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혼이치 게임은 PS2용인 '라퓌셀' 발매 이후로 국내에서 나름 컬트적인 인기를 이어 왔다. 지금이야 한글판 보기 어려운 시절이라곤 하나, 특유의 일러스트와 폐인을 양성하는 고유의 속성은 여전해 게임성 하나 믿고 잡을 만한 제작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대표 프랜차이즈인 디스가이아 시리즈는 업계에서도 속편이 기대되는 중독성 높은 게임으로 손 꼽히는 편이다.
나름 입지가 탄탄한 니혼이치에서 최근 선보인 '마녀와 백기병'은 예의 중독성 강한 게임 기조를 이어가면서 실험과 도전이 응축된 묘한 타이틀이다. 크게 대작이다 싶은 그런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니나, 조연성 주연으로 스펙트럼을 넓힌 연출 흐름이라던가 게임에서 보여지는 3D 레벨 디자인과 오브젝트들은 니혼이치의 후속작을 기대하는 사람으로써 꽤나 큰 기대를 품게 해주는 부분이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고 만나는 화면은 전형적인 니혼이치 월드다. 일단 여자는 거의 다 미형인데, 남자들은 일단 인간이 아닌 친숙한(?) 비주얼이 게이머를 맞이한다. 게다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백기병은 투구를 뒤집어 쓰고 있다곤 해도 검은 피부의 꼬마. 마법생명체인 고대의 병사라고 하더라도, 게임 속 주역으로는 보기 드문 인선이 나온 셈이다.
▲ 여성은 미인인데, 남자들은 하나같이 생긴 게... 이런 게 바로 니혼이치 다움.
게임은 여러모로 실험적이다.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그러한 부분이 두드러진다. 먼저, 게임 속 월드와 레벨 디자인에서 2D 처럼 보이는 3D가 아니라 진짜 3D 모델링을 기준으로 삼았다. 가시권을 무한히 확장할 수 있는 그런 건 아니라지만, 스트라이트나 도트 느낌 나는 그런 것이 이젠 폴리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 보면 올드 게이머 입장에선 참으로 회한이 새록새록.
어쨌든 니혼이치는 변하고 있다. 일러스트 기반의 씬과 3D 모델링을 이용한 씬이 겹치지 않고 완전히 별개로 구분지었다. 이를 바탕으로 게임의 기계적인 부분이랄까 싶은 로딩이나 반응시간이나 맵/카메라 컨트롤 등은 가볍게 느껴지는 편이다. 아무래도 그림이 나오는 부분은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되, 앞으로 월드나 레벨은 3D 모델링으로 갈 모양이 아닌가 싶은 부분이다. 이게 되면 카툰 랜더링은 수월할테니까.
그 다음으로 실험적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게임이 과거의 단선적 구조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니혼이치 게임들은 단선 상에서 이야기가 흘러가서, 게이머가 할 수 있는 것은 1회차든 반복이든 지나가면서 숨겨진 아이템을 낚아채는데 집중해야 되는 거 정도였다. 그래서 노가다가 강조되고 그랬는데, 이젠 이러한 제약에서 벗어나는 시도들이 '마녀와 백기병'을 통해 구체화되었다.
▲ 니혼이치 게임답지 않은, 노골적인(?) 3D 필드와 오브젝트가 특징 중의 특징.
게임성 측면에서 본다면, 앞서 언급된 두 가지 실험이 관련된다. 3D 월드 배경에서 게임을 진행하게 되면서, 이벤트와 플레이가 딱 구분되는 형편이다. 디스가이아 등 니혼이치의 전작들이 이 경계가 모호한 형편이었는데, 이젠 딱 나뉘는 느낌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가옥 점령이나 서브 퀘스트 같은 '반복' 보다 '선택'의 문제를 더 종종 만나게 된다. 어째 예전처럼 컬트하다기 보단, 이젠 퍼블릭한 게임이 된 느낌이다.
게임 속에서의 큰 흐름은 3D 필드를 직관하면서 캐릭터에 장비된 무장을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이어지게 된다. 그런데 이 속에서 '기가 칼로리'와 같은 제약조건을 능동적으로 다뤄야 되기 때문에 롤플레잉이라기 보다는 시뮬레이션 복합장르적인 성격이 더 강하다. 단순히 노가다로 하기 보다는, 낭비 없는 플레이가 강조되는 건 제약으로 인한 패널티가 너무 뼈저린 탓이 크다.
니혼이치에서 보기에, 너무나 컬트적이 되어 버린 자사의 주요 프랜차이즈를 재정비하기에 앞서 어느 정도 습작을 거치는 수준으로 '마녀와 백기병' 게임을 활용한 것 같다. 아예 10회차 플레이는 작정하고 들어가야 되는 전작들과 달리 원포인트로 즐기고 터는 상쾌한 느낌이 드는 건 PS2용 라퓌셀 이후로 참으로 오랜만이다 싶을 정도. 이는 게임성 측면에서 앞으로의 니혼이치 게임에 상당한 교훈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니혼이치 식의, 한바탕 난장판이 펼쳐지는 한 편의 '동화'
15세이용가 / 평점 : 7점 (10점 만점) | 
등록안내
등록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