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킬존 : 머시너리 (PS Vita)

벌써 10여년도 더 옛날의 이야기인 것 같은데, Xbox 콘솔로 헤일로(Halo)가 나오기 전까지는 PC가 유일한 FPS 게임머신이라고 의심하는 이 하나 없었다. '퀘이크 3'나 '하프 라이프' 같은 작품들이 온라인 멀티플레이의 표준을 제시하면서 사람이 하는 것 같지 않은 슈퍼플레이가 가능한 것은 오직 PC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때가 있었으나... 지금은 그저 과거의 추억일 뿐. 세상은 바뀌었다.

일단 한 번 둑이 무너진 다음부터는 콘솔이든 포터블이든 스마트폰이든, 게임이 주는 즐거움과 이를 살리는 유저 인터페이스에 대한 고민은 온전히 개발자의 몫이 되었다. 헤일로 등 레퍼런스 급 게임들이 지나온 길을 따라, 플랫폼에 맞는 조작법을 달리하는 것이 이제는 일상으로 정착해 플랫폼이 다르다 해 게임성이 꼭 깍이는 그런 일은 적어졌다.

아무래도 이렇게 시장이 상향평준화되면서, 그리고 또 PS Vita와 같이 발전 추세를 따라잡는 새로운 하드웨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이제 포터블 기기에서의 FPS 플레이도 할만해 졌다. 특히나 콘솔에서 검증된 게임성과 브랜드를 지닌 것이 잘 최적화되어 나타나기까지 한다면 게이머 입장에서는 반갑기 짝이 없는 일. '킬존 : 머시너리(이하 킬존)'이 딱 그런 경우다.

▲ 역시 '킬존'은 빨간 눈들이 나와야 고유의 분위기가 산다.

제목에서와 같이, 게임 속 주인공은 용병이다. ISA가 고용한 민간군사기업 소속이므로, 싸움 속에서 살아남으면 돈이 남는다는 고유의 전제가 있다. 싸우고 살아남아 돈을 벌면, 이를 블랙잭 상점에서 써가면서 더욱 더 화려한 싸움을 펼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전투용 무기 중에서도 특별한 기능성과 비주얼을 자랑하는 특수무기들도 존재하니 이들을 확보해 전장에 나서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물론, 무기나 추가 미션들은 게임을 진행해 가면서 하나하나 얻어 나가는 콜렉션적인 측면도 있어서 스토리만 보고 달리는 플레이로는 게임이 지닌 재미요소들을 두루 즐기기에 한계가 있다. 어차피 게임도 한글판이겠다, 스토리를 읽어 가는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니, 게임 속 여러 시스템적인 요소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확보해 가는데 무게를 두는 게 적당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게임 속에서 기존의 포터블 FPS 게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다채로운 패턴과 스타일을 보여줘서 더 그렇다. 그냥 뛰면서 총만 쏘는 게 아니라, 무기의 리액션 외에도 근접전이나 특수무기 조작이나 예전에는 못 보던 그림을 PS Vita에서 볼 수 있어서 특히나 더 그렇다. 그냥 스토리만 보면서 시스템을 무심히 보고만 만다면 이 게임에 숨겨진 수 많은 재미요소들을 끌어낼 수 없게 된다.

▲ 하드웨어가 좋아지니, 포터블 기기에서도 FPS 게임을 즐기기에 큰 부담이 없어진 요즘이다.

PS Vita 전용 타이틀인 덕분에, 멀티플레이는 상당히 최적화되어 있다. 머시너리 워페어, 게릴라 워페어, 워존 등 세 가지 룰 하에서 각각의 성격에 맞는 플레이를 진행하게 된다. 각각 개인전, 단체전, 도전(!) 정도로 볼 수 있는데, 싱글플레이에서 다진 실력과 락을 풀은 무기들을 이용해 최고가 되는 걸 추구하면 된다. 그리 복잡할 것도 없고, 아는 느낌 대로 달려보면 알 만한 재미다.

그런데 이 멀티플레이에서, 그냥 무시해도 될 만한 시스템을 하나 살리는 게 있다. 그냥 싱글플레이에서는 버프용 카드에 불과한데, 멀티로 오면 저 밀리언아서 콜로세움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게 있다. 마구마구 루프플레이만 해야 되는 그런 단조로움을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로 보이는데, 그 나름대로 쏠쏠한 재미를 플레이어에게 준다.

위에서 본 것 같이, 킬존은 포터블 기기에서 최적화된 FPS 게임이 무엇인지 이정표를 세워주고 있다. 경쟁사라고 할 만한 마이크로소프트나 닌텐도나 HD급 비주얼을 제공하는 포터블 게임 전용기기를 내놓지 않고 있다 보니 소니 혼자서 하는 일처럼 되긴 했는데, 적어도 분명한 것은 최소 3년 정도는 모바일 기기에선 불가능한 포터블 FPS 게임만의 고유성을 이 게임이 입증했다는 점이다. 역시 게임은 게임기다.

▲ '킬존' 세계관과, 또 게임기의 영역까지 확장시키는 외전 같지 않은 외전.

청소년이용불가 / 평점 : 8점 (10점 만점)