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 내게 알맞는 고성능 저전력 컴퓨터 마련하기

최근 사회적으로는 '대란'이라 할 만한 에너지 수급 문제, 현실적으로는 팍팍한 살림에도 조금씩 오르는 전기요금 등으로 사회 전반에 절전 등 '에너지 효율'이 화제다. 특히 '안쓸 수 없는' 도구들이 점점 늘어 가는 상황에서, 이들 도구들이 고정적으로 사용하는 에너지 양을 줄이고자 하는 요구가 강해지고 있으며, 이는 가전 등에서 '절전형', '높은 에너지 효율' 등으로 반영되고 있다.

현대 생활에서 안쓸 수 없는 냉장고 등과 마찬가지로 이제 PC도 생활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되어 가고 있다. 이제 일상 생활에서 PC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받고, 누릴 수 있는 서비스의 수준에서 큰 차이를 보일 정도다. 이제 PC도 생활에서 '안 쓸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무턱대고 성능이나 가격만 생각할 것이 아닌, '효율'을 생각해야 할 때다.

고효율 등급의 가전 제품도 그 성능과 기능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듯이, PC에서의 '고성능 저전력' 이라는 명제도 자신의 사용 패턴 등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PC가 누군가에게는 가격도 저렴하고 고성능에 저전력인 PC일 지라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쓰는 용도에 따라, 가격만큼 성능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면서도 전력은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고성능 저전력' 은 자신의 사용 패턴에 최대한 맞춘 '맞춤형'에서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 이런 시스템으로 워드(!)를 치면 마음은 든든하지만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낙제점 수준.

일단 ‘고효율’을 표방하는 PC를 위해서는, 자신의 용도에 꼭 맞는 구성이 필요하다. 당장 인터넷 검색과 오피스 작업만 하는 데에는 고성능 그래픽카드 등이 굳이 필요 없고, 대용량의 스토리지 구성이 아닌 바에야 굳이 많은 SATA 포트가 장착된 고가형 메인보드가 장착된 PC를 고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오버클록킹이나 하드코어 게이밍을 목표로 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런 기능을 지원하는 화려한, 값비싼 메인보드를 고를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이런 용도에 맞춘 시스템 구성은 당연하게도 ‘소비 전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고성능 시스템은 그 성능만큼 전력 소비량이 올라가며,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장착하거나 프로세서를 오버클록킹 하는 등은 전체적인 시스템 전력 소비량을 크게 높이는 결과를 가져 온다. 그리고 이런 구성 요소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서 무턱대고 선택하는 것은 때에 따라서 ‘낭비’가 된다.

이런 측면에서 접근할 때, 에너지 효율이 높은 PC를 구성하는 데는 아무래도 부품의 선택 폭이 넓은 조립 PC쪽이 더 유리하다. 같은 칩셋을 써도 전력 소비량이 달라질 수 있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PC 부품을 생각하면 직접 높은 효율을 가지는 부품을 꼭 필요한 수준으로 고를 수 있는 조립 PC는 성능과 비용, 에너지 효율 등에서 가장 정교한 조율이 가능하다.

▲ 하이엔드 그래픽 카드 한 개는 보급형 PC 두 대 이상의 전력 소비량을 보이기도 한다.

높은 에너지 효율을 가지는 PC를 구성할 때, 최근의 PC 구성에서 소비 전력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양대 요소는 프로세서와 그래픽 카드다. 최근 세대의 프로세서가 사용하는 전력량은 적게는 20~30W 정도에서 많게는 100W를 넘기도 한다. 특히 최근 프로세서들은 프로세서 안에 내장되는 기능들이 많아지면서 전체 시스템의 전력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더 커졌다.

고품질 게이밍 환경을 위한 최근의 고성능 그래픽카드들도 높은 전력 소비량을 가지고 있으며, 적게는 60W 수준에서 많게는 200W 이상을 요구하는 그래픽카드도 있다. 이들 그래픽카드를 두 개 이상 사용하는 다중 그래픽 카드 구성의 경우, 전체 시스템 소비전력의 대부분이 그래픽카드의 몫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소비전력은 게임을 하지 않는 경우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데, 최근 고성능 그래픽카드들이 다양한 절전 기능들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게이밍이 아닌 환경에서도 최소한 20~30W 정도는 소비한다.

결국 ‘용도에 맞춘 고효율 PC’를 구성함에 있어 가장 큰 변수는 ‘게이밍’의 여부다. 만약 고사양의 최신 게임을 고해상도 풀 옵션으로 즐기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프로세서의 내장 그래픽으로 충분하며, 내장 그래픽 코어를 이용해 비용과 시스템 소비 전력 측면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물론 게이밍을 위한 PC라면 자주 하는 게임에 최적화된 그래픽 카드를 선택해 성능을 중시한 구성을 할 수 있는데, 이 때도 조립 PC쪽은 메이커 PC에 비해 더 고성능의, 혹은 더 고효율을 가지는 구성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 통상적인 레퍼런스 시스템 구성도 보통 성능을 좌우하는 프로세서에 무게를 두기에 부실하진 않다.

에너지 효율과 비용 측면에서 접근할 때, 메인보드의 구성에도 허와 실이 있다. 메이커 PC에서는 아예 이런 선택지조차 없지만, 조립 PC의 경우 같은 칩셋을 사용한 메인보드라도 부가 기능의 차이로 다양한 모델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 메인보드들에서 ‘프로세서 전원 공급부’ 구성이 자주 언급되는데, 너무 허술한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중요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오버클록킹을 하지 않는 경우, 전원부의 구성은 코어 i7을 사용한다 해도 레퍼런스 구성이나 이보다 약간 강화된 정도인 6페이즈 정도로도 충분하고 남는다.

최종적인 PC의 소비 전력량은 파워 서플라이의 효율과도 연관이 있다. 그리고 이 부분도 메이커 PC는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조립 PC는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파워 서플라이를 고르는 데 있어 효율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기준으로는 ’80 Plus’가 있는데, 등급에 따라 다르지만 이 인증은 최소한 80%의 효율을 보장한다는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최근 중고급형 파워 서플라이는 상당수가 최대 85~90%의 효율을 보여주며, 주로 최대 효율이 나오는 부하 구간은 정격 용량의 50% 수준이니, 이를 참고해 파워 서플라이를 선택하면 된다.

이 외에 메모리 갯수나 하드 디스크의 수, 쿨링 팬 수 등은 비교적 전체 시스템의 소비 전력량에서 영향이 적은 편이다. 메모리는 개별 모듈당 1~2W 정도를 소비하며 하드 디스크는 개당 5~10W 정도, 쿨링 팬은 2W 정도로 계산하면 적당하다. 하드 디스크의 경우 SSD를 활용할 경우 소비전력 량을 줄일 수 있지만 모바일 등 초저전력 시스템이 아닌 바에야 전체 소비 전력에서는 큰 영향을 준다고 보기 힘들다. 하지만 성능 측면에서 워낙 월등하며 가격적인 측면도 많이 현실화되어, 최근 많은 사용자들이 이를 선택한다.

▲ 조립 PC와 대기업 메이커 PC의 인증 차이는 사실 상 ‘누가 인증을 받느냐’의 차이일 뿐.

설계 단계에서부터 여러 개의 부품이 하나의 ‘패키지’로 구성되는 대기업 PC는 가전제품처럼 제품 차원에서 소비 전력이나 전자파 등의 기준 적용과 제시가 가능하다. 이는 PC가 가지는 구성의 장점인 ‘유연성’을 어느 정도 포기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때에 따라서는 부품의 임의 교체가 제품 보증의 무효 원인이 된다. 이는 일부 핵심 부품이 바뀌면 이 PC의 완제품적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조립 PC는 ‘유연성’의 댓가로, 제품 차원의 소비 전력이나 전자파 등의 기준 제시가 실질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 워낙 유연한 구성이 가능한 덕분에, 부품 조합에 따라 모두 다른 결과가 나오는데 모든 조합에 대한 검증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용 환경이 이러한 인증 등에 대단히 민감한 경우에는 조립 PC가 아니라 정확한 가이드라인 제시가 가능한 완제품 PC나 임베디드 PC 등을 이용하게 된다.

하지만 일반적인 가정용, 사무용 등에서는 이 정도로 철저한 기준이 적용되지 않고, 완제품 형태로 출고되는 조립 PC의 경우 완제품 구성 상태의 EMI 인증도 합법적으로 면제된다. 이는 조립 PC의 경우 사용되는 부품들이 모두 개별적으로 국내 유통을 위해 EMI 인증을 거치기 때문에, 이들을 조합한 경우에 또 다시 EMI 인증을 해야 한다면 중복 인증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이커 PC의 경우 시스템 단위에서 EMI 인증을 받는다면 부품 단위에서는 인증이 없어도 되기 때문에 반드시 정해진 조합이 고정되는, 성격적 차이가 있다.

▲ 결국 PC는 필요에 따라 맞추어 가는 ‘퍼즐’ 같은 존재다. 그래서 재미가 숨어 있다.

결국 ‘고성능’과 ‘저전력’의 절충이란 자신의 사용 목적에 맞는 수준의 구성을 기본으로 해, 좀 더 효율이 좋은 부품을 활용해 완성시켜 가는 ‘퍼즐’ 같은 일이다. 그리고 성능 기준과 전력 소비량, 비용의 절충에 대한 기준도 사용자에 따라 다르며, 직접 고민하고 선택해야 할 부분이다. 너무 한쪽에 치중해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성능도 얻지 못한다던가, 혹은 지나치게 과도한 선택으로 효율을 떨어뜨리는 건 지양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이런 퍼즐을 맞추는 데 있어서는, 하나의 완제품 형태인 대기업 브랜드 PC보다 조립 PC 쪽이 훨씬 폭넓고 유연한 모습을 보인다. 어떤 구성을 가진 PC를 선택해야 하는지 결정하기 어렵다면, 브랜드 PC의 구성이나 전문 쇼핑몰의 권장 PC 구성 등을 참고해, 취향에 맞게 몇 가지 부품을 바꿔서 활용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이 정도 만으로도 충분히 대기업의 PC들보다 높은 ‘효율’을 갖춘 PC를 가질 수 있다.

한편 ‘고성능 저전력’ PC의 마련에 있어 고려해야 될 점으로는 PC 이외의 요소들도 있다. CCFL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24형 이상 대형 LCD 모니터의 경우 때에 따라서는 PC 이상의 전력 소비량을 보이기도 한다. 이 또한 될 수 있으면 적당한 크기의, LED 백라이트를 사용한 최근의 절전형 모델을 갖추는 것이 전반적인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