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매니아들에 있어 ‘오버클록킹’의 의미는 오랜 시간동안 다양하게 바뀌어 왔다. 프로세서 등 PC 구성요소들을 임의로 정규 동작속도 이상으로 설정, 더 높은 성능을 끌어내는 오버클록킹은 더 낮은 비용으로 더 높은 성능을 얻고자 하는 고급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전해져 왔고, 이제는 상당수의 PC 사용자들에 오버클록킹은 꽤나 익숙하게 느껴지기까지 할 정도다.

그리고 시대에 따라 사용자들과 제조사들의 ‘오버클록킹’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보급형이나 메인스트림 급의 제품을 오버클록킹을 통해 잠재 성능을 극대화, 상위 모델들에서나 맛볼 수 있는 성능을 얻는 것이 지상 과제였고, 제조사들은 원칙적으로 오버클록킹을 ‘막는’ 데 주력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버클록킹을 위한, 배수 제한 등의 요소를 완화하고 오버클록킹에 필요한 기능, 성능들을 강화한 특별한 제품까지 선보이고 있을 정도다.

4세대 코어 프로세서 제품군에서도 오버클록킹에 특화된 제품군으로 ‘k’ 시리즈가 있다. 일반 프로세서보다 다소 높은 가격대를 가지는 이 프로세서는 일반 제품군이 가지고 있는 ‘동작 속도 설정 제한’을 크게 완화해 정규 속도 이상의 ‘오버클록킹’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 프로세서가 가진 역량을 어떻게 끌어낼 지에 대한 것은 온전히 사용자의 몫으로, 프로세서와 플랫폼, 자신이 원하는 성능 형태에 대한 명확한 이해에 따라 끌어낼 수 있는 잠재력의 크기도 달라진다.

▲ 오버클록킹을 위해서는 오버클록킹이 가능한 환경이 당연히 필요하다.

일단 오버클록킹을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준비’가 필요하다. 일단 정규 배수 이상으로의 설정이 가능한, 흔히 말하는 ‘배수 제한이 풀려 있는’ 프로세서가 필요하다. 인텔의 프로세서 제품군에서는 이를 ‘k ‘ 시리즈로 분류하며, 4세대 코어 프로세서 ‘k’ 시리즈는 최대 80배수까지의 설정이 지원된다. 물론 실질적으로는 다양한 현실적 문제 때문에 이 배수를 모두 이용할 수는 없겠지만, 설정 자체는 이전 세대 대비 대폭 완화되었다.

이 프로세서와 함께 이용될 메인보드로는, 원칙적으로는 ‘Z87’ 칩셋을 이용한 메인보드가 필요하다. 현재 인텔의 메인보드 칩셋 시리즈에서 공식적으로 오버클록킹이 허용되는 칩셋은 Z 시리즈로 분류된다. 칩셋 이외에도 메인보드의 전원부 구성, 쿨링 구성 등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데, 4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경우 프로세서에 VRM이 내장되면서 메인보드에서의 전원부 구성에 대한 부담이 다소 줄었다. 수냉이나 드라이아이스를 통한 극한 상황을 가정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경우 6~8페이즈 정도도 모두 사용하지 못할 정도다.

시스템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서는 메모리에도 신경 쓸 필요는 있지만, 현재 많이 사용되는 DDR3-1600 정도로도 충분한 성능을 얻을 수 있을 정도다. 프로세서의 쿨링을 위한 쿨러는 예산과 오버클록킹 계획에 따라 달라지는데, 꼭 고가의 대형 쿨러가 효과적인 것만은 아니다. 3, 4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경우 프로세서의 부하에 따라 쿨러에 전달되는 온도 이상으로 코어의 온도가 급격히 변화하는데, 비용을 생각하면 이를 감안해 적절한 균형을 찾을 필요도 있다.

파워 서플라이의 경우 일반적인 상황에서 시스템이 사용하는 용량 대비 여유분을 넉넉하게 잡고 나서 시도하는 것이 좋다. 오버클록킹 시에 프로세서가 소비하는 전력은 절대 선형으로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4세대 코어 프로세서 기반 시스템을 오버클록킹하는 경우 믿을 만한 정격 500~600W 정도를 기본으로 갖추는 편이 좋다. 특히, 12V 단일 레일 구성의 파워 서플라이는 멀티 레일 구성에 비해 쓰는 입장에서 편리한 만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 4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에서는 다양한 방법의 오버클록킹이 가능하다.

프로세서의 오버클록킹에 나서기에 앞서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오버클록킹의 ‘목표’와 이를 만들기 위한 ‘방식’이다. 오버클록킹의 목표야 당연히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성능이겠지만, 이를 어떤 식으로 구성할 지에 대해서는 프로세서와 플랫폼에 대한 이해와, 이에 따른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특히 이전 세대와 비교할 때, 4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오버클록킹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의 폭이 더 넓어졌다.

3세대 코어 프로세서에서 실질적으로 허용되는 오버클록킹으로의 길은 k 시리즈 프로세서의 터보 부스트 배수의 재정의 뿐이었다. 정의 가능한 최대 배수는 63배로, 100MHz 기본 베이스클럭을 이용하는 경우 최대 6.3GHz 정도까지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4세대 코어 프로세서에서는 이 정의 가능한 배수의 최대치가 80배까지로 높아져, 설정의 가능성 측면에서는 좀 더 유연해졌다.

또한 4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오버클록킹에서 변수가 될 만한 점으로 샌디 브릿지-E 에서 볼 수 있었던 것과 유사한 형태의 베이스 클럭 배수 설정이 생겼다는 것이다. 100MHz 이외에도 125MHz, 166MHz 등에서 PCIe 정규 클럭을 정확히 준수할 수 있어, 배수 조절 이외에도 메모리 클럭을 극한까지 몰아붙인다거나, 혹은 아예 터보 부스트 배수 아래에서도 높은 동작 속도를 얻을 수 있다.

전압 설정 측면에서는, 4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VR을 프로세서에 내장하고 있다는 점이 이전 세대와 다른 점이다. 프로세서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가는 레일은 두 개이며, 프로세서 내부의 VR에서 별도의 전압을 분배하는 형태다. 덕분에 고전압 인가를 위해서는 예전처럼 프로세서 내부 코어 전압만 생각할 게 아니라, 프로세서 내부의 VR와 주위 레일들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 가장 편리한 방법은 터보 부스트 배수와 오프셋 전압 설정의 활용.

▲ 추가 전압 인가시에는 이 ‘파워 리미트’를 풀어줘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프로세서는 정상 동작 범위 이상의 여유 영역이 있고, 오버클록킹은 이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행위다. 그리고 가장 편리하게, 이 범위의 최소치를 잡아 내는 방법은 다양한 메인보드들에서 지원되는 자동적인 오버클록킹 어시스트 기능들이 있다. 이런 기능들은 대부분 미리 설정된 프리셋을 제공하거나, 혹은 직접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최대한 전압 등을 높이지 않는 상태에서 최대한의 동작 환경을 자동적으로 설정, 제시하는데, 이를 참고로 오버클록킹을 시작하는 것도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이다.

프로세서 배수 설정에 있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활성화된 코어 수에 관계없이 모든 상황에서 최대 배수를 고정하는 방법이 있으며, 터보 부스트 기능을 더 잘 활용하고자 한다면 활성화된 코어 수에 따라 최대 배수를 다르게 설정할 수도 있다. 프로세서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면 후자 쪽으로 가는 게 좋지만, 설정과 테스트가 다소 까다로워진다. 그리고 캐시 혹은 링버스 배수의 경우 프로세서의 배수와 동일하거나 한 배수 정도 낮게 주는 쪽이 추천된다.

프로세서 코어의 전압 설정에 있어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예전처럼 고정값을 정의하는 방법, 혹은 기본 가변전압 설정에 오프셋을 주는 방법 등이 있다. 4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경우 기본 클럭의 배수를 넘어가는 경우 터보 부스트 기능을 무조건 사용해야 하며, 이에 따른 어느 정도의 가변적 요소가 있기도 하고, 기본전압 자체도 가변인 데다가 전력 관리 기능까지 생각해야 하므로 될 수 있으면 오프셋 설정을 이용하는 편을 추천한다. 어댑티브 모드의 경우 오프셋 설정에 터보 부스트 배수 이상의 영역에서 추가 전압을 설정할 수 있다.

또한 프로세서에 고전압 고전류를 인가함에 있어 생각해야 할 것은 터보부스트 설정에서의 최대 임계전류값의 오버라이드 부분이다. 터보부스트 설정에는 쿨링 솔루션에 따라 최대 임계 소비전력, 유지 가능한 임계 소비전력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프로세서로의 전력 공급량을 제한하기도 한다. 쿨링 등에서 든든히 준비가 된 상태라면, 이 설정을 과감히 최대치에 가깝게 높이는 것이 오버클록킹 포텐셜을 높이는 길이다.

▲ 베이스클럭을 이용하면 낮은 배수에서도 높은 클럭을 얻을 수 있다.

베이스클럭을 이용하는 오버클록킹은 일반적으로는 그리 사용할 일이 없지만, 몇 가지 특별한 이점도 가지고 있다. 만약 EIST와 터보 부스트 등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완전한 고정클럭 오버클록킹에 도전한다면 100MHz인 베이스클럭을 125MHz 혹은 167MHz 정도로 올려, 터보 부스트 배수보다 낮은 배수에서 목표 클럭을 얻어 낼 수 있다. 혹은 메모리 등에서 극한의 클럭을 얻어내고자 할 때도 이를 이용할 수 있다.

4세대 코어 프로세서 기반 플랫폼에서 베이스클럭을 조절하는 경우, 125MHz, 167MHz, 250MHz에서 PCIe 정규 클럭을 유지할 수 있으며, 이 때 프로세서 코어와 캐시, 링버스, 그래픽 코어와 메모리 컨트롤러는 베이스클럭에 기반해 동작 속도가 변하므로 이들에 대한 배수 재설정이 필요하다. 물론 별도의 그래픽카드를 이용하는 경우 그래픽 코어에 대한 설정은 할 필요도 없고, 나타나지도 않는다.

베이스클럭을 이용한 오버클록킹의 경우 전압 설정이 좀 더 까다롭다. 비교적 낮은 배수로 동작하는 만큼 오프셋을 주는 경우에 배수 오버클록킹에 비해 더 큰 값을 넣어줄 필요가 있다. 혹은 아예 고정클럭 설정일 경우 고정 전압으로 설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이 때 생각해야 할 것으로 SVID 전압 설정이 있는데, 프로세서 코어 전압을 올리거나 베이스클럭을 올릴 경우 이를 1.8V 이상으로 높여주는 것이 좋으며, 극한 상황에서 1.6V 이상의 코어 전압을 인가할 경우 SVID는 2V 정도까지도 올려야 한다.

또한 베이스클럭을 이용한 오버클록킹의 경우 클럭 PLL과 필터 PLL의 설정값이 다소 달라지는데, 필터 PLL은 로우 스피드 모드로, 클럭 PLL은 SB-PLL쪽으로 설정하는 것이 추천된다. 반면 터보 부스트 배수를 이용한 오버클록킹의 경우 필터 PLL을 하이 스피드 모드로, 클럭 PLL을 LC-PLL로 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런 설정을 통해 극한 상황에서의 클럭 달성치를 다소나마 더 올릴 수 있다.

▲ 이 정도는 가야, 오버클록킹을 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코어 i5-4670k와 ASUS Z87-pro 메인보드를 이용해 직접 시도해 본 4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오버클록킹은, 기본 쿨러에서 전체 코어 터보부스트 구동시 4.5GHz, 전압 오프셋 0.15V 정도로 간단한 몇 가지 테스트를 문제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경우 같은 테스트를 기본값으로 수행한 결과와 비교할 때 만만치 않은 성능 향상을 보였으며, 전력 소비량 또한 C-state와 EIST 등을 모두 사용할 경우 10~50W 정도 추가되는 모습을 보였다.

성공적인 오버클록킹에 있어 또 다른 중요한 점은 자신의 ‘운’이다. K 시리즈 프로세서는 오버클록킹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이지 특정 수준의 오버클록킹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QA 등에서 조금 더 신경쓰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언제나 다른 사람들만큼 되지는 않을 수도 있고, 이는 순전히 ‘운’에 맡겨야 할 부분이다.

이제 오버클록킹은 더 이상 하위 모델로 상위 모델의 성능을 따라잡기 위해 선택하는 옵션이 아니다. 오버클록킹을 위한 환경에 들어가는 비용, 최적의 설정값을 찾기 위한 노력 등을 생각하면, 오버클록킹은 이제 PC에 대해 충분한 지식이 있는 사람들의 취미 활동으로 승화되고 있기도 하다. 남들에게 적극 추천할 수는 없지만, ‘남과 다른’ 자신의 PC가 주는 즐거움을 추구한다면 오버클록킹 부분은 대단히 매력적인 즐거움으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