서 보기 힘들었던 모습이다.

이번 행사 프로그램은 크게 9월 15일(토) 오후1시~6시에 진행되는 ‘풍물굿 난장’과 9월 15일(토) 오후7시부터 9월 16일(일) 오전 5시까지 이어지는 ‘소리굿 난장’으로 나뉜다.

‘풍물굿 난장’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아마추어 풍물인, 동호회 등 약 500여명이 모여 풍물이 만들어 내는 보기 드문 난장을 보여 줄 예정이다. 특별한 순서나 연출 없이 아마추어 풍물 동호회와 풍물인들이 자유롭게 맘껏 즐기고 노는 가운데 굿음악의 원초적인 ‘소리’를 체험하게 되는 난장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할 수 있다.

‘소리굿 난장’에서는 굿음악과 대중음악이 만드는 놀이판의 난장성을 극대화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두 음악이 선사하는 즐거움을 맘껏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였다. 전라도 굿의 진수 ‘전라도 씻김굿’과 관객과 연주자가 함께 어우러지는 ‘대동춤판’, 김매물 만신의 작두타기 등 액막음을 위한 ‘황해도 굿’, 경기굿패 ‘산이’가 출연하여 경기 시나위 음악을 소재로 한 창작음악을 들려줄 ‘경기도 당굿 음악’ 등 우리의 전통 굿음악들과 함께, 허스키한 보이스로 웅장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가수 한영애와 ‘말달리자’로 한국 펑크록의 최강자로 우뚝 선 ‘크라잉 넛’, 최근 ‘불후의 명곡’에서 다크호스로 등장한 ‘윈디시티’, 우리음악과 테크노 음악을 결합하여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 포스트일렉트로닉그룹 ‘니나노 난다’ 그리고 세계 각국의 민속악기를 연주하는 지구음악그룹 ‘수리수리 마하수리’ 등이 출연하여 굿음악과 대중음악의 소통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할 계획이다.

특히 굿음악, 그 중에서도 황해도 굿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윈디시티의 곡 ‘모십니다’와 중동의 샤먼 음악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짚시 뽕짝’ 등 수리수리 마하수리의 지구음악 등 이미 굿음악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는 대중음악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관심을 모은다.

‘굿음악제’가 끝난 후 그 성과와 가치, 예술적 가능성을 학술적으로 정리하기 위한 학술판굿(심포지엄)도 마련된다. ‘굿음악과 K-Pop, K-Pop을 안고 K-Culture로!’라는 부제를 달고 진행되는 학술판굿은 오는 10월 19일(금)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남한산성 행궁에서 개최되는데, 관련 학과 교수 및 평론가, 아티스트, 언론인 등 다양한 계층의 패널들이 참가해 굿 철학과 굿의 미학을 한국문화와 예술의 정체성 차원에서 제기함과 동시에 K-Culture론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논점과 담론을 제기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 굿음악제 박흥주 예술감독이 굿음악제를 소개하고 있다.

박흥주 예술감독은 이번 행사를 소개하면서 “굿의 기본 속성인 난장을 즐길 수 있게 무박 2일로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여기서 아티스트들을 위한 무대뿐 아니라 객석 공간 곳곳에 관객들이 맘껏 춤추고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어느 순간 무대는 무의미해지고, 공연은 놀이판으로 변신하게 되는 것이 연출 의도”라 전했다.

또 “한국 대중음악의 입장에서 봤을 때, 한류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체성을 회복하고자 한다면 우리의 전통과 미학에 주목해야 하고,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에 바탕을 두고 있는 문화이자 콘텐츠로서의 대중성을 지니고 있는 굿은 그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의미를 덧붙였다.

▲ 서울예술대학 한국음악과 김영동 교수가 국악작곡가로서 굿음악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국악작곡가이자 서울예술대학 한국음악과 교수인 김영동씨는 특히 굿음악에 대해 설명하면서 “외국의 한 아티스트가 굿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 수십 차례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 스토리를 영화로 만들었는데 실상 국내에서는 지원을 못 받고 NHK로 판권이 넘어간 사례가 있다. 또 굿을 계승하고 계신 분들이 많이 돌아가시면서 맥이 점차 끊기고 있다. 우리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외면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이번 굿음악제는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어 “굿에는 장단만 가지고도 그 안에 멜로디와 음양의 가치가 있으며 다른 나라의 리듬 개념과 다른 그 무엇이 담겨 있다. 우리 음악이 가진 힘도 느낄 수 있다. 이번 행사는 굿 음악이 갖고 있는 원초적이면서도 수준이 높은 요소를 개발하고 세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전망했다.

▲ 윈디시티 보컬 김반장이 기자회견장에서 ‘모십니다’를 들려줬다.

▲ 진금순 당골이 손굿 시연을 통해 행사 성공 기원과 함께 참가자들에게 축원을 보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굿음악제에 참가하는 윈디시티의 보컬 김반장과 전라도 손굿 명인 진금순 당골(무당의 방언)이 자리를 함께 했다. 윈디시티 김반장은 황해도 굿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 최근 발표한 ‘모십니다’를, 진금순 당골은 간단하게 손굿 시연을 들려주며 이번 굿음악제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