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서 ‘달리는 즐거움’에 대한 중요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많은 양산차 업체들이 효율성과 달리는 즐거움을 양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 노력의 일환으로는 자동차 생산업체들이 직접 내 놓는 스포츠 라인의 모델들이나, 전문 튜닝 업체들의 손을 거친 차량들이 있다. 재미있는 점은, 실용성과 달리기 성능을 양립하는 모델들의 특징은 ‘양의 탈을 쓴 늑대’ 같은 이미지라는 것이다.

많은 메이커에서 선보이는 고성능 스포츠 모델 라인업들은 외관에서 일반 모델과의 차이를 찾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는 원래 모델이 고려한 기능성 등을 그대로 장점으로 가져가기 위한 것으로, 서킷에서 달리는 머신들을 동경해 임의로 만드는 튜닝 차량들과는 그 방향성을 달리 한다. 일상 생활과 스포츠 드라이빙을 양립하고, 평소에는 편안하게 타지만 가끔은 다소 과격한 움직임에도 든든하게 버텨주는 로드 카로서의 방향성이 이들 스포츠 모델들이 가지는 특징이라고 본다.

폭스바겐의 티구안을 베이스로 하는 ABT VS4 컴플릿 카는 티구안이 가지는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준, 평소에는 편안하게 타면서도 필요할 때는 그 힘을 꺼낼 수 있도록 잘 다듬어진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특히 튜닝에 대한 부담스러운 이미지를 최소화하면서,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차량을 검증된 상태로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두드러진다.

▲ 기본기 탄탄한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를 기본으로 하는 'ABT VS4'

VS4는 폭스바겐의 티구안 2.0 TDI를 기본으로 해, ABT의 파워 킷과 배기 시스템, 스포츠 스프링, 휠과 타이어 셋, 그리고 내외장에서 몇 가지 드레스업 정도가 올라간 정도다. 타 ABT 컴플릿 카와 비교할 때 이 VS4는 프론트 그릴을 ABT의 파츠로 교체함으로써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후면의 리어 스커트는 ABT제 배기 시스템의 적용을 위해 위화감을 최대한 억제한 형태로 적용되었다.

티구안 2.0 TDI의 순정 상태에서의 출력은 140hp, 토크는 32.6kgm 정도인데, ABT VS4는 ABT의 파워킷을 적용해, 출력 170hp, 토크는 38kgm 까지 끌어올렸다. 사실 2.0 디젤에서 스펙만으로 보면 파워킷 적용 이후에도 그리 돋보이는 수치는 아닐 수도 있지만, 기존 티구안의 주행 성능을 생각해 볼 때 성능 향상분은 종종 아쉬운 순간을 긁어 주는 정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또한 ABT가 가진 내구성을 중시하는 방향성을 보았을 때, DSG 변속기의 내구성에 대한 부분도 어느 정도 절제의 이유가 될 것이다.

조향성 향상을 위해서는 스포츠 스프링과 함께, 스포츠 주행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19인치 휠과 세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기본 상태보다 경량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들 드레스업 부품들에는 모두 ABT의 로고가 들어가, 순정 파츠들과의 구별을 만들고 있다는 점도 특이점이다. 재미있는 점은 드레스업과 스포츠 스프링이 들어갔음에도 전고를 크게 낮추거나 하지는 않았다는 것인데, 이런 덕분에 여전히 컴팩트 SUV로의 외관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내장 부분에서는 대부분 순정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며, 매트와 페달 정도만이 ABT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시트는 물론이고 계기판이나 변속기, 순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모든 부분에서 ABT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당연히 부담스러운 추가 계기나 이런 부분도 없다. 뒷좌석이나 트렁크 등도 당연히 순정 상태로 유지되며 성능 튜닝으로 인한 기능적인 희생은 없다. 특별히 차체에 대한 보강 항목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기본적인 섀시의 강성이 허용하는 정도 안에서 조율이 이루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 스포츠 세팅이라도 전고 자체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ABT VS4에 대한 시승은 서울 강남구의 ABT 전시장에서부터 분당까지의 분당내곡간고속화도로 왕복 정도로, 상습적인 정체가 있는 도심 구간과 정체가 풀린 뒤 고속 주행에서의 차량의 성능 측면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코스였다. 시승한 VS4는 실제 판매를 위해 전시된 모델이기도 하며, 약 25,000km 의 총 주행거리를 가지고 있는 점이 특징인 부분이다.

일단 운전석에 앉아서 시동을 걸고 출발하기까지는 순정 티구안과 별 차이가 나지 않는데, 이는 인테리어 등이 모두 순정 상태를 잘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입되는 소음이나 배기음 또한 디젤 특유의 느낌은 있지만 비교적 정숙한 상태로 잘 유지되고 있다. 배기 쪽에 튜닝이 되어 있지만 소음이나 진동 부분은 각종 규제를 잘 지켜서, 체감은 순정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다.

도심에서 일반 D 모드로 이 차의 변화를 느끼기란 쉽지 않다. 자동 모드에서 7단까지 올라가는 DSG는 일반적인 주행에서 최대한 낮은 RPM을 유지해 연비를 확보하는데, 덕분에 때때로 가속 시 RPM이 올라가고 단수가 바뀔 때까지 한 발 늦게 반응하는 등의 모습도 보였다. 또한 엔진에 파워팩이 설치되어 있음에도 기본적으로 경제성을 위한 ISG 기능도 그대로 켜져 있는 상태인 것도 흥미롭다.

물론 TDI 엔진의 경우 터보챠저가 작동을 시작하는 영역부터 강력한 플랫토크가 나오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즉, 악셀을 밟고 나서 한 타이밍 늦게 오는 힘의 크기는 때때로 예상 이상이기도 하다. VS4는 때때로 길에서 마주치는 돌발 상황 이후 일상적인 주행 속도로 복귀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악셀을 깊게 밟고 나서, 갑자기 목과 허리를 습격하는 토크로 운전자를 놀래킬 만큼의 능력은 가지고 있으며, 이는 여타 일반적인 양산형 소형 디젤 SUV들에서는 왠만해서는 느낄 수 없는 김각이다.

▲ 스포츠 팩과 스포츠 스프링의 진가를 주행에서 느낄 수 있다.

고속 주행을 제대로 맛보러면 D 모드보다는 매뉴얼 모드나 스포츠 모드를 사용하는 편이 좋은데, 같은 등급의 엔진을 쓰던 파사트와는 또 다른 감각이 느껴진다. 파워팩이 적용되면서 다소 출력과 토크 곡선이 고RPM쪽으로 조정된 느낌을 받는데, 덕분에 스포츠 모드에서 가속을 시작하면 일반 D모드에서 느끼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지연 없이 출력이 나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이후 160km/h 이상도 무리 없이 가속된다.

전반적으로 인상적인 점은 3,000rpm 이상에서의 고속 주행에서도 엔진의 회전이 매끄럽게 느껴진다는 점과, 고속 주행시에도 훌륭한 밸런스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리 도로 여건이 좋다고 말하기 힘든 고속화도로에서도 160km/h 이상의 주행에서 흔들림이나 떨림 등의 불안한 느낌 없이 매끄럽게 쭈욱 나가는 느낌이 일품이다. 또한 얼라이먼트나 밸런스 등도 잘 맞춰져 있어 훌륭한 직진성과 조향안정성을 보이는 점도 인상적이다.

기본적으로 VS4의 서스펜션은 스포츠 스프링이 셋업되며, 가변형은 아니다. 게다가 19인치 휠을 장착한 덕분에 여느 양산차들에 비해 도로의 요철 등에서 체감이 큰데,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이면도로나 터널 등의 시멘트 포장을 지날 때 여느 차들이라면 다 걸러질 움직임이 모두 차로 올라오기도 한다. 만약 이런 길을 지나가는 경우 차의 조향성 등은 최고 수준으로 잡혀서 운전자의 경우는 별 상관이 없을지라도, 뒷좌석에 타는 동승자들의 경우 다소 허리 쪽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을 정도의 단단한 세팅을 가진다.

조향이나 브레이킹 시에 보이는 차의 움직임도, 스포츠 스프링을 쓰면서 상당 부분 억제되어 있다. 시속 약 120km 정도에서 풀 브레이킹에 가깝게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도 차 앞 부분으로 차중이 쏠리는 느낌이 브레이크 페달 등에서 올라오는 느낌은 받지만 실제 차량 앞 부분의 노즈 다이브는 거의 없는 정도다. 고속 주행에서 차선 변경 등을 할 때도 차량의 롤링 등은 꽤나 억제되며, 속도 감응형 파워스티어링의 보정이 합쳐지면 꽤나 박진감 넘치는 드라이빙 경험도 가능하다.

▲ VS4의 튠은 극한보다는 조화와 안정성 측면에 비중을 둔 모습.

ABT VS4는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내기보다는 동력 성능에서 느낄 약간의 아쉬움을 해결하는 정도에서 안심하고 안전하게, 그리고 때로는 재미있게 탈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의 튜닝을 했음을 시승하는 동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무리하지 않은’ 결과로 부수적으로 얻은 것은 나름대로의 ‘경제성’ 인데, 트립 컴퓨터에 표시되는 연비는 시승 코스의 컨디션과 주행 성향을 감안했을 때 비교적 훌륭한, 12~13km/l 대를 유지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튜닝 차량들에 대한 인상으로는 ‘양의 탈을 쓴 늑대’ 라는 표현이 많은데, 개인적인 감상이라면 이 VS4에 대한 인상은 평소에는 무리하지 않지만 필요할 때는 능력을 발휘하는 ‘정장을 차려 입은 근육질 남자’ 정도의 인상을 받는다. 이는 ABT의 로드 카에 대한 튜닝이 순정 상태에서 무리하지 않은 정도로, 내구성과 성능이 양립되는 수준으로 밸런스의 수준을 조금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성능과 경제성, 내구성과 실용성 모두에서 나름대로의 타협점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ABT가 튜닝한 컴플릿 카의 경우 직접 자신이 차를 구입해 튜닝을 의뢰하는 것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인수할 수 있으며, 내구성 측면에서는 확실하게 검증된 수준의 튜닝과 더불어 ABT의 자체 워런티가 일정 기간 적용되어 제조사 워런티의 패널티를 크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아우디와 폭스바겐 차량에 한정해서, ABT의 컴플릿 카는 원래 모델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잘 다듬어진 튜닝 카를 조금 더 가깝게 만나볼 수 있는 색다른 방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