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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생각치도 못한 게임이 명작, 걸작에 반열에 드는 걸 보게 된다. 유명한 프랜차이즈 후속작은 당연히 아니겠고, 스튜디오에서 굉장히 실험적으로 만든 것 같은데 하면서 이런 게 가능하구나 그런 느낌을 확 들게 만드는 것이 있다. 이번에 국내에 출시된 '퍼피티어'가 바로 그런 경우. 한글화되어 나왔는데, 3D도 지원하는 타이틀이 이렇게 조용히 깔리는 건 의외다 싶을 정도다.
게임의 장르를 따진다면 콘솔마다 고유하게 존재하는 플랫포머 타입 액션물 정도로 볼 수 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캐릭터가 달려가면서 퍼즐을 풀고 상황을 이용하고 적들과 싸워 이겨가는 과정을 로드무비처럼 보게 되니까. 그런데 이 때 보는 비주얼적인 측면이 여타 게임과 달리 특별하다. 오페라나 연극과 같은 전통극 정극 형태의 무대를 배경으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보는 기분이 드는 구성을 취한다.
아무래도 제작사가 SCE 재팬 스튜디오여서, 같은 회사의 대표작인 '리틀 빅 플래닛'과 비교되기 쉽다. 봉제인형과 목각인형의 차이 정도가 큰 틀일테니까. 그런데 게임성 측면에서 보면 퍼피티어 쪽이 상당히 성인취향이다. 총 3개의 머리를 들고 다니며 이를 갈아 끼워가며 게임 속 퍼즐이나 난관을 극복하며 진행한다는 것이 단순해 보여도 머리싸움 제대로 하게 만드는 편. 게다가 내용도 묵직한 편이다.
▲ 오페라 극장 고전극 컨셉과 유럽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조화가 게임을 지배한다.
비주얼 측면에서 게임 속 모습은 마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하다. 물론, 캐릭터들이 그렇게 딱딱 끊어져서 움직이는 것은 아니고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12프레임 짜리를 60프레임으로 돌리는 듯한 그런 차이가 아무래도 있겠고. 그정도로 흔히 보기 어려운 캐릭터들을 모아서 세계관을 꾸며 가는 것이 퍼피티어의 세계라서, 생소함과 신선함은 요즘 들어 오랜만이다 싶을 정도다.
게임 속 시놉시스 전개는 연극의 형태를 차용한다. 씬도 그렇고 게임플레이도 그렇고, 플레이어가 TV 앞에서 TV 스크린 안의 세계를 보는 듯한 느낌에 충실하다. 그 안에서 주인공이 제대로 고난의 행군을 하게 되는데, 의외로 감정 이입이 몰입도가 높다. 머리를 바꿔 끼우는 것도 그냥 시스템적인 스킬적인 그런 것이라기 보다 나름의 의미를 투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분위기에 더 운치를 더해주는 것은, 팀버튼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자주 봤다면 친숙한 영어 나레이션이다. 비주얼은 평화롭고 목가적인 것과 음침하고 파괴적인 것이 극단적으로 양립하는 구도인데, 이 와중에 분위기를 더 몰아치게 해주는 것이 설명해주는 목소리다. 극을 설명해주면서, 동시에 일종의 가이드 역할까지 하는 이런 요소의 구조적 배치는 상당히 고도화된 개발사의 게임 디자인 역량을 웅변한다.
▲ 시놉시스 등은 꽤나 고전적인 형태를 취하지만, 게임 디자인의 '밸런스'가 참으로 돋보인다.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가 조작할 수 있는 것은 단순하지만, 머리라던가 가위라던가 하는 게임 속 요소들과 만나면서 상당히 다양한 모양새를 보인다. 게다가 게임 속에서의 연출도 코믹스러운 측면이 곳곳에 숨겨져 있어, 생각치도 못했던 상황이 벌어지고 또 거기에 색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까지 이어지는 연쇄가 즐거움을 더해준다.
여기에서 다소 특색적인 부분이라면, '2인 협동 플레이'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 자동차 경주로 치면 '랠리' 같은 그런 속성이 있다. 분명 1P에서는 듀얼쇼크 3 컨트롤러로 메인 컨트롤을 하게 된다. 그런데 2P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 무브를 이용한 포인팅을 전담하게 된다. 혼자서 할 때 다른 방법으로 2P 기능을 수용하긴 해도, 정말 테크니션(!)으로 가자면 혼자서는 허전하게 비우는 구조다.
콘솔 게임을 플레이할 때 서브를 받혀줄 인간 사람 데려다 놓고 게임 하는 게, 국내에서는 흔치는 않으니 사실 이 부분이 실감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역으로 파티 게임으로 이 게임을 이용한다면 어떨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든다. 여건 상 직접 시도해보지는 못했지만, 둘의 협동 플레이와 이를 봐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만화 속 인형술사의 기분이란 게 그런 것일까 하는 상상이 든다.
▲ 전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게임성. 비주류틱하지만, 재미의 급은 명실공히 '주류'
전체이용가 / 평점 : 9점 (10점 만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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