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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E3 현장을 둘러 보면서 개인적으로 눈에 쏙 들어오는 트레일러가 딱 둘이 있었다. 하나는 스팀 하나 믿고 있어야 될 '울펜슈타인' 신작과 최근 국내에 PS3 버전이 발매된 '킬러 이즈 데드'. 특히 이중 후자는 스타일리쉬의 끝을 보여주던 그래스호퍼의 작품이라 이 쪽 스타일에 호의적인 사람이라면 현장에서 볼 수 있었던 여러 장면들이 이래저래 복덩어리였다.
물론 전제해야 될 부분 하나 있다. 기존 그래스호퍼 게임들보다 더 자극적인 색조합이 쓰인 탓에 눈에 꽤나 부담을 준다. 무채색과 '피'가 상당히 강조되는 데다가 특유의 애니메이션 스타일은 톡특해 보이면서도 너무나 익사이팅해 지나치다 싶은 그런 수준. 비슷한 스타일인 '노 모어 히어로즈' 시리즈쪽이 좀 더 오래 잡기 편하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정도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그래스호퍼의 아이덴티티(?)로 봐야 될 부분. 창업자인 스다 고이치의 스타일이 날로 발전하는 기술을 만나 게임에서 점점 더 보여주는 게 많아지는 것 정도로 평할 수 있다. 게임을 미술에 비유하자면, 다다이즘이나 초현실주의 쪽에 가까운 그런 쪽으로 보면 적당할 것 같다. 뜬금없이 나왔다면 말 많았겠지만, 폭력도 섹슈얼도 그 회사답다 싶은 그런 인식이 드는 걸 보면 특히나 더 그렇다.
▲ 언니는 섹시, 오빠는 댄디. 그러다 보니 펼쳐지는 드라마는 치정극.
게임은 미션 단위로 끊어져 있어, 전통적인 천수각 공략식으로 강적들을 베어 넘기며 진행하게 되어 있다. 요즘처럼 오픈월드나 하이브리드 장르 타입이 넘치는 세상에서 꽤 고전적인 느낌을 주는 부분. 그리고 전반적으로 연출이나 구성 등이 야쿠자 영화들 B급 센스가 넘쳐나기 때문에 이런 쪽 경험이 많다보면 쉽게 수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게임이다.
주인공이 검과 왼쪽 팔에 심어져 있는 원거리 무기를 이용해 스타일리쉬 액션을 펼치지 때문에 '총검합격'을 쓰는 데빌메이크라이 계열과 유사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단지 비주얼 쇼크랄까, 특유의 화면 색조나 연출 때문에 번쩍번쩍 거리는 게 다소 심한 편. 이게 카타나로 참하는 씬에서는 멋드러지지만, 원거리 공격을 하거나 맞거나 하면 스트레스가 두 배는 되는 듯 싶다.
그래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싶은 부분이, 카타나로 날리는 검격을 게임 속에서 맛깔나게 살린 게 일품이라는 점이다. 총격을 하는 경우는 그게 데미지를 주든 받든 상대적으로 다소 덜 멋있는 편. 이런 워낙 움직임이나 화면 연출이 현란하다 보니, 까다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플레이하는 것 자체는 꽤 평이하다. 버튼 연타 하다 보면 콤비네이션 이어지고, 게이지 꽉 차면 필살기 나가는 정도.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 남자는... 집 안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집 밖에서 푸는 법. 그러다 보니 그로데스크의 극치를 보여준다.
상당히 멋이랄까, 로망이랄까... 현실 세계 속에서는 추구하는 게 불가한 그런 가치를 담은 게임이다 보니, 꼭 폭력이 아니더라도 남자들은 좋아할 만한 요소가 시스템적으로 박혀 있다. '지골로 모드'는 원나잇 스탠드만을 목적으로 한 참으로 성인취향의 시스템. 이 모드 존재 때문에 게임 장르가 미연시라는 소리까지 있을 정도다. 아이템함에 선물로 여심 공략하는 게 아예 따로 있을 정도니 말 다했다.
이러한 시스템이 진가를 발휘하는 건, 게임 속 등장인물들 중 특히 여캐가 상당히 미인들인 덕. 남자는 주인공 외엔 괴물들처럼 나와 있어서 게임 속에서 여캐들 인기가 쏠리는 게 이해가 갈 정도. (제비답게 생긴 건 주인공이 유일하다!) 게다가 러브러브 게이지 채우는 방법이라는 게 평범한 남자들이 여자보는 시야(...)라는 걸 응용한 것이라 하면서도 헛웃음 짓게 만드는 그런 개그가 꽉 차 있다.
이 외에, 게임 속 이야기가 기억을 찾아가는 주인공의 행보를 일관되게 쫓아주는 덕분에, 그걸 이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게 있다. 드라마와 연극 사이? 애매모호한 연출기법이 더해져 나름의 개성을 또 더해준다. 또 게임의 섹슈얼한 측면을 강조하는 프리미엄 코드의 존재도 있다. 비키니, 란제리 등 요즘 온라인 게임에서 DLC나 가차템으로 나오는 것이 제공되는데, 혹자는 이 게임의 가치를 여기에서 찾기도 한다.
▲ '그래스호퍼틱' 하다는 게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게임. 명성 그대로.
청소년이용불가 / 평점 : 7점 (10점 만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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